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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파라도 썰어 볼까
다마무라 도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마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설거지는 주로 내가 하지만 요리는 거의 아내 몫이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주중에는 서로 외식을 하고 기껏 함께 식사를 하는건 토요일, 일요일 저녁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부 모두 요리에 관심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데 먹는데 시간을 쓰고 지나치게 몰두라는 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는. 어차피 몸에 들어가면 비슷비슷하게 섞이는데 뭘. 차라리 배가 고플땐 고구마를 쩌서 우유와 함께 먹는게 훨씬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일단 양파라도 썰어 볼까>는 나같은 사람을 후려갈기는 책이다. 요리는 하찮은 시간잡아먹기가 아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최상의 수업이다. 세상에 온전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부엌에서 칼을 들고 재료를 다듬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만큼은 완전히 주인이 될 수 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요리에는 영.
덧붙이는 말
이 책이 나온 해는 1999년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그 당시 중년 남성이 요리 배우기 열풍이 불었다. 뒤늦게나마 우리나라에서 번역한 이유는 요즘의 트렌드에 맞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도 잘 붙였다. 원제목은 지루한 입문서같다면 번역은 아주 상큼하게 유혹하고 있다. 당장 집안에 굴러다니는 양파를 찾아보고 싶을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