-
-
그린 북 - 아웃케이스 없음
피터 패럴리 감독, 마허샬라 알리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그린 북>은 논란이 많은 영화다. 그저 그런 평가에 그쳐야 마땅한데 덜컥 상을 타버렸다. 그것도 아카데미상을. 놀라지 마시라. 원래 오스카는 그렇다. 지독할 정도로 보수적이며 기득권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린 북>은 그들의 구미에 딱 맞는 차림상이다.
천재 피아노 연주자와 무식한 매니저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디오스타>와 같은 감동을 전해줄까? 아니면 <델마와 루이스>처럼 비극으로 마무리될까? 불행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사히 순회 연주회를 마치고 크리스마스날 매니저의 집을 찾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아무리 실화에 기반했다고 해도 너무 안이하지 않는가?
물론 제작진은 항변할 것이다. 연주자가 흑인이며 동반자가 이태리계 백인이라면 달라진다. 게다가 흑인차별에 대한 저항이 정점일 때 남부를 순회한다. 연주장으로 쓰인 백인 레스토랑 출입이 금지되고 화장실도 실내가 아닌 실외로 나가야 하고 밤 12시 이후에는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이게 다 흑인이기 때문에 겪는 수모다. 영화는 이 모든 정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흑인이 겪는 차별을 에피소드 취급하며 둘 사이의 우정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박사학위가 있는 유식한 흑인과 일자무식의 백인이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다 서로를 알아가는. 아, 지루하다. 적당히 가미된 음악조차 듣기에 거북하구나. 결말은 해피엔딩이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은 맞았다. 치열한 갈등을 먼 발치에서 홍차를 홀짝거리며 즐기는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