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고 한다. 모르는 소리다. 도리어 반말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 아이건 어른이건 지위가 높건 낮건 평이한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프랑스어에 열등감을 갖고 있던 귀족은 영어를 천박한 언어라고 깔보았다. 평민과의 차별화를 위해 어려운 영어를 만들어 쓰거나 아예 불어를 구사했다. 이 흐름이 역전된 것은 귀족이 몰락하고 부르조아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누구나 차별없이 말하고 쓸 수 없는 쉬운 영어 Plain English 운동이 불어닥친 것이다. 그 결과 영어는 영미권 국가에서뿐분만 아니라 세계공통언어가 될 수 있었다.


쉬운 언어라고 해서 거칠거나 투박한 것은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데 어려운 말이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개발된(?) 대표적인 단어가 Please다. 우리 말로 하면 제발, 부디쯤 되는데 딱 맞는 풀이는 아니다.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안일을 하는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에게 "쓰레기 좀 버려줄래" 할 때조차  Take Out the Trash라고 하면서 끝에 반드시 Please를 붙인다. 만약 Please를 쓰지 않으면 매우 무례한 사람이 되고 만다. 아무리 가족간이라도. 집에서만 그런게 아니다.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이와의 대화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이 말이 들어가는 순간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괜히 Please를 마법의 언어the Magic World 라고 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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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경기 - [할인행사]
빌 팩스톤 감독, 피터 퍼스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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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신사들의 스포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판이 없다. 곧 플레이어들이 양심껏 경기를 하고 스코어를 적는다. 남 모르게 반칙을 해도 뭐라 그럴 사람은 없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가문의 수치로 남는다. 실제로 선수도 모르게 한 행동을 중계를 보던 시청자가 발견하여 지적한 적도 있다. 


영화 <내 생애 최고의 경기>는 골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매너를 다루고 있다. 캐디 출신으로 업신여김을 받던 주인공이 유에스오픈에 도전한다는 설정 저체가 이미 극적인 요소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영화는 뻔한 감동대신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이어지던 상대 선수와의 멋진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곧 승자의 환호만이 아니라 패자의 우아한 승복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 이후 두 배우는 승승장구하게 된다. 단지 역을 잘 맡아서라기 보다는 싶은 여운을 남겨줄 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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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타이탄 - 할인행사
보아즈 야킨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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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코어>를 보다 인상적인 오에티가 삽입된 <리맴버 타이탄>을 발견하고 찾아서 감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전에 사용되어 유명세를 탔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형편없다는건 아니다. 도리어 단순한 흑백대립구도가 아니라 지도자와 선수, 코칭그룹간의 갈등과 협력을 기가 막힐 정도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게다가 실화에 바탕을 했다니 사실감 또한 극대화된다. 


백인과 흑인간의 차별화가 극대화되었던 1970년대 미국. 한 흑인 코치가 미식축구팀에 영입되면서 긴장감이 조성된다. 성적으로 그저그렇지만 온화한 성품으로 인기가 있던 백인 감독은 짤릴 위기에 처하지만 코치로 합류하며 마지막 불꽃을 불태운다. 강도높은 훈련이 계속되면서 선수들간의 대립도 하나의 목적아래 눈녹듯 사라진다. 그 비결은 흑과 백을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팀성적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는 리더의 안목덕분이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후배들을 섞어 밥을 먹게 하거나 경기중에는 서로 반말로 호칭하도록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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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가 옷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 사지 않은 이유

 

유병재씨는 옷가게에서 그냥 나온 이유를 묻자 직원이 너무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어서라고 답했다. 방송에서는 그의 유별난 내성적 성격탓이라며 희화화했지만 누구가 겪을법한 일이다. 손님이 충분히 시간을 갖고 알아서 찾아서 옷을 살 때까지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한 이유

 

문화방송의 <전지적 참견 시점>은 스타와 메니저의 사생활이 주내용이다. 주종관계같기도 하고 앙숙이 아닌가 싶기도 한 독특한 설정이 뜻밖의 재미를 이끌어낸다. 특히 유병재는 누구나 겪을법한 에피소드로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옷가게에 가서 이것저젓 참견하는, 종업원 처지에서는 도움을 주려는 의도겠지만, 점원때문에 정작 의류는 사지 못하고 나오게 되는 식이다.

 

방송에서는 유병재의 유별난 성격을 부각시켰지만 사실은 누구나 체험하는 일이다. 왠지 감시당하는 것 같고 물건을 사지 않으면 죄의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차라리 무관심하게 자기 일을 하고 정 도움이 필요할 때 물어보면 필요한 답만 해주면 그만일텐데. 실제로 일본에서는 매장 도우미들이 필요할 때 저를 불러주세요 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손님이나 가게 주인이나 필요없는 과잉 행동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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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대신 살아서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고 

피해자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스스로 목숨을 끊는건 인간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제외하고 그 어떤 생명체도 자살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역사 또한 길다. 수많은 사례중 가장 인상적인 건 소크라테스일 것이다. 스스로도 부당하고도 확신했고 심지어 명령을 내린 사람도 반대파를 무마하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했지만 그는 자살을 택했다. 더 나아가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 유명한 악법도 법인 것이다.

 

문학에서 비슷한 장면을 꼽자면 역시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다. 모함에 의해 고향을 떠났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유일한 은인을 찾아나섰다. 그러나 파산위기에 몰린 선장은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할 지경에 처해 있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붙잡고 제발 부탁이니 죽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아비는 단호히 말한다. 내가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면 사람들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을 비겁하다고 두고두고 욕할 것이다. 자살을 택하면 원성은 추모로 바뀌어 너와 네 어미는 연민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건 과감히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자식은 눈물을 흘리며 그 운명을 받아들이려는 찰나 백작이 들이닥친다.

 

배우 조민기씨가 죽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상복합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유서도 남겼다. 모든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알려진 것만 보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뿐만 아니라 자기 변명도 있었다고 한다. 곧 잘못은 했지만 나 또한 할 말이 있다. 무책임하다. 정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이다. 엄격한 수업의 스트레스를 인간적으로 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에는 어이 상실이다. 조민기는 죽어가면서도 억울했다.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 이 세상과 작별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자신의 숨통을 끊는다. 그 모두가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아주 특별히 관심을 받는 이들만 주목을 받는다. 조민기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그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과 정신적 공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았어야 마땅했다.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고 살아서 피해자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했어야 옳다. 그의 자살은 결코 명예롭지 않았다. 스스로에게나 가족에게나 그를 알았던 모든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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