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성장드라마를 보며 감동하는 이유

 

슈퍼스타 케이가 한참 인기를 끌때도 나는 관심밖이었다. 무명에 가까운 가수 지망생들을 모아 경쟁을 시켜 1등을 뽑는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감동도 과하면 식상해지기 마련. 아니나 다를까 처음 몇년은 인기를 끌더니 이내 시들해져버렸다.

 

비슷한 포맷으로 아이돌 맴버를 구성하는 방송이 나왔을 때도 또 우려먹는구나 싶었다. 시즌 1이  아이오아이를 낳고 시즌2도 워너원이라는 국민아이돌(?)을 탄생시켰지만 제대로 본 기억은 없다. 스타가 되기 위한 피땀눈물을 적절히 버무렸겠지.

 

이번에는 프로듀스 48이다. 기존 프로그램에 일본 아이들 AKB48 맴버들이 참가하는 형식이다. 이건 또 무슨 해괴망칙한 구상인가? 어떻게든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하는 엠넷과 인기하락세인 일본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다. 우리나라에 비해 춤이나 노래실력이 딸리는 일본아이돌을 호되게 몰아붙이더니 이제는 그중에 보석들이 나와 무대를 장악해버리고 있다. 실제로 어제(6/29) 방송된 그룹경연에서 야부키 나코는 <귀를 기울이면>의 메인 보컬을 맡아 천상의 고음을 선보였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올라가는 목소리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일정을 보니 대단원의 막은 8월 31일에 내린다. 앞으로도 두달 가까이 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예정이니 이왕 보기 시작한 분들은 계속 시청하시고 혹시 이 프로그램을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금요일 밤은 비워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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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8-07-0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부키 나코가 도리어 후보정으로 손해본 수준으로 잘했다거라고요.. 사쿠라와 에리이에 관심갖고 있었는데.. 나코에 대한 호감이 확 올라가더라고요~~

카이지 2018-07-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같은 소리를 들었어요. 현장 반응은 더 열광적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국적에 상관없이 실력있고 노력하는 친구들이 더 관심을 받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현재 제 일본인 고정 픽은 나코,히토미,미유입니다. 칸바레!

 

양심적 병역 거부가 아니라 집총 반대가 맞다

 

헌법재판소는 대체 복무제 없는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곧 군대를 대신할 제도를 두지 않은 채 단지 집총거부자를 감옥에 보내는 현재 상황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대체복무찬성자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현역복무를 했으며 해당 종교와 전혀 상관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기 싫은게 아니라 집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곧 총을 들 일이 없다면 군대내에서 어떤 일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입장으로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이들을 따로 관리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요한게 대체복무제다. 군에 가는 대신 그에 준하는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게 하는 거다. 이른바 선진국은 오랫동안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늘 전시상황인 이스라엘도 예외가 아니다. 때늦었지만 이제라도 대체복무제도의 물꼬가 트이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믈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체제도가 생기면 누가 군대를 가려 하겠는가? 그러나 이건 기우다. 현역보다 기간을 두세배로 늘리고 병역을 이행하는 사람보다 혜택을 줄이면 된다. 또한 군대기피사유를 세밀하게 구분하여 본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기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된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동네 카페에 누가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차분히 찬반을 따져보자는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제목(군대 가는 사람은 ‘비양심적 병역이행자’인가)을 뽑아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다. 댓글을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종교적 신념보다 국방의 의무가 우선이라는 주장은 그나마 봐줄만했다. 그러나 "야훼(하나님)의 말씀따라 사는 이스라엘은 남성을 물론 여성까지도 군대를 가는데"라는 말에는 기가 찼다. 

 

사실 확인 차원에서 답글을  달았다.   

 

"늘 전쟁상황인 이스라엘도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징집대상은 해당 나이 청년(여성 포함)의 절반정도에 불과합니다. 대체복무는 단순히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문제입니다.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군대에 가기 싫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대체제도를 엄하게 적용하여 복무기간의 2배에서 3배쯤 늘려 운영하면 됩니다. 도리어 대체복무제도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군은 더욱 강력해질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현역 제대했습니다."

 

또 병역거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핵소고지> 이야기가 나오길래 내 의견을 첨부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음에 놀라면서.

 

"저도 <핵소고지>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집총거부자도 충분히 군인으로 제몫을 하고 훈장까지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실화에 근거한 것이구요. 곧 집총을 거부한다고 해서 감옥에 보내지 않고 대신 군내에서 다른 일을 찾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군대 아니면 징역이라는 이분법은 지나치게 야만적입니다. 그들은 군대에 가기 싫은게 아니라 집총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해당 종교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납세나 병역의무와 마찬가지로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치들이 충돌할 때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가치들을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때가 되었습니다. "

 

그리고 한 문장을 더해 끝을 맺었다.

 

"이왕 문제를 제기하셨으니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른 것은 아니니까요."

 

나로서는 최대한 공정하게 쓴 글이었는데 반응은 뜨아하다.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왜곡된 반공의 굴레에서 살아왔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다만 한가지 공감하는 건 용어다. 양심적이라는 말은 이분법이다. 곧 군대를 가지 않는게 양심적이라면 병역을 이행하면 비양심적인가라는 의문을 낳는다. 아마도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이 단어의 효과를 극대화한게 아닌가 싶다. 따라서 쓸데없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말부터 없애야 한다. 그들은 집총반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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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맞벌이 부부가 잘사는 법
여의도 조이부부 지음 / 북랩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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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용도는 두가지다, 라고 나는 평소 생각한다. 실용성이 있거나 감동을 주거나. 문제는 이 두가지를 섞을려고 들 때다. <여의도 맞벌이 부부가 잘사는 법>은 돈도 잘 벌고 재테크도 성공하고 게다가 아이들까지 잘 길러 자식들과 영어로 소통하는게 어렵지 않은 마치 상상속에선 존재할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책을 읽어보면 정보는 한없이 부족하고 자랑을 하는건지 교훈을 주려는 건지 헷갈린다. 그나마 하나의 미덕을 들라면 단지 직장을 열심히 다녀서는 돈을 못 모으니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명확한 가르침이다. 부부의 주장은 너무도 분명해서 반박이 불가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서울 노른자위땅에 세워진 아파트먼트야말로 금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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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
미우라 아쓰시 지음, 서수지 옮김 / 뜨인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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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속아 책을 살 때가 있다. 내용을 보고 대부분은 실망하지만 극히 예외도 있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이 멋진 시대>도 그 중 하나다. 얼핏 보면 패션 책인가 싶지만 사실은 공유경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하고 어려운 말을 쓰는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이를 테면 더이상 신용을 잃어버린 신용카드나 아들딸이 입던 옷을 부모가 물려 입는다거나 중년 남자들끼리 여행을 떠나거나 돌봄시장이 커지는 현상들이다. 물론 일본의 사례를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미 조짐은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50대에서 60대초반까지 중장년층 의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이며 사위나 며느리는 애완동물보다 우선 순위가 떨어진다. 또한 아들이나 딸 집을 갈 때는 미리 연락하고 상황이 되면 방문한다. 나는 이 사실이 가장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결혼이후 양쪽 집안의 문화차이로 곤란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인이나 장모는 우리 집을 매우 편하게 아무 때나 사전연락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오시곤 했다. 반면 우리 부모님은 절대 나와 아내가 실고 있는 집에 오지 않으셨다. 나나 아내가 시댁을 방문할 때도 최소 이틀 전에는 사전 약속을 받아야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자는게 아니다. 서로 차이가 많이 났다. 최근 여론조사는 왠지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었던 내 집안문화가 이제야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다행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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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적 자만심이다. 왜 서울대학이 진리는 나의 빛 Veritas lux mea 운운하며 굳이 잘 모르는 라틴말을 쓰겠는가? 서양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신교는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옮기면서 출발했다. 그렇게 라틴어는 극소수만 아는 희귀언어로 변해갔다.

 

<라틴어 수업>은 대학 수업 내용을 엮은 책이다. 구체적으로 서강대학교에 개설된 교양강좌를 중심으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국내에서는 드문 바티칸 대법원의 변호사 한동일씨다. 그는 처음 제안을 받고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라틴어를 배우고 싶어할까? 외국어라면 영어나 중국어가 대세인 지금 굳이 라틴어라니?

 

그러나 학생들은 몰려들었고 어느새 명강의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단순히 언어가 아닌 라틴어가 담고 있는 정신, 구체적으로 서양고전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라틴어는 일종의 잠언이나 선문답처럼 뒷통수를 탁하고 때리는 가르침을 준다. 이를 테면 "모든 동물은 성교 후에 우울하다."나 "네가 주기 때문에 내가 준다" 그리고 "시간은 가장 훌륭한 재판관이다"같은 문장이다. 이 책은 지적인 허영이나 권력욕이 사라진 라틴어는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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