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2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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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오리진은 편의상 두권으로 번역되었다. 왠지 장사속같아 씁쓸하지만 분명한 건 1권보다 2권이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1권은 조각난 이야기들이 중구난방으로 연결되는 느낌이지만 2권은 혼란을 뒤로 하고 하나의 결론으로 몰아가는 추진력이 빼어나다. 특히 주인공이 죽고나서 세계에 중계된 그의 연설은 장엄한 서사시를 방불케 한다. 이 책을 끌고나가는 두가지 근본적인 의문, 곧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말해 그 내용은 익히 알고 있던 상식적인 이야기였지만 여하튼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실험은 흥미진진했다. 기독교 국가에서는 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길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세속사회인 동양은 하나의 과학적 현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요컨대 신은 없으면 생명은 진화의 결과뮬이며 지구의 역사를 돌아볼 때 인간이 지배한 시기는 지극히 짧았다.

 

언제가 지구도 멸망하겠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사람이 군림하는 시대는 기껏해야 2025년까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공룡처럼 일시에 사라지는가?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인공지능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를 열어간다. 휴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그렇다면 신은 어떻게 되지? 에이어이가 또다른 초월신이 된다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신을 만들어낼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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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가 안 되는 이유
시오마치 코나 지음, 우민정 옮김, 유키 유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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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 스물스물 해가 질 무렵부터 우울해지다다가 식사를 하고 나서 <개그 콘서트>를 볼 때쯤 절정에 달해던 적이 있다. 아 또다시 끔찍한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지옥철에 시달려야하구나. 월요일이 또 오는구나. 괜히 불안감에 사로잡혀 잠들지 않고 새벽까지 포물려 원을 보곤 했다. 아무 생각없이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희한한건 정규적인 직장을 다니지 않게 되었어도 마찬가지 현상에 시달린다는거다. 오랜 습관이 나은 부작용이다. 내가 만들어낸 해결안은 월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 곧 가장 즐거운 일을 한다. 월요등산은 그렇게 시작했다.

 

<죽을 만큼 힘들면 회사 그만두지그래>는 회사맨들의 비애를 담은 책이다. 우리나 일본이나 노동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은 일종의 융통성이 가능한데 일본은 진짜 속된 말로 박세다. 항상 긴장상태로 일을 해야 한다. 초강대국인 일본이 과로사와 자살율로 톱을 달리는 이유가 괜히 있게는가?

 

시오마치 코나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게다가 그림까지 덧붙여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직하게 말해 덧없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공감하며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하며 위안하는 정도랄까? 그나마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면 다양한 선택지를 머릿속에 떠올리라는 말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이었기에 더욱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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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심리 상담집
타냐 바이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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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한국일보와 뉴욕 타임스를 구독한다. 인터넷 시대에 왠 종이신문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일보를? 논조가 비교적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곧 사실 보도를 중심으로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게 한다.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건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총기사고가 나면 용의자를 찾아내 죽일듯 패는게 아니라 왜 그런 짓을 했을지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에 대한 글도 그랬다.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관계를 가진 청년에게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우리같으면 죽일 놈이라고 난리를 쳤을 텐데 기자는 소녀가 과연 성감정을 느꼈을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지를 주제로 삼았다. 곧 미성년자도 성욕을 가지는지가 쟁점이었다. 이렇게 볼 수 있고 또 그런 글을 신문에 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섬뜩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상식적으로 볼 때 비정상적인 일들이 사실은 지극히 평번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주장한다. 타냐 바이런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동기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곧 인간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조건에 의해 움직인다.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우후죽순으로 관련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부분은 파렴치한이나 싸이코패스로 몰아가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지위와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곧 젊고 예쁜 여성들이 넘쳐나고 겉보기에는 자신에게 순종적으로 보이고 처음엔 미심쩍어하며 건드렸는데 의외로 반항하지 않자 저들도 좋아하는구나라는 착각에 빠져 수렁으로 기어들어간 것이다. 이런 범죄(?)는 초반에 바로잡지 않으면 상습범이 되고 만다. 아마도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죄가 뭔지 잘 모를 것이다. 왜 그 때 항의하지 않았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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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괜히 '아'와 '어'가 다른게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문제는 서로 경청하는 마음이 없을 때다. 그렇게 되면 말꼬리를 잡으며 배가 산으로 간다. 더욱 심각한 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거다. 부모 자식관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나이가 먹을수록 심해진다.

 

침묵은 미덕이 아니다. 분쟁을 억지로 누르고 있을 뿐이다. 어려서부터 대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칭찬하는 표현에 인색한 것도 한 원인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이에게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라고 할 때 영어에서는 Would you~를 습관적으로 말한다. 부드러운 권유가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 말을 실천했을 때는 Thank You~라고 꼭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무엇때문에 고마운지를 구체적으로 말한다. 나를 위로하는 말을 들었을 때 쓰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Thank You For Saying That.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저 막연히 감사한게 아니라 꼭 짚어서 그렇게 말해줘서를 덧붙인다. Glad To Hear That이라고도 한다. 말을 한 사람도 그 말을 들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상대의 말에 고마워하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그 수고의 가치를 크게 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등한 사회가 아니어서다. 곧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관계의 위아래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에서 굳이 말로 상대를 기분좋게 할 이유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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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외 출입금지

 

가게나 식당에 가보면 종업원들이 전용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우리야 잠깐 들르는 것이지만 일하는 사람 처지에서는 거의 하루종일 매달려 있어야 하니 당연히 필요한 곳이다. 문제는 입구에 붙어있는 푯말이다. 직원외 출입금지. 왠지 위압감과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마치 저 너머에는 위험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들어가보고 싶다. 이 말의 기원은 일본식 한자어다. 외인출입금지를 앞글자만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에서는 어떻게 쓸까? Staff Only 우리 말로 하면 직원전용공간이다. 훨씬 부드럽고 존중받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일터에서 일하는 분들도 대접받는 것 같고. 이처럼 영어는 부정적인 말 대신 되도록 긍정적인 표현을 쓰도록 갈고 다듬어진 언어다. 최소한 언어만이라도 모두가 공정하고 평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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