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1 D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존 아빌드슨 감독, 실베스타 스탤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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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라고 칭하는 것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디. <록키>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줄거리는 단순하고 전개는 상투적이다. 뒷골목을 배회하며 내기 권투나 하며 푼돈을 벌던 건달이 여인을 만나고 스승의 도움을 만나 진짜 권투선수로 거듭난다. 이윽고 정상의 자리를 결정짓는 시합까지 하게 되지만 그만 장렬하게 지고 만다.

 

다시 보니 정말 엉성하다. 돈도 제대로 들이지 않고 찍은 듯한 티가 물씬나다. 실베스타 스텔론도 권투선수라기에는 너무 비대하다. 연기의 어색함은 말할 것도 없다. 비음섞인 콧소리도 영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뒤집는 것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터져나오는 타이틀곡.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록키의 상징과도 같은 음악이다. 또 하나 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면을 뒤집어 엎는 로드웍씬. 열차가 지나가는 빈민가의 백투백 하우스에서 나와  새벽공기를 가르며 필라델피아 시청에 올라 두 주먹을 불끈 하늘로 뻗치는  과정은 영화사에 길이남을 것이다. 이후에 나오는 시리즈가 아무리 세련되었을지라도 거칠고 투박한 오리지널을 넘어 설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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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스 데이 - [할인행사]
아이반 라이트만 감독, 빌리 크리스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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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보면 로빈 윌리암스와 빌리 크리스틸, 그리고 이반 라이트만이 겹합하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사건이다. 그러나 영화 제작 단계에서는 다들 전설의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어찌보면 위대한 여정의 시작단계라고 할까?

 

스스로를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두 사내가 한 아이를 두고 다툼을 벌인다. 벌써부터 흥미만점 아닌가? <맘마미아> 보고 있나? 이렇게 대놓고 베낄 수 있나? 아무튼 중년의 두 남자는 배경이나 직업이 완전히 상반됨에도 불구하도 함께 여행을 다니면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휴머니즘 냄새를 물씬 풍기는 라이트만의 연출은 이번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한가지 안타까운건 로빈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한물간 배우로 자살충돌에 시달린다. 그런 윌리암스를 구출한 것은 자식이라는 존재다. 왠지 앞날을 예견한 듯한 설정에 가슴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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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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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살던 집은 주택이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좁은 마당이 있었고 방은 두개였고 부엌방이 따로 있었다. 이층집은 아니었지만 철제계단을 이용하여 옥상에 갈 수도 있었다. 그곳에서 한 때 닭을 키우기도 했고 여름이면 간이 이층침대를 놓고 별을 보며 잠이 들기도 했다. 시골이 아니라 서울이었다.

 

지금은 아파트먼트에 산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갇히고 마는 닭장집이다. 아무리 평수가 넓어도 이런 시스템은 거의 같다. 희한한 건 우리나라가 발전한게 맞는데 주거환경은 도리어 후퇴한 느낌이 든다. 무슨 소리냐, 아파트가 얼마나 살기 편한데라고 반발할 사람도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파트는 임시주거시설에 불과하다. 집이 갖추어야 요소들을 박스안에 집어넣었을 뿐이다. 땅을 밟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없는 곳을 어떻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유현준은 말도 잘하고 글도 꽤 쓰는 다재다능한 학자다. 그럼에도 날카롭다. 겉보기와 달리 매우 파격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학교건물은 교도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백번 공감한다. 내가 다녔던 과거에도 지금도 학교는 통제의 수단에 머물고 있고 그 특징은 건물에서 잘 드러난다. 막사를 떠올리게 하는 학교건물과 연병장이나 다름없는 운동장을 보라. 그곳에서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꼼짝없이 수용당한다.

 

집이라고 다를게 무엇이 있겠는가? 단지는 일종의 폐쇄공간이다. 아파트 자체도 갇혀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동네 자체를 격리시킨다. 이런 단지들이 쭉 늘어서 비싼 값에 팔린다. 평당 시세나 교통시설 혹은 학군을 떠나 이런 집을 과연 영혼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을까?

 

전원주택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언뜻 보면 그림같아보이지만 실상 가보면 난개발도 이런 난개발이 따로 없다. 산을 깎고 하천을 오염시키면서 겉만 번드르르한 예술 주택을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을 찾자면 우리나라는 복잡다단한 주택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노력만 하면 선택의 여지가 넓다. 곧 자신의 우선순위를 정해 집을 고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주택에 대한 오랜 꿈을 다시 실현하기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면서 깨달은 것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소중함이다. 변변한 시설은 없지만 아파트먼트 바깥만 나가면 바로 접할 수 있는 산과 강 그리고 편리한 대중교통시설은 흔하게 얻을 수 없는 축복이다.

 

유현준도 말한다. 뉴욕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좁은 집에 살지만 차이가 있다면 뉴욕은 집만 나가면 편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공원이 지천이라는 것. 그 말이 내 뇌리를 때리면 더이상의 주저함을 가라앉혔다. 그래,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집이 아니라 지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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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ulation 2018-06-1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보면 실제로 교도소, 병원, 학교는 효율적 관리와 통제를 위해 구조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대요. 권력은 점점 숨어 들면서도 강력하게 통제합니다. 집을 보는 시선을 좀만 더 넓히면 공간애 물리며 살지 않겠죠

카이지 2018-06-1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합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글은 훈계하라고 있는게 아니다. 눈길을 끌라고 쓰는 거다.  

 

우리 집에서는 한국일보와 뉴욕타임스를 정기 구독한다. 한 때 한겨레도 보고 중앙일보도 신청한 적이 있지만 두 신문 모두 사실보다는 주장이 강하다는 느낌이 구독을 중단하였다. 상대적으로 한국일보는 이념색이 적고 다분히 사실 중심의 중도신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해럴드 트리뷴때부터 꾸준히 본 터라 중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구독자가 많다는 조선일보는 단 한번도 사서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뭐 공짜니까라는 심정으로 읽다가 꼭 화를 나게 된다. 보수 편향때문이 아니라 이런 빼어난 글쓰기 능력을 이념을 포장하는 수단으로 써먹는게 열받아서다. 요컨대 글솜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실제로 외부 필진의 경우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에 비해 고료가 몇 배 높다. 작가들도 돈을 더주면 더욱 성심성의껏 쓰게 마련이니까.

 

장석주의 <사물극장>도 그 중 하나다. 그저 열심히 많이 쓰는 시인이자 작가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메릴린 먼로와 스웨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토록 야하고 매력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그저 시골에 박혀 자연과 벗하며 하나마나한 교훈이나 늘어놓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물론 결론은 조선일보답게 어줍잖은 훈계조로 끝을 냈지만 묘사만큼은 일급 포르노 저리가라였다. 글을 읽는 순간 글에 묘사한 정경이 눈앞에 확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소녀 노마 진(먼로의 본명)은 고아원에서 주는 낡은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입었다. 어느 날 블라우스를 꿰매다 학교에 늦자 다른 여자아이의 스웨터를 빌려 입고 학교에 갔다. 수학 시간이었는데, 모두 노마를 쳐다봤다. 12세 소녀의 몸에 꽉 끼는 스웨터 속 젖가슴이 성인 여자만큼 솟아올라 있었다. 그날 이후 남자애들이 '입에 장미를 문 뱀파이어'를 따라다니듯 노마의 주변을 에워쌌다.

 

자기 몸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아챈 노마는 불과 16세에 결혼해 동물원 같은 고아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무료함에 지쳐 거리에 나가 행인을 구경하거나 어린애들과 놀았다. 1944년 멜빵 바지를 입고 낙하산 제조 공장에서 일하다가 결국 이혼했다. 할리우드로 이사 와서 광고 사진 모델로 나서 생활비를 벌고, 배우가 되기 위해 연기 수업을 받았다. 돈이 없어 늘 허기진 채로 잠들었다."

 

원본 출처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3/20180523037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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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박스세트 (9disc) - SBS 드라마
권오중 외, 최종수 / 프리지엠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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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줄 알고 빌렸는데 드라마 식객이었다. 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보기를 미루다 반납직전에 첫 회만 보자고 하다가 결국 끝까지 가고 말았다. 그만큼 흡입력이 대단했다. 사실 드라마 <식객>은 만화 원작의 모티브만 빌려왔을뿐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원작이 식당을 배경으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한 것이라면 드라마는 요리사들이 대결을 벌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옳은 선택이었다. 영화는 이 둘을 섞는 바람에 어정쩡해졌다. 배역도 드라마가 훨씬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성찬역의 김래원과 오봉주 역의 권오중의 대결구도는 단지 선과 악이 아니라 복합적인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훨씬 다채롭게 전개된다. 권오중의 보조 요리사를 새로 발굴하여 악역을 맡긴 것도 적중했다. 영화에서 봉주역을 맡은 임원희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선과 악을 오고갈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자역을 맡은 남상미도 적역이었다.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는 원작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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