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만 스튜디오 단편선
Aardman Studio 감독 / 와이드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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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 전시회에 다녀왔다. 큰 기대가 없었기에 잠시 더위나 피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뜻밖에 감동을 받았다. 단순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찰흙 애니메이션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순수한 즐거움과 더불어 강렬한 사회의식도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운동권 청년들이 지하에 숨어들어 창작활동을 했다고나 할까? 그들의 꿈은 직접 회사를 차리고 더 나아가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이름이 박힌 작품들을 내놓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아드만 스튜디오 단편선>은 초창기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찰흙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세계뿐만 아니라 감옥 드나들기를 밥먹듯이 하는 청년의 독백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대하는 사회의 냉소적인 시선이 골고루 담겨있다. 만약 이들이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적 마인드로 시작했다면 오늘날의 아드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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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에 사계절을 보여준 전략이 적중했다. 예쁜 풍경에 어우러진 김태리는 화보같은 느낌을 주었다.

 

계절이란 오묘해서 여름에는 겨울이 또 겨울에는 여름이 그리운 법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한국에서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상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주인공은 김태리와 류준열이다. 안 볼 이유가 없다.

 

영화는 서울에서 혜원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 쌓인 한옥이다. 살짝 아하고 감탄이 나왔다. 계절이란 오묘해서 여름에는 겨울이 또 겨울에는 여름이 그리운 법이다. 이제 곧 더위가 시작할 때쯤 차가운 겨울을 보는 것 또한 일종의 피서다. 마치 김태리 화보집을 방불케 하는 씬들이 이어지고 별 다를 것 없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소복소복 쌓여간다.

 

류준열은 도화지같은 배우라 어떤 역도 잘 어울리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적역이다. 은숙 역을 맡은 진기주도 신선한 발견이었다. 정직하게 김태리는 외모가 지나치게 도회적이라 몰입이 어려웠는데 진기주는 실제 그 동네에서 뜷고 나온 듯한 외모라 친근감이 들었다.

 

원작은 두편에 계절을 나누었는데 한국판은 한편에 몰았다. 내 생각에는 한국 승.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를 계절 변화로 적절하게 흐름을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인물도 풍경도 예쁘다보니 과연 한국 시골의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한옥도 지나치게 현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바람에 이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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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8-07-0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르게요.. 특히 가옥의 내부가 튀는 느낌이었어요.. ㅎ 그래도 김태리는 시골처자같다고 생각했는데.. ㅎㅎ

카이지 2018-07-0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 주시고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 김태리는 이전 작품들에서 시골처녀, 변두리 동네에 사는 대학생 역들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 농촌풍경에도 잘 어울렸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대로 도회적인 분위기의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면 이미지가 180도 변할 것 같아요. 유감스럽게도 이번에 출연하는 <미스터 션샤인>도 근현대극이라 제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하겠네요. 그리고 현대식 가옥은 두고두고 옥에 티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최소한 엄마와 함께 살던 시절의 집 풍경은 달리 표현했어야 했는데 마치 갓 리모델링한 서울 한옥집같았어요. 아마도 고증이나 예산부족이 원인이겠지만 그래도 아쉬운이 남는건 어쩔 수 없네요.
 
우디 앨런의 스몰 타임 크룩스
우디 앨런 감독, 휴 그랜트 외 출연 / 다온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디 알렌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배우나 감독은 아니다. 뼈속깊이 뉴요커이거나 재즈 애호가여야 비로서 아하하고 감탄하게 된다. 마치 기본 멜로디로 무한 변주를 시도한 비발디처럼 우디의 영화는 그게 그것같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스몰 타임 크룩스>도 마찬가지다. 역시 배경은 뉴욕이고 재즈는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온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적 허세를 완전히 덜어내고 전직 털이범과 스트리퍼 부부가 한탕을 노린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클럽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오페라를 보러다닌다. 이 얼마나 기막힌 부조화인가? 여기에 휴 그란트의 깜짝 출연까지. 알렌 팬들에게는 기분좋은 선물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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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정상인은 비정상인을 두려워하면서도 부러워한다. 비정상인은 정상인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적이고 잘생긴 데니스 혹은 패트리샤 아니면 헤드. 그는 다중인격자이다. 그것도 무려 23명의. 헛갈릴법도 하건만 각자는 자신의 역할을 칼같이 수행한다. 그중에는 어린 소녀를 감금하여 학대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영화는 이 환상적인(?) 소재를 밋밋하게 끌고 간다. 주인공에게 억지 감정이입을 강요하고 심지어 불쌍하게 여기도록 한다. 보는 내내 불쾌하고 감상하고 나서도 찜찜한 이유는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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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못해 닥치는 대로 살아가도 무지개는 뜬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티저 포스터

 

 

예술의 위대함은 현실의 구질구질함도 소재가 됨은 물론 때론 감동까지 주기 때문이다. 여기 죽지 목해 살아가는 모녀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싸구려 모텔에 장기 투숙하며 닥치는대로 하루하루를 떼운다. 하는 일이라고는 실업급여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관청을 들락거기러나 인근 친구들과 도로의 자동차 소음을 배경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거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거처하는 곳은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 앞이다. 관광지라 뜨내기들이 많아 늘 어수선한 이곳을 카메라는 마치 다큐처럼 정직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에게도 등급이 있듯이 이들 모녀는 점점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아이의 소중한 장남감인 아이패드도 팔고 구걸도 하고 사기도 치고 비키니 입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려 푼돈을 벌어보지만 파국을 미루지는 못한다. 결국 신고가 들어가고 아이는 아동보호소로 보내질 운명에 처해지는게. 과연 엄마와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이는 탈출을 감행하고 친구와 손을 맞잡고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디즈니랜드로 달려간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제작진이나 도와준 분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올라갈 동안 그 어떤 음악도 없이 오로지 웅성거리는 사람소리들만 들린다. 나는 이 엔딩 장면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덧붙이는 말

 

모녀의 연기가 하드캐리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배우는 모텔 주인역을 맡은 윌리엄 데포였다. 젊었을 때는 개성강한 조연정도였는데 나이가 드니 훨씬 더 근사해졌다. 겉으로는 거칠지만 속으로는 다정해서 알게모르게 도와주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또 하나 그 나이가 되어도 청바지와 반판 라운드 티셔츠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내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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