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쓰레기 동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의 말이 화제다. 서울에서 잘 살던 사람이 이혼하면 부천으로 그곳에서도 사업이 망하면 인천으로 밀려난다고 했다. 제정신인가 싶지만 잘 들어보면 매우 구체적이다. 목동 거주자가 부인과 헤어지면 부천으로 그리고 일마저 잘 풀리지 않으면 인천 남구나 중구로 옮긴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정 사례가 있지 않는한 대충 짐작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 그런 일을 직접 혹은 간접으로 전해들었고 머리속 한구석에 매우 강하게 인식되지 않고는 말로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반응은 당연히 욕 천지다. 해당 지역과 반대 당은 물론이고 한국당에서도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 예상된 결과다. 그러나 살짝 반응을 틀어보면 블랙유머소재로 쓸 법하다. 곧 부천과 인천은 서울에 살던 사람이 일이 안 플리면 밀려나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풀어 재미있게 엮는거다. 뭔 소린가 싶겠지만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가장 더러운 동네 베스트 10을 뽑고 그중 1위에 오른 마을은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거다. 당신이 사는 곳은 너무 깔끔해서 함부로 쓰레기도 버리지 못하니 우리 동네에 놀러와서 마음껏 어질러놓으세라는 식이다.
사실 정태옥 의원의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부천이 인천보다 서울이 인천보다 살기 좋은 것,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값이 비싸다,은 진실(?)에 가깝다. 물론 누구나 애향심이 있으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최고라고 하겠지만 만약 기회가 되서 옮겨야 한다면 서울로 그중에서도 강남에서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이유는 인천에 살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신혼살림을 인천에서 시작해 10년 가까이 거주했다. 참고로 아내는 인천출신이다. 처가도 여전히 인천에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낯선 경험이었다. 좋은 일도 있었고 안좋은 기억도 있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특정 지역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곧 일자리와 생활환경 교육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다. 만약 누군가 돈을 주면서 강남 아파트먼트로 옮기라고 제안을 한다면 어떨까? 안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산과 강에 둘러쌓여 조용한 곳이 내 취향에 딱 맞다.
마지막으로 부천, 인천에 사시는 분들은 기죽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비분강개할 일도 아니다. 그저 빙긋 웃으며 마을 입구에 "이부망천의 본고장"이라고 적은 플랭카드를 만들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