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오디세이 - 어느 세계 여행자가 발견한 여행의 철학
니코스 하드지코스티스 지음, 정수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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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이유가 뭔가 따져보니 멀리 가는게 싫었다. 구체적으로 차만 타면 멀미를 했다. 나이가 들어 증세가 다소 없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또 한가지 이유는 낯설고 거슬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증세다. 실제로 나는 나뭇가지를 걸개 삼아 건 현수막이 죽도로 싫은데 여행지까지 가서, 오히려 더 많다, 그런 꼴을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체 우리나라는 왜 여전히 이런 몰상식한 플랭카드 문화를 유지하는가? 아무튼 그래서이지 국내여행에는 영 관심이 없다. 다른 나라는 좀 사정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떠나지 못하면 좀이 쑤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마디로 여행에 흥미가 없다.

 

<지구별 오디세이>는 나같은 여행 혐오자(?)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책이다. 아무리 유명 관광지라고 어두운 면이 있고 그 현실에 실망하는 대신 원인과 맥락을 살펴보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곧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기만의 철학을 세워 움직이라는 거다. 예를 들어 전혀 알지 못했던 체험을 하거나 아니면 낯선 공간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식이다. 그곳이 어디든 중요한건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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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4호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브로드컬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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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행지 가운데 으뜸은 제주도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좋다는 다른 곳들도 가보았지만 비교불가능했다. 전적으로 주관적이다. 당연히 누구나 한번 살아보고 싶어한다. 오죽하면 한달살아보기 열풍이 일었겠는가? 이른바 제주이민붐도 그 한 예다.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는 꿈을 쫓아 제주에 터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제목에서 굳이 3년으로 못밖은 것은 아마도 이 맘때가 고비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런 저런 이유로 제주에 온 사람들이 3년차가 되면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 좋던 바다도 지겹고 그렇게 싫던 도시의 소음의 그리워진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제주에 살 계획이 없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해풍이 싫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무겁고 찐득하다. 시원한 맛이 없고 온 몸을 지치게 한다. 실제로 제주에서 나고 산 사람들은 바다에서 가장 먼 내륙인 제주시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경치보다 생존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과연 생업(?)을 포기하고 민박에 식당에 빵집에 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제주에서 버틸 수 있을까? 3년 후 여전히 제주에 남아 있을까? 결과에 상관없이 그들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 용기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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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글쓰기는 혼자서 하는 싸움

 

글을 쓴다는 것은 최상의 경우일지라도 고독한 삶입니다. 작가들을 위한 조직체는 아주 가끔 작가의 고통을 덜어줍니다만, 작아의 창작을 진전시켜 줄지는 의문입니다. 작가는 고독을 벗어던짐으로써 대중의 인기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종종 작품의 질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작가는 혼자서 작업할 수밖에 없으며, 만약 그가 훌륭한 작가라면 그는 날마다 영원함 또는 영원성의 부재에 직면해야 합니다. -<어네스트 해밍웨이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  

 

한 예능프로그램(티비엔의 풀뜯어먹는 소리)에 나온 중학생 농부가 자신의 직업이 좋은 이유를 말했다.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혼자 일할 수 있다. 애늙은이같은 말투가 다소 거슬렸지만 그 말에는 공감했다. 세상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다행히도 글쓰기는 이 조건에 맞는다. 집단창작이나 협업이니 하는 말이 있지만 결국 글은 혼자서 하는 싸움이다. 상대 없이 혼자서 지루하고 외로운 경주를 해야 한다. 단순한 재능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너무 가난해서도 부자여서도 안된다. 살아갈 수 있는 수준보다 아주 약간 많은 부와 끈기가 필요하다.

 

가끔 뭐하나 싶을 때가 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과 조건을 마다하고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가는게. 그럼에도 먹고 움직이고 자고 돌어다니는 모든 일은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여기며 버티고 있다. 해밍웨이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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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인랑 : 컬렉터스 에디션 - 해설서(40P) + 아웃케이스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무토 수미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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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다. 장르와 상관없이 최고 수준의 작품을 뽑아낸다. 단지 그림만 잘 그리는게 아니다. 스토리와 음악 등 전 분야에서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인랑>도 그 중 하나다. 7월에 한국에서 영화로 개봉되면서 다시 한번 원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라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오리지널의 위상이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일본. 점령군이 지배하는 동안 사회혼란은 가속화되고 이를 막기 위한 강력한 수도권 경찰대가 등장한다. 후세는 작전투입중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막다른 길에 몰린 그녀는 배낭폭탄을 터트려 자폭하고 마는데. 악몽에 시달리던 후세는 그녀의 언니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지만 알고보니 거짓이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 또한 테러리스트였다. 후세는 그 여인을 죽여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인랑>은 <아키라>와 더불어 사회성 강한 걸작이다. 아키라가 근미래를 인랑이 근과거를 조명한 점이 다르지만 이념과 계급이라는 해묵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같다. 한국 영화에서는 남북긴장상태를 설정하였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덧붙이는 말

 

<인랑>의 주요 모티브는 <붉은 망토>라는 동화다. 그림형제가 구전을 모아 낸 이야기 중 하나인데 한 소녀가 늑대의 꾐에 빠져 잡아먹히는 내용이다. 일본인들은 이 스토리를 유독 사랑하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해피엔딩이나 교훈을 담고 있지 않은 잔혹동화이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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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악재가 겹쳐 전편들에 비해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조용히 막을 내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과연 김명민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약방의 감초처럼 써야 할 조미료를 마구 뿌려대니

 

김명민은 극적인 배우다. 완전히 바닥에 떨어져 연기를 그만두려고 한 순간 인생작품을 만나 부활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이순신은 대표적인 예이다. 조선명탐정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진진했건 본인의 캐릭터를 탈바꿈시킨 영화다. 게다가 마치 셜록과 왓슨처럼 오달수와의 콤비가 돋보였다. 이둘의 연기조화는 시리즈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세번째 결과물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 두 사람을 함께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오달수씨는 연기자로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 여부를 떠나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전작들에 비해 다분히 흥미가 떨어진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개그호흡에 치중하느라 영화가 지나치게 코믹위주로 흘러갔다. 약방의 감초처럼 써야 할 조미료를 마구 뿌린 셈이라고나 할까?

 

또한 화제를 모았던 여성 출연자도 실망스럽다. 여주 역을 맡은 김지원의 연기는 내내 답답했다. 마스크 자체가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얼굴 탓도 있지만 웅얼거리는 발성이 더 문제였다. 오리지널의 한지민이 얼머나 탁월한지 새삼 깨닫는다.

 

그나저나 오랫만에 발굴한 조선명탐정이라는 장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콤비를 만나 4편을 제작할지 이번으로 마감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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