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박은영 지음 / 미메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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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 성인이라면 자신의 밥벌이는 당연히 해야 하고 결혼을 했다면 아이가 있어야 하고 아무리 맞벌이라도 아내가 집안일과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대체 누가 그런 정의를 내렸는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는 제목부터 기분나쁜 책이다. 마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산다는 것을 겉으로는 겸손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뿌듯해하는 이중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은 절대 별나지 않다.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번역가가 도대체 왜 특별하지.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지 않아서 다르다는 뜻인가?

 

그럼에도 이 서적을 꼽은 이유는 <뿌리깊은나무> 때문이다. 전설적인 이 잡지를 읽는 모임을 이끌며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는 김선문씨의 사연이 실려있다. 좀 뜻밖이다. 굉장히 젊은 나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아무튼 반가웠다. 은퇴후 내 일상은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뿌리깊은나무>를 창간호부터 꾸준히 읽어나가는 것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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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가지 일본의 냄새
김영길.이향란 지음 / 북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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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로 관심을 끈 아나가키 에미코의 새 에세이(그리고 생활을 계속된다)를 읽다가 작지만 확실한 깨달음을 얻었다. 신문기자로 바쁘게 지내던 그녀는 동북 대지진으로 삶이 휘청거렸다. 지진때문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수속 폭발때문이었다. 기술자나 관련 학자들의 안전하다는 주장을 털끝만치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충격은 더 컸다. 그저 바쁜 척하며 습관적으로 일을 해온 결과치고는 참혹했다. 나 기자 맞아?

 

"눈앞에서 중대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코 앞에 주어졌는데도, 사람들 장단에 맞춰 적당히 잔꾀를 부리느라 바빳던 나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다."

그렇게 산 적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슬쩍 한발을 빼고보니 그런 꼴불견이 없었다. 한 때 함께했던 이들중에는 지금도 그런 이들이 있다. 정부에서 주는 자리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잘났다며 목청을 높인다. 이처럼 숭고한 일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야.

 

그러나 나는 안다. 속으로는 불안감에 떨고 있음을.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떠들어대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쩌면 진정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섣불리 말을 꺼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결국 목소리 큰 놈들만 모인다.

 

<250가지 일본의 냄새>는 뜻밖의 수확이다. 일본생활 경험이 있는 부분의 수필책이 얼마나 대단하겠어라는 편견이 있었다. 심지어 거의 자비출판에 가까운 것 아니야라는 의심도 했다. 그러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나가면서 이처럼 담백하고 솔직하게 일본을 소개한 책이 있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 이어령씨처럼 현란하게 자기 자식을 뽐내며 쏟아낸 멋드러진 문장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정말 자신들이 아는 것만 정직하게 썼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집을 나서면 미안해요, 죄송해요, 고마워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아침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먼저 타라고 양보를 받으면 고마워요, 사람의 몸에 살짝 부딪치면 죄송해요. 돈 주고 밥 먹고 물건을 사고도 고마워요. 이 세가지 뜻을 모두 가진 하나의 말이 있어요. 도우모라는 일본 말이에요. 이 말 하나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이 다 원만하게 되지요."

이 짧은 글이 지니는 무게는 헤아릴 수가 없다. 마치 내가 일본의 한 도시로 장소이동을 한 느낌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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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샘 2019-07-25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250가지 일본의 냄새를 쓴 김영길입니다.
잡문에 불과한 책을 이렇게 극찬의 평을 듣게 되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속으로 다하지 못한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을 낸 의도를 꿰뚤어 보아 주셔서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분이 있기를 하고 바랬습니다.
이제 마음이 편해졌네요. 블로그 운영자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김영길 拜上

카이지 2019-07-3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도리어 더 감사드립니다. 작가는 독자가 있기에 글을 쓸 수 있다는 상식을 다시금 깨닫는 고마운 답글이었습니다. 올여름도 건강하게 지내시고 좋은 글 더욱 더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포켓몬, 넌 나와 늘 함께 할거지?

 

혼자라도 괜찮아, 네겐 친구도 적도 있잖아.

 

포켓 몬스터는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애니다.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당연히 산업적으로도 부가가치가 크다. 카드는 물론 게임에 이르기까지.

 

지나친 상업성때문에 외면한 것은 아니다. 단지 관심이 없었다. 기회가 와서 보았을 뿐이다. 당연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 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이럴 수가? 한시간 삼십 분 남짓의 상영시간 끝이 다가올수록 아쉬워지더니 슬며시 눈물까지 배었다.

 

내가 왜 이러지? 곰곰 생각해보니 포켓 몬스터에 나오는 아이들은 외롭다. 악당을 제외하고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홀로 모험에 나선다. 무리지어 다니지 않고 각자 다니다가 배틀을 하게 되면 서로 뭉친다. 그리고 싸움이 끝나면 또 쿨하게 헤어진다.

 

"그래, 예전처럼 또 혼자서 다니다가 배틀을 하게 되면 다시 뭉치자."

 

적도 한마디 한다.

 

"알았어, 다음에 만날 때까지 누군가에게 절대 지지 마. 내가 이겨줄 테니까."

 

사토시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 잘가."

 

아 내가 그 장면을 보고 울음이 나왔구나. 세상은 혼자 견디기에 너무도 괴롭고 힘들지만 피카츄가 있는한 그리고 새로운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한 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 포켓 몬스터는 홀로 지내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죽지 말고 씩씩하고 슬기롭게 살아가라며 응원을 한다.  

 

덧붙이는 말

 

<포켓 몬스터, 너로 정했다>는 탄생 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영화다. 조금만 인기가 있어도 티브이 방영분을 축약편집하여 극장에서 상영하고 비슷한 버전으로 연달아 제작하는 일본의 통념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포켓 몬스터를 처음 접했거나 이미 익숙한 이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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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빈>의 찹쌀 탕수육. 소스는 아예 뿌려져 나온다. 찍먹이 가능한지 미리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가격이 워낙 싸서. 독특한 점이 있다면 콩나물이 얹혀져 나온다. 아주 바삭거리지는 않지만 찹쌀을 입혀 쫄깃하다. 생각보다 양은 많지만 둘이 먹을 정도는 아니다. 전형적인 혼밥형을 겨냥한 메뉴다.

 

탕수육이 당기고 곁들어 짜장면도 조금 맛보고 싶다면

그런데 돈이 똑 떨어져 지갑이 가볍다면 

 

이 식당은 맛집이 아니다. 곧 시간을 내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만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일이 있어 혹은 다른 이유 때문에 산본역에 들렀다면 혹시 또 그날따라 탕수육이 당기고 곁들어 짜장면도 조금 맛보고 싶다면 그런데 돈이 똑 떨어져 지갑이 가볍다면 결단코 반드시 가야할 중국음식집이 바로 <후하빈>이다. 

 

<런닝맨>을 포함하여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세를 탄 곳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가격때문일 것이다. 짜장면 한 그릇에 천 원, 그리고 탕수육을 시키고 현금으로 오천원을 내면 조금 양이 빈약하지만 짜장면도 먹을 수 있다.

 

오늘 내가 그랬다. 알라딘 중고매장 산본점에 사고 싶은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시간을 냈다. 생각보다 찾기가 어려웠다. 그 새 문을 닫았나 의심이 갔다. 어렵사리 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건물의 2층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간 덕인지 등산을 다녀온 단체손님과 가족인 듯한 한 무리의 손님밖에 없었다.

 

어디 소문난 맛을 먹어볼까?

 

바닥이 끈적거리고 종업원의 무심한 듯 시크한 접대에 살짝 놀랐지만 가격을 감안하고 한껏 기대를 부풀렸는데. 결론은 먹을만하다 정도. 짜장면은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탕수육은 바삭함은 없고 눅눅했다. 아마도 양껏 튀겨놓고 그 때 그 때 다시 데우는 듯 했다.

 

아, 그리고 단무지는 되도록 먹지 않은게 좋다. 조금이라고 남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벌칙 때문이 아니라 맛이 없어서다. 새콤함은 사라지고 시큼함만 진동한다. 단체배식으로 하루종일 통에 담가놓아 그런 게 아닐까? 물론 양파는 없다. 게다가 단무지 포함 물도 셀프다.

 

남기지 않고 다 먹었지만 다시 방문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날 또 갑자기 짜장면도 먹고 싶고 탕수육이 그리워지는데 함께 즐길 사람도 곁에 없고 어쩌다보니 산본역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된다면 저절로 발걸음이 그리로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다. 부디 그 때까지 살아남아라. 오천원에 탕수육과 짜장면을 함께 먹기가 어디 쉬운가?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sukii0427/22120977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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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메이드
더그 라이만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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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생은 별 볼일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예외가 아니다. 만약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비행기 조종사로 가족을 부양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온다.

 

"정보기관에서 일해볼 생각 없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결국 손사레를 치겠지만 베리 씰은 오케이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일이야하며 승낙을 한다.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채. 무기를 실어날아 반군을 지원하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아이쿠 하며 발을 빼야 하는데 왠일인지 베리는 한 술 더 떠 역으로 중남미의 마약을 미국으로 들여온다. 어차피 비었는데 그냥 오기 뭐하잖아.

 

그러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 들어간다.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연방 수사국이 개입하고 총기 및 마약 관리국까지 끼어든다. 야 이건 너무 영화같은 시나리오 아니야라고 살짝 짜증이 났는데 이럴 수가 이게 실화였다 세상에나.

 

영화는 내내 유쾌하게 전개되지만 사실은 미국의 흑역사를 들추어낸다. 중남미 국가들의 반군을 맹비난하면서 실제로는 그들을 위헤 무기를 제공하는 이중적 행동을 한 것이다. 베리 셀은 그 와중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지만 어쩌면 그는 그런 운명을 예고했을지도 모른다. 곧 한번뿐인 인생, 진짜 멋지게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실제로 인터뷰에서도 베리 역을 맡은 톰 쿠루즈는 그는 가족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자상한 아빠였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개척하게 위해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과연 진짜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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