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인생이 빛나는 곤마리 정리법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싫었는데. 그냥 이 악물고 참고 견뎠다. 그러나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계절이 물러가고 드디어 봄이 다가오고 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정리를 하는건 어떨까?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정리의 달인이 펴낸 책이다. 이미 연예인급으로 유명해진 곤도 마리에는 도루묵이 되는 청소 대신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곧 당장 눈에 보이는 것부터 버리는게 아니라 내가 왜 정리를 해야 하는지 필요성부터 깨달아야 한다. 만약 짐이 잔뜩 놓인 장소에서 안정감을 얻는다면 굳이 버릴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어느샌가 늘어나는 물건때문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일단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지 떠올려 보라고 권한다. 맞다. 바로 그거였다. 정리하고 난 다음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면 영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이 잘 아우러져 이해도 쉽고 읽기도 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와 선배
히라노 타로 지음, 방현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출판강국답게 별별 내용을 다 책으로 엮어 낸다. <나와 선배>도 그렇다. 포파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선배를 찾아 이야기를 듣는 컨셉의 기사들을 모았다. 그냥 한번 보고 버릴만한 것들까지 단행본으로 출간하다니. 사실 선후배 문화라는 것 자체가 일본 특유의 관습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그저 따르고 있다. 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나보다 뭔가를 잘한다는 고정관념을 갖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저명인사들의 인터뷰를 선배라는 이름으로 다소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의도였겠지. 여하튼 내가 아는 사람들도 있어 반가웠다. 마즈나카라는 일본 프로야구 자이언츠 선수는 내 젊음의 한 페이지 같은 분이라 눈여겨 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명

 

중요한 서류에 꼭 따라붙은 게 있느니 바로 도장이다. 최근에는 지장도 늘고 있다. 본인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사인, 정확하게 말하면 서명을 한다. 자기 이름을 자필로 적는 것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이름을 써넣으면 어떻게 되지? 왜 서양에서는 동양처럼 도장을 사용하지 않지?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서양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문맹시대를 거쳐왔다. 글자를 안다는 건 아주 높은 계급에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평민이나 천민은 읽고 쓸 엄두도 내지못했다. 그 결과 계약서와 같은 문서에 자기 이름을 쓰는 풍습이 생겼다. 어차피 글자를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니 서명이 곧 권위를 인정해준 셈이다.

 

흥미로운건 누구나 글자를 알고 난 이후에도 이 전통을 지킨다는 점이다. 자기 이름이 곧 모든 결정의 주체임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문맹시대를 겪은 동양은 왜 서명을 사용하지 않고 도장을 활용했는가? 인쇄술의 발달도 한 원인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계급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눈에 확실히 보이는 도장이 누군가 사기로 이름을 써놓는 것에 비해 확실하다고 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만 믿어

 

영미드라마를 보면 습관처럼 나오는 표현이 있다. 뭔가 상황이 꼬이거니 신뢰가 깨질 듯한 상황이면 밥먹듯이 You Have My Words라고 말한다. 우리 말로 하면 나만 믿어, 걱정하지 마 쯤 되겠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대충 분위기를 보고 약속 비슷한 걸 하는 줄은 알았지만. 지금도 그냥 외워서 알아듣지만 왜 저런 단어를 골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직역하면 "너는 내 말을 가지고 있어"이기 때문이다. 그게 왜 신뢰와 연관이 되지. 말의 중요성에 대한 가치가 다른 까닭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나 할까?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네가 보유한다는 건 내말이 너의 말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지금 내가 하는 말은 네가 정말 원하는 말을 단지 내 입을 통해 전해줄뿐이다. 상당히 복잡한 설명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해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벤저스의 강남의 큰 기대에 비해 살짝 별로였다면 블랙팬서의 부산은 영화의 핵심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다.

 

All Balck United

 

언제부턴가 마블에서 만든 영화하면 반드시 봐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고정팬이 확고하다는 말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매번 신작이 나오면 극장을 찾는다. 그러나 <블랙 팬서>는 고개가 갸우뚱했다. 일단 잘 모르고 살짝 등장했던 장면들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왔다갔다 하고. 게다가 비수기인 2월에 개봉이라니. 왠지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왠걸.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늘더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더이상 빼면 안되겠지,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예매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시작은 라이온 킹을 연상시킬만큼 장엄했다. 와칸다라는 가상의 나라에 살고 있는 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희귀 광물인 비브라늄이 유출되면서 위기가 닥치고 왕이에 오른 티칠라는 밀거래 현장으로 날아간다. 바로 그곳이 부산. 다소 느슨하게 전개되던 영화가 바짝 긴장의 고삐를 당기며 자갈치시장과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사한다.

 

정직하게 말해 영화 자체로 보면 탁월하지는 않다. 상업영화 특유의 특수효과는 다소 밋밋하고 스토리는 단순하다. 아프리카 배경도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금세 지루해진다. 기존의 마블 시리즈에 비해 돈을 상대적으로 덜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한가지 빼놓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감정이입. 만약 내가 흑인이라면 의미심장한 장면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흑인들은 총들고 강도짓이나 하고 아프리카국가들은 공공연히 3세계의 최빈국 취급을 받고 백인들앞에서는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어야 한다. 블랙팬서는 이러한 부조리에 분노하는 유색인종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절대 폭력은 안된다며 박애정신으로 인종차별을 해결해나가자고 호소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들사이에 블랙팬서 단체 관람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정권이후 더욱 각박해진 처지에 대한 울분이 터진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한국에서 블랙팬서가 성공을 거둔 데는 부산이 로케장소로 선택된 덕이 크다. 만약 다른 도시였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백인은 악당과 씨아이에에 요원 딱 두명 뿐인 흑인 영화를 누가 보겠는가? 수입업체에서도 이 부분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여하튼 다행이다. 어벤져스에 합류하던 혹은 독자적으로 다시 찍든 일단 눈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건투를 빈다. 블랙팬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