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지름길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로 성공했다. 고등학교 야구의 인기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 출신의 선수들이 활약하니 당연히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이 예외라고는 했지만 그래도 연고지 의식은 강했다. 삼미에서 청보로, 그리고 태평양에서 현대로 기업이 바뀌면서도.

 

그러나 현대가 난데없이 서울로 본적을 옮기겠다고 하면서 족보가 꼬이고 말았다. 차라리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면 다행이었을텐데 자금난으로 엉거주춤 수원에 임시로 터를 잡았다. 그 틈을 비집고 전주를 본가지로 했다가 망한 쌍방울 선수단이 인천에 에스케이로 이름을 바꿔 들어왔다. 나는 인천 출신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토박이들은 아직도 에스케이를 응원할지 현대의 뒤를 이은 넥센을 지지해야할지 헷갈린다고 한다. 현대가 굳건이 인천에 뿌리를 내렸다면 이런 복잡한 사연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분단도 마찬가지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오고가던 공간에 철책이 둘러지고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다는건 비극을 넘어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새 장벽에 익숙해졌고 통일이 도리어 어색해져 버렸다. 북쪽에는 머리에 뿔까지는 달리지 않았지만 도저히 생각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집단이 살고 있다고 상상한다.

 

교육방송을 자주 보고 듣는다. 그 중에는 탈북한 여대생을 상대로 영어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아무래도 외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다소 답답하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주 보다보니 나 또한 응원하게 되었다. 아무리 떨어져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조금만 지내보면 금세 친해질 수 있다.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입맛을 가지고 오랫동안 같은 나라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열린다. 소금 뿌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번에도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거라고 비아냥댄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기회가 생기면 자주 보는게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동차로 한두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 언제까지나 으르렁 거릴 수는 없지 않는가? 이번 회의에 가장 크게 기대하는 건 종전 논의다. 곧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거다. 문 대통령께서도 이점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통일도 좋지만 사실 종전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종전이 확정된다면 굳이 당장 한나라로 살 필요도 없다.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며 조금씩 서로의 문을 열어나가다보면 통일은 어느샌가 성큼 우리곁에 다가설 것이다.

 

고작 프로야구 연고지 팀의 이전을 두고도 찜찜한데 나라가 두동강이 나 갈라져 몇십년을 살아왔으니 오죽 답답한 세월이었나? 이번에야말로 통일의 물꼬를 제대로 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다면 성심성의껏 도와주는게 우리의 도리다. 제발 정치적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 초를 치는 짓거리는 하지 말아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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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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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의 삶을 유쾌하게 소개하여 인기를 끈 이나가키 에미코가 두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미묘하게 내용과 어긋나는 타이틀이다. 알고보니 원제목은 <씁쓸한(허전한) 생활> 일본어로는 사비시히 세이카츠. 사비시히를 직역하면 씁쓸한 혹은 허전한이지만 사실 더 풍부한 의미가 담겨있다. 호젓하다 쪽이 더 가깝고나 할까? 왠지 담백하고 충만한 느낌이 전해진다. 여하튼 부정적인 말은 아니다.

 

처음 직장을 잃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산행이었다. 평소에는 주말에 가서 사람에 부대꼈는데 평일에 가니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자연과 한결 더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회사를 그만두어도 마냥 괴로운 것만은 아니구나. 물론 돈이 없으니 괴롭지만 그것도 자신의 씀씀이가 문제는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는건 나중에야 알았다. 이후 일을 하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세월을 보내온 경험에서 우러나는 말이다.

 

에미코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아시히 신문이라는 좋은 직장을 미쳤다고 때쳐치워? 정 일하기 싫으면 정년까지 대충 버텨서 퇴직금이나 연금이라도 타먹어야지? 글쎄? 과연 그 말이 옳을까? 인생을 놓고 보면 무의미하게 5, 6년을 버티는게 더 낭비아닌가? 목적이 없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가면서 보내는거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나가키같은 삶도 있다. 그러니 부디 백수라고 낙담하지 마시고 자신만의 설계대로 살아가면 된다. 그야말로 돈이 있건 없건 직업이 생기건 말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돌아다니고 다시 잠이 드는 생활을 계속 되니까. 그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결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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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팻캣의 영어 수업 : 영어는 안 외우는 것이다 - Big Fat Cat
무코야마 다카히코 지음, 다카시마 데츠오 그림, 김은하 옮김 / 윌북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의 영어 열풍 역사는 오래되었다. 각종 시험에 영어가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한 이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유증으로 영어 하면 치를 떠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만약 시험과목에 영어가 없다면? 관련 사업이 올스톱되면 경제는 타격을 받겠지만 영어실력은 도리어 향상될 것이다. 부담없이 배우고 싶은 사람만 영어를 할테니까.

 

<빅팻캣의 영어 수업 : 영어는 안 외우는 것이다>는 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믈론 이 책이 알려주는대로 하면 점수도 오르겠지만 그건 충분한 시간과 공을 들인 다음의 결과다.

 

무코야마는 간단하게 비법을 공개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익히는 사람처럼 하면 된다.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여 외우고 다시 영작을 하는 번거러움을 피하고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 된다. 그게 어디 말이 쉽지 실제로 가능하냐고 묻는 사람에게 나는 다시 질문한다. 그럼 외국어는 절대 잘하지 못해요. 아이들이 실수가 두려워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마구 하다보면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알아서 터득한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을 영어로 된 책을 읽는거다. 곧 실제 현지인들이 읽는 서적을 동시에 보며 감각을 익히는 거다. 단 조건이 있다. 수준에 맞게. 초등학생이나 그 아래 아이들 대상의 책들부터 차근차근 접하면 된다. 나는 이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영어를 썩 잘하는건 아니지만 두려움을 없앤 계기는 영어책 한 권을 정해 끝까지 읽는거였다. 단어나 문장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도 계속 읽다보면 전체윤곽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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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선바위역 인근 밀숲칼국수전문점. 사골국믈을 베이스로 한 푸짐한 양과 착한 가격이 돋보인다. 얇은 피로 만든 만두도 별미다. 식사때면 줄을 서야하기 때문에 되도록 다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배부른 한끼로 부족함이 없는 칼국수집

 

칼국수의 생명은 국물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면이야 거기서 거기니까. 실제로 칼국수를 먹으며 면을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물이 어떻게 면에 잘 스며드느냐가 핵심이다. 주로 멸치, 바지락을 포함한 해산물, 사골국이 베이스인데 이 중 가장 선호하는 국물은 멸치다. 집에서 해 먹기 가장 편하고 맛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해산물은 자칫 잘못하면 비리고 사골은 느끼하기까.

 

그러나 바깥에서 사먹을 때는 멸치국물은 멀리 한다. 조금 더 전문적인 육수를 먹고 싶기 때문이다. 동네에 칼국수를 포함하며 만두를 파는 가게가 있다. 날이 쌀쌀하거나 겨울에 생각하면 가끔 들르는데 눈앞에서 직접 면을 다듬는 모습에는 신뢰가 가나 맛은 정직하게 말해 별로다. 참고로 국물은 조개우린 물이다. 때이른 바람에 비까지 내려 으슬으슬한 어제, 갑자기 칼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그럴 땐 먹으면 그만이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그릇이라고 해봤자 얼마 하겠는가?

 

문제는 어디냐이다. 동네 가게는 영 땡기지 않고 조금 걸으면 잘하는 집이 있기는 한데. 당연히 잘하는 곳으로 가야지. 이 집은 인근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사골국물에 국수를 내주는데 기름기가 없고 부드럽고 담백하다. 양도 많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가격도 착하다. 한 그릇에 사천 원. 공기밥은 오백원. 배부른 한끼로 부족함이 없다.

 

덧붙이는 말

 

좋은 식당의 조건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종업원들의 태도도 큰 몫을 한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종사자들이 불만이 많으면 오래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 직원들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친절과 정성이 느껴진다. 게다가 질릴법도 한데 식사로 칼국수를 드시는 것을 보고 정말 파는 음식을 사랑하는게 느껴진다. 아 그리고 사골국물도 좋지만 면도 직접 뽑기 때문에 풀어지지 않고 쫄깃하다.

 

사진 출처: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mage&sm=tab_jum&query=%EC%84%A0%EB%B0%94%EC%9C%84+%EB%B0%80%EC%88%B2%EC%B9%BC%EA%B5%AD%EC%88%98#imgId=blog115341103%7C6%7C220961441611_1&vType=roll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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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산사에는 커피 향만이 가득했다

 

언제 마셔도 좋은게 커피라지만, 물론 애호가인 경우에, 특별히 더 맛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월요일 내가 그랬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꾸준히 이어온 월요산행의 전통(?)을 따르기 위해서였다. 이럴 땐 매일 직장 다니는 일을 하지 않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주말과는 달리 등산객이 적어 호젓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 비까지 내리니 그야말로 산을 통째로 전세낸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상에 올라 언제나처럼 식당에 들렀다. 그래도 점심시간에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그 날은 달랑 세 명이 전부였다. 나까지 합쳐. 비빔밥에 국물, 그리고 특별히 보너스로 전까지 나와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 정직하게 말해 맛은 그저 그렇지만 그래도 식후에 마시는 자판기 커피가 있어 늘 설레곤 했다. 사실 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 산에 오르는지도 모른다.

 

경쾌하게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가볍게 버튼을 눌렀는데 이런 컵만 나온다. 난감함을 넘어 분노가 느껴졌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절 사무실에 들렀다.

 

"저기요, 커피가 안 나오고 컵만 나왔는데요."

 

보살들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듯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끓였다. 순간 나는 다른 세상으로 이동했다. 모든 것이 멈추고 보글보글 물끓는 소리만 들리는. 멍하니 있는 나를 깨운건 여직원이었다. 그녀는 흔한 노란색 포장지의 일회용 밀크커피를 종이컵에 털어넣고 물을 부으면서 중간 정도로 할까요 아니면 가득 채울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가득 부탁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산사에는 커피 향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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