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rve the final judgement

 

국물이 탁자에 살짝 튀었다. 가방안에 있는 휴지를 꺼내려는 찰나 "그게 뭐에요"라는 앙칼진 소리를 들었다. 그 짧은 순간 어떻게 서너가지 판단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아, 예 죄송합니다. 아무 소리 하지 말고 휴지를 꺼내 닦는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상대를 쳐다본다. 그러나 난 다른 결정을 내렸다. 붙같이 화를 냈다. 지금 휴지 꺼내는 건 안 보여요? 어디서 지적질이야,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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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 is in the Detail

 

북미회담이 결렬됐다.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열린 한미정상만남서 열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도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반응은 두갈레다. 안타깝다와 그럴 줄 알았다. 현재까지는 전자가 앞서지만 경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건 어디서 잘못이 있었는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똑같은 잘못을 더이상 저지를 수는없기 때문이다. 분석은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조심스레 의견을 낸다면 디테일에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남북정상회의가 지나치게 보여주시식으로 진행됨으로써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건 대외적인 발표일 뿐 실제로는 진전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공식화되지 못한 결과는 언제든 뒤짚힐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속내는 결국 미국과의 담판이기에 어쩌면 우리나라를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를 압박한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곧 우리 대통령과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켜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로 몰아간 것이다. 직업인 도박사인 트럼프는 전략을 간파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대강 전술을 이어가다 결국 파토가 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북한을 달래고 미국을 구슬리고 게다가 중국의 눈치까지 보았지만 결국은 결렬되고 말았다. 사실 북한과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더 나아가 일본까지 이번 북미회담 불발로 손해보는 나라는 없다. 다들 할만큼 했다는 분위기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약속을 지키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킴으로써 이후 행보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미국은 적대국가의 정상을 갑작스레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워졌고 중국은 배후자로서의 위상을 여전히 유지했고 일본은 패싱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만 열심히 이곳저곳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헛품만 판 셈이다. 물론 향후 남북관계가 과거와 같은 비상상황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러나 과거의 전례로 볼 때 북한이 어느 순간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는 박정희 독재정권때도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강했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과실은 정권이 따먹고 현실은 분단의 연장이었다. 마치 영화 <강철비>에서의 대화처럼 국민들은 통일을 원하는데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분단을 이용해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현상은 한 진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보수는 냉전을 유지하기 위해 화해를 지나치게 미루었고 진보는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급작스런 통일 무드를 만들곤 했다.

 

이젠 차분히 복기를 할 때다. 물론 허탈감에 젖어 기운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너무 급한 드라이브 일변도로 달려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저보면 북미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개방개혁조치를 취한다는 보장도 없다. 도리어 서로에게 여지를 남겨두는 바람에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회담을 준비할 시간을 번 측면도 있다. 우리 정부는 과도한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직하게 말해 문 대통령께서 1박4일이라는 무리한 일정으로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은 과했다. 회담결렬 가능성을 보고받고 어떻게 해서든 취소해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럴 때일수록 의연하게 우리가 할 일은 다했으니 더이상의 액션은 없다라는 태도가 아쉬웠다. 이 순간의 판단이 디테일을 놓친 결정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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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2disc) - [할인행사]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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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계기로 비범한 감독에서 그저 개성강한 디렉터로 변모하고 말았다고 생각해왔다. 원작의 아우라가 워낙 큰 탓도 있었지만 더이상 새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저그런 영화로 남을뻔했던 작품이 갑자기(?) 부각되고 있다. 바로 움파 롤파스로 나온 딥 로이 때문이다. 키가 작은 그는 일종의 카메로로 출연했다. 재미있는 것은 장면이 많은 조연이었다는 것. 도대체 몇가지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더로 종횡무진 활약했는데, 더욱 놀라운 건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스스로 촬영했다는 것. 이를 테면 자신의 분신이 나와 수십명이 나와 춤을 추면 씨지로 처리할 법도 한데 한 명씩 따로 다 찍었다고 한다. 왜 처음 보았을 때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을까? 아마도 팀 버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과연 로알 달의 오리지널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보았기 때문이겠지. 여하튼 다시 보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찰리도 윙카도 아닌 움파 롤파스였다. 그런데 박나래가 떠오른건 과연 나만의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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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액트 2 - [할인행사]
빌 듀크 감독, 제니퍼 러브 휴이트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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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는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고 생각한다. 줄거리가 다소 엉성하고 연기가 어색해도 흥겨운 뮤직이 흘러나오는 순간 모든 실수가 용서되기 때문이다. <시스터 액트 2>도 그렇다. 이미 뻔히 아는 내용임에도, 수녀로 분한 우피가 우여곡절끝에 위기를 해결하겠지, 영화가 시작되지마자 흘러나오는 메들리에 그만 훅하고 빨려들어간다. 폐교 위기에 처한 천주교 계통 음악학교. 우피는 수녀들과의 인연으로 음악 선생으로 들어가 오합지졸 학생들을 훈련시켜 음악경연대회에 나가게 되는데. 결고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승. 그런데도 눈물이 난다. 누구나 그렇듯 학창시절은 지나면 추억이지만 하생일 때는 너무나도 끔찍하니까. 지나고 보면 별것아닌것 같지만 학교가 전부인 아이들에게는 친구들과의 싸움이나 부모와의 갈등은 상상 이상으로 큰 고민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흥겨운 음악도 놓칠 수 없는 빅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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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난니 모레티 감독, 난니 모레티 외 출연 / 엔터원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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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죽는다. 시기만 다를 뿐. 그것이 순리다. 그러나 자식이 부모를 두고 먼저 떠나면 모든 것이 송두리째 변한다. 영화 <아들의 방>은 그 과정을 처절할 정도로 화면에 담아낸다. 정신과 의사인 조반니.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살며 일남일녀를 두고 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상류층 가정이다. 고민이라면 자신을 찾아오는 괴상망칙한 환자들의 투정을 들어주는 정도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을 것 같던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아들의 죽음을 접한다. 다이빙을 하다 바닷속에서 길을 잃어 급하게 도망치려다 그만 숨이 막혀 죽고 만 것이다. 조반니는 엘리트답게 절도있게 장례를 치르고 와준 사람들께 침착하게 감사카드를 보내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환자들을 돌보는데 그건 단지 겉모습뿐이었다. 속은 곪아들어가고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가족 모두. 우여곡절끝에 가족은 다시 한번 화목한 단합을 이루어내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그건 억지로 봉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조반니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천직이던 의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죽은 아들에게 반했던 여자아이와 함께 무전여행중이던 그 남자친구를 차에 태워 프랑스 국경까지 간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아들을 정말 몰랐구나. 남은 생은 아들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아들을 제대로 알아봐야겠구나. 일단 일요일이면 정기적으로 아들과 함께 하던 조깅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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