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바지만 입고 멋지고 쿨하게 여름을 나면 안될까요?
나는 여름이 좋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반바지를 입게 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꼬박꼬박 출퇴근을 하는 직장에 다닐 때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일하는 패턴이 바뀌면서, 이른바 프리랜서로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반바지도 막(?)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반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을 때의 자유로운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뭔가 알 수 없는 틀에서 벗어난 느낌이랄까? 이후 여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딱 정한 날짜는 아니지만 왠지 6월이 되면 무조건 반바지를 입어야 될 것같다. 5월말부터 반바지들을 꺼내 옷장에 넣고 6월 1일이 되자마자 바로 갈아입고 온동네를 돌아다닌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름만 되면 반바지를 입고 어슬렁거리면서 찌는 듯한 더위에도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을 쯧쯧거리며 바라본다는 에세이가 떠오른다.
한가지 아쉽다면 긴바지도 늘 준비하고 다니느라 가방이 다소 무거워진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만날 때는 드레스 코드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적당한 곳에서 반바지로 갈아입는 것도 다소 귀찮다. 이웃의 시선과 경비아저씨의 눈초리가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평일에 반바지를 입고 아파트먼트를 나서는 사내에 대한 호기심(?) 어린 관심이 부담스럽다. 제발 부탁이니 다들 반팔 티에 반바지만 입고 멋지고 쿨하게 여름을 나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