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저스의 강남의 큰 기대에 비해 살짝 별로였다면 블랙팬서의 부산은 영화의 핵심을 정면으로 관통하고 있다.
All Balck United
언제부턴가 마블에서 만든 영화하면 반드시 봐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고정팬이 확고하다는 말이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매번 신작이 나오면 극장을 찾는다. 그러나 <블랙 팬서>는 고개가 갸우뚱했다. 일단 잘 모르고 살짝 등장했던 장면들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왔다갔다 하고. 게다가 비수기인 2월에 개봉이라니. 왠지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왠걸.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이 늘더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더이상 빼면 안되겠지,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예매를 하고 극장으로 향했다. 시작은 라이온 킹을 연상시킬만큼 장엄했다. 와칸다라는 가상의 나라에 살고 있는 그들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희귀 광물인 비브라늄이 유출되면서 위기가 닥치고 왕이에 오른 티칠라는 밀거래 현장으로 날아간다. 바로 그곳이 부산. 다소 느슨하게 전개되던 영화가 바짝 긴장의 고삐를 당기며 자갈치시장과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현란한 액션을 선사한다.
정직하게 말해 영화 자체로 보면 탁월하지는 않다. 상업영화 특유의 특수효과는 다소 밋밋하고 스토리는 단순하다. 아프리카 배경도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금세 지루해진다. 기존의 마블 시리즈에 비해 돈을 상대적으로 덜 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그렇지만 한가지 빼놓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감정이입. 만약 내가 흑인이라면 의미심장한 장면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흑인들은 총들고 강도짓이나 하고 아프리카국가들은 공공연히 3세계의 최빈국 취급을 받고 백인들앞에서는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어야 한다. 블랙팬서는 이러한 부조리에 분노하는 유색인종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절대 폭력은 안된다며 박애정신으로 인종차별을 해결해나가자고 호소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들사이에 블랙팬서 단체 관람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 정권이후 더욱 각박해진 처지에 대한 울분이 터진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한국에서 블랙팬서가 성공을 거둔 데는 부산이 로케장소로 선택된 덕이 크다. 만약 다른 도시였다면 사정이 달랐을 것이다. 백인은 악당과 씨아이에에 요원 딱 두명 뿐인 흑인 영화를 누가 보겠는가? 수입업체에서도 이 부분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고 한다. 여하튼 다행이다. 어벤져스에 합류하던 혹은 독자적으로 다시 찍든 일단 눈도장을 찍었으니 말이다. 건투를 빈다. 블랙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