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밝은 곳 쏜살 문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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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밍웨이는 작가중의 작가다. 곧 글쟁이들을 가르치는 선생같은 존재다. 만약 직업으로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의 글뿐만 아니라 생활태도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밍웨이는 겉으로는 매우 자유롭고 방탕하게 산 것 같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하루에 500자를 쓰기 전까지는 절대 의자에서 몸을 떼지 앉았다.

 

<깨끗하고 밝은 곳>은 해밍웨이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잘 알려진 <킬리만자로의 눈>을 제목으로 뽑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식상함을 벗어나려는 출판사의 노력으로 보인다. 그러나 <깨끗하고 밝은 곳>은 단편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짧은 글이다.

 

밤새 영업하는 술집을 배경으로 여든쯤되는 노인과 바텐터 주인, 그리고 아들이 등장한다. 노인은 겉보기에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추레한 노인같지만 알고보면 꽤 돈이 많은 사람이다. 주인은 그를 동정하지만 아들은 시종일관 저런 늙은이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과연 이 셋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노인은 재촉끝에 돌아가고 주인은 겨우 눈을 붙이지만 언제나처럼 해가 뜰 때즘 겨우 눈을 붙이며 아마도 불면증을 앓은 사람은 나만이 아닐거라며 속으로 되내인다.

 

나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든다. 해밍웨이의 위대함은 결말을 뭉게버리는 데 있다. 곧 이야기를 단정짓지 않고 열린 채로 마감해버린다. 독자들은 황당하면서도 내내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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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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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특히 스릴러는 이 맘때 읽어야 딱이다. 여름의 초입, 서서히 장마가 지기 시작하면서 습도가 오르며 온 몸이 끈끈해지고 짜증이 밀려오는 순간 딱 지어 들어 읽기 시작해야 한다. <블티>도 예외가 아니다. 법률 미스터리라고 불린 이 소설은 인간의 선의가 얼마나 부질없고 인간관계만큼 피곤하고 절망적인 사건도 없다고 역설한다.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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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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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상과학은 금기다. 소설이든 영화든 나오는 족족 망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세계적 선풍을 몰고온 스타워즈마저 맥을 못추겠는가? 여러 원인이 나오지만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는 각박한 현실때문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만 유독 빡빡한가? 내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다면 <노변이 피크닉>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러시아 작가의 작품이지만 읽다보면 공상과학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1972년 글이라 다소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외계인이 나오지 않으면서도 외부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킨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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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다웃파이어 패밀리 펀 에디션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로빈 윌리암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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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가 추억이 되고 복고가 되다니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그 때 나온 영화들이 좋은건 어쩔 수 없다. 굳이 초고화질과 서라운드 사운드 필요없이 조촐하게 디브이디로 봐도 감동하게 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도 그렇다. 내 기억으로는 처음 보았을 때 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주책맞게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게다가 한글자막도 없이 보았는데.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로빈 윌리암스의 따스하면서도 쓸쓸한 눈길과 마주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착하게 살지만 주변머리는 없는 다니엘. 성우로 활동하다 담배피는 장면이 나오자 아이들에게 이런 영상을 보여줄 수 없다며 항의한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하기 싫으면 관둬. 자식들을 끔찍하게 사랑하는 그는 천진난만하게 잘 어울려 놀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이 못마땅하다. 해도 너무 해서다. 그러다 결심한다. 헤어지기로. 일주일에 한번밖에 아이들을 보지 못하게 된 다니엘은 고민끝에 여자로 분장하고 보모로 들어오게 되는데.

 

보는 내내 감독이 설치는 정교한 장치들이 돋보였다. 동료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나 여장이 들통나는 결정적인 순간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연결된다. 물론 이 모든 설정을 넘어서는 것은 윌리암스의 연기지만. 상대역으로 나온 샐리 필드도 훌륭한 호흡을 과시한다.

 

아 또한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영화의 장소인 샌프란시스코. 자유와 히피의 상징인 이곳을 배경으로 한 이유는 영화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서로 사랑하지만 공통점이 적어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한 가족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주제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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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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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는 한 몸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건물이 들어서고 점점 규모를 키워가기 때문이다. 유현준은 이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 건축학자이면서 도시를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이해를 더 넓고 깊게 해준다. 유럽의 도시를 보면 괜히 주눅이 들고 동남아시아의 복잡한 수도를 보고 마치 우리 70년대 같다고 우쭐대지 않안도 된다. 다 나름의 사정이 있고 특징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니 좋고 나쁘고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은 건축과 도시는 저주받아 마땅하다. 아파트먼트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세상 어느나라에서 우리처럼 단기간에 주거양식이 한옥이나 초가집에서 개량지붕을 단 기와집으로 그리고 죄다 아파트먼트로 도배된 나라가 있는가? 유현준은 그럼에도 희망을 찾고자 한다. 벽을 없애고 베란다를 확장하여 한옥이 갖는 개방성을 도입하자는 거다. 그러나 이미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가 되어버린 아파트먼트가 삶의 의미를 담을 이유가 있을까? 그저 재개발 혹은 재건추되기를 기다리거나 국적불명의 인테리어로 싸구려 성을 만들려고나 하겠지.

 

이 첵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면서 우리의 주거공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과연 이런 공간에서 살고 돌아다니는 것이 행복한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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