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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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전라도 한옥에 산다. 그가 오랫만에 수필집을 내며 한 인터뷰를 읽었다. 그는 젊었을 때는 에세이를 잡문이라 여겨 가볍게 보았는데 직접 써보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직하게 말해 그걸 이제 알았냐라고 되묻고 싶다. 힘이 들어가 글은 본인은 매우 만족할지 모르지만 독자들은 지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빙과>는 그야말로 어깨에서 힘을 딱 빼고 한가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남동생에게 고전부 동아리에 들어가달라고 당부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약 가입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없어진 상황에서 자의반 타의반 들어가게 되는데 왠걸 그곳에는 자신 말고 또 다른 여학생이 이미 와있다. 사건은 바로 그 날 발생한다. 뭐 거창한 일은 아니고.

 

일본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에 추리 요소를 가미하며 끌고 나가는 이야기가 인기다. 이른바 라이트노벨이다. 일기인지 수필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지리멸렬한데 의외로 읽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몰두와 집중을 요구하는 소설은 이젠 구태의연한 과거가 되도 말았다. 마치 스튜디오 예능이 사라지고 날 것 그대로의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듯이. 아니나 다를까 출발은 미미했지만 꾸역꾸역 글을 나오더니 고전부는 이제는 요네자와의 브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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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집에 관한 거의 모든 것 - 흙건축가 황혜주 교수의 단단한 집 짓기
황혜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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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쓴 책을 평할 때는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황혜주 교수도 그렇다. 흙집이 전공인 그는 특이하게(?) 프랑스 유학파다. 왠지 토속적인 주제인 흙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에, 그것도 프랑스라니. 그러나 다 이유가 있다. 흙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건축소재이다. 그 역사도 오래되어 기원전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흔하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더이상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없다. 시골의 토굴이나 문화재 보수 용으로 쓰인다고 아는 정도다. 지은이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파트먼트의 자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글쎄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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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결혼했을까 - 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애착의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유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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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흔한 세상이 되었다지만 사실은 굉장히 힘들다. 결혼보다 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못해 사는 부부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어느새 사랑은 식고 의리도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고 자식에 대한 애정도 예전같지 않고 그러다 늙어버린다.

 

<어쩌자고 결혼했을까>는 제목은 도발적이지만 내용은 꽤 건실하다. 여러 사례를 들어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왠지 겉돈다. 예를 들어 결혼후 성관계를 피하는 아내를 향해 그런 증세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게 처방인가?

 

"아내와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한 남편이 불륜에 빠지거나 유흥가를 기웃거리는 일도 흔하다.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아내에게선 얻지 못하는 감정적 지지를 다른 여성에게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남성처럼 아내에게 집착하면 그것이 되례 관계를 망가뜨리는 경우도 있다."

 

뭐야? 가정의 안녕을 위해서는 바깥에 나가 바람이라도 피우라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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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
마티아스 드뷔로 지음, 김수영 옮김 / 필로소픽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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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유화 이전 시대를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렵사리 외국에 다녀온 사람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른바 선진국에 머물렀던 이들은 더했다. 고작 일주일 여행을 다녀와서는 마르고 닳도록 틀어댄다. 지금이야 누구나 돈만 있으면 쉽게 해외에 나갈 수 있어 덜하지만.

 

<여행 이야기로 주위 사람들을 짜증 나게 만드는 기술>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놓은 책이다. 우리만 그런줄 알았더니 다른 나라 사람들도 별 수 없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이런 식으로 글을 풀어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풋 하고 웃음이 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빵집에서 무심결에 그런 것처럼 다른 나라 지폐로 빵값을 내라. 식당에서도 다른 나라 화폐로 팁을 주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웃픈 이야기. 한창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던 시절에 한국사람들은 오백원짜리 동전을 잔뜩 가지고 갔다. 일본의 오백엔과 크기가 디자인이 비슷해서다. 환율로 따지면 열배 차이가 나니 꽤 이익이 남았다. 실제로 자판기에서 오백원을 자주 사용하곤 했다. 급기야 일본에서는 동전 도안과 무게를 바꾸고 말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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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수학 - 수와 식에 관한 100년간의 이야기 뉴욕타임스
지나 콜라타 외 지음, 고은주 외 옮김 / 열린과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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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문의 한가지 특징은 교수들이 칼럼을 쓴다는 점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는 후광을 업고 무혈입성한 셈이다. 그중에는 하나마나한 말을 개발쇠발 써대는 인간들도 있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스페셜리스트가 따로 있다. 이들은 한 신문사에 속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유기고가다. 부럽다. 자유롭게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 수학>는 신문에 실린 칼럼을 모은 책이다. 기사라는게 당시에 볼 때는 핫하지만 하루만 지나도 별볼일 없게 마련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다르다. 거의 백년전에 써놓은 과학기사를 읽어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다. 그만큼 지식의 깊이와 폭이 상상이라는 소리다. 수학역사의 오랜 난제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중화된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단초도 알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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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2019-03-1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겨우 별 둘만 주나.......

카이지 2019-03-1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지식을 제공하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깊이있게 읽기에는 다소 미흡하기 때문입니다.

ae 2021-01-0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에 ˝수학이라는 절대다수가 그리 반기지 않는 세계를 다루지만, 신문 기사라는 형식 덕분에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복잡한 수학 공식과 기호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에서도 암시되어 있듯이, 책 자체가 수학에 대한 깊은 논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걸 바라는 게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카이지 2021-01-0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