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노스를 공동의 적으로 내세운 것은 신의 한수였다. 자칫 산만할 수 있는 영화의 중심을 제대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나친 비장미는 가벼운 오락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서사극의 주인공이 되려는 마블 히어로즈들
<어벤저스 인피니트 워> 열풍이 거세다. 개봉한 지 11일만에 7백만 명을 돌파했다. 천만 명 동원은 이미 당연한 예상이 되었고 조심스레 2천만까지 점치는 이들도 있다. 마블 히어로즈들이 떼거지로 나온다는 점과 5월 황금연휴가 겹쳤고 게다가 독점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개봉관에서 물량공세를 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런 현상에 혀를 차며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기가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 과감하게 동참대열에 합류했다.
뜻밖의 변수로 안경없이 또 늘 애용하는 메가박스 코엑스가 아닌 판교 씨지브이에서 보았다. 어린이날이라 당연히 객석은 꽉 찼고 다들 기대에 가득차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갈 준비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마블 종합편을 표방했지만 사실은 타노스와 자모라가 영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설정은 제작진의 영리한 판단이었다. 자칫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을 수 있었던 영웅열전이 아니라 히어로즈들도 꺾기 어려운 강력한 적이라는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더불어 타노스가 그저 악인의 상징이 아니라 내면의 갈등이 크다는 점을 의붓딸을 통해 부각시켜 극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영웅들의 캐릭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음에도 지나친 비장미로 영화의 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가디언 갤럭시 팀이 특유의 유머를 간간이 구사하지만 비극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만듦으로써, 인류 절반이 명망한다, 앞으로 어벤저스를 그저 심심풀이 땅콩 쯤으로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물론 마블스튜디오는 잡싸게 개별 히어로들을 활용하여 즐거운 스토리를 제공하겠지만, 예를 들어 데드풀 2가 그렇다, 이미 슬픔의 바다에 빠진 관객들의 마음이 쉽게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