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헤어졌어요

 

이별할 때 하는 말은 뭐든지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설령 아무말하지 않더라도 그조차 답답해 미쳐버리게 된다. 그러나 헤어지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다시 보기 싫으니까 떠나는 거다. 이제는 죽음 외에 그런 절절한 아픔을 겪을 상황이 아님에도 여전히 떠올리기 괴롭다. 영어에는 이런 내 마음을 대변하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이제 잊혀진 존재에요 We Are History. 히스토리는 역사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흔적이다. 곧 더이상 서로 얼굴 마주하며 웃을 수 없기에 보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Let By Gones Be By Gones. 개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거창하게 역사에 빗대는게 우스워 보인다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럼 그보다 더 극적인 경험이 있는가? 만약 없다면 그건 인생을 헛산거다. 낭비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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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선수의 평창 올림픽 오백미터 스케이팅 경기는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3연패라는 부담감속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결과적으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획득한 은메달이라 더욱 값어치가 있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이야기가 묘하게 뒤틀리고 있다. 경기 당일 빙상연맹의 고위간부가 아침 일찍 현장을 방문하여 선수들을 죄다 깨운 것이다. 저녁 8시쯤 경기가 있어 다들 새벽 2, 3시쯤 잠이 들어 컨디션을 조절한다고 하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다. 그런 지시를 한 인간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깨우라고 다 소집시킨 사람도 머저리다. 게다가 모아놓고 한 짓거리가 일장연설 훈계질이라니. 정말 욕이 목까지 차오르는걸 참는다. 선수의 처지를 아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평소 가장 증오하는 인간들이 남에게 일을 시키며 마친 큰 책임을 가진 듯 거들먹거리는 놈들인데 딱 그 케이스다. 물론 사건(?)의 진실이 아직 다 밝혀진 건 아니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주인공은 선수이며 임원이 아니다.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묻힐 뻔한 일을 밝힌 스포츠 평론가에게 감사드린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를 그들의 버르장머리가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고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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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 - 만화로 보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지음, 우라모토 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설연휴 마지막 날이다.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면 편하게 지내고 싶지만 가족간 싸움이 가장 많기도 하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시댁과 처가를 오가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짜증이 엄한 사람에게 꽂힌 것이라고 하고 싶지만 올해는 본집은 아예 가지도 않았으니 그게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서로 각자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오랜시간 같이 지내면 정도 생기지만 화도 나기 마련이겠지. 실제로 서양에서는 이런 증세를 텐트 증후근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싸우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집안 정리 문제였다. 집은 좁고 살림은 넘치니 버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짐의 대부분이 책이라는 것. 다른 건 몰라도 서적을 없애는 건 왠지 죄를 짓는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반면 아내는 보지도 않을 책들을 왜 쌓아두느냐는 마인드다. 평소에는 가벼운 입씨름 정도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대폭발했다. 죄다 내다버리라는 말에 나도 욱해 언쟁을 벌였다. 아, 정말 묘안이 없을까?

 

<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절 헤아린 책이다. 뭔가를 자꾸 쟁겨두는 건 사실 병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에서 방황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에게 욱박지르듯 해봤자 소용이 없다. 왜 남겨두고 싶은지, 꼭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게 최선이다. 다시 말해 물건이 많아서 느끼는 행복감보다 현실적 어려움이 더 많다면 개선해야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렇게 차근차근 테마를 정해 당장 버릴 것, 일단 필요는 없지만 쓸모가 있을 것들, 그리고 꼭 간직해야 할 물건으로 구분하여 실천해나가면 된다. 아주 간단하지만 그렇지 하며 무릎을 칠만한 조언이다.

 

지금 나는 아내의 방부터 정돈하고 있다. 이런 저런 핑계로 내 물건도 스물스물 침범해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곤마리씨의 조언대로 정리를 하니 생각보다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것들은 거의 없었다. 뭐니뭐니해 해도 인테리어의 기본은 버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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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은 소중한 시간

 

영어를 공부하다보면 우리 말로 잘 옮겨지지 않는 단어나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Quality Time도 그렇다. 직역하면 질적인 시간인데. 이건 참 난감한 번역인데. 양과 대비되는 뭔가 근사한 말이 없을까? 고민끝에 고른 단어는 뜻깊은 시간이다.

 

그러나 영어의 Quality Time의 의미를 완벽하게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잠들기 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거나 주말에 가족과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하거나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우르르 노래방에 몰려가 목청을 돋우는 행동 모두를 영어에서는 Quality Time이라고 부른다. 양적인 시간과 대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체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과연 우리는 이런 시간을 그렇게 부를까? 그중에는 자발적이 아닌 의무감에 억지로 참석한 경험도 있지는 않을까? 내일 모레가 설이다. 모두가 반갑지만은 않다. 올해도 얼마나 많은 부부들이 오고가는 길에 싸우고 시댁에 가네 처가에 오네 하며 신경전을 벌일까? 방송과 언론에서는 화목을 마치 지상과제인양 강조해대지만 현실은 그다지 밝지많은 않다. 오래만에 가족과 친척이 만나는 명절이야말로 뜻깊은 소중한 시간이 되어야 마땅한데도. 집단이나 단체에 속해 푸근함을 느끼는 건 전근대적인 유물이다. 개인이 기쁘지 않은 모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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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

 

아내는 잠들기전 머리를 묶었던 끈을 아무데나 놓는다. 자신의 것이니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어디 두었는지 몰라 나한테까지 물어본다. 항상 같은 곳에 두면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이제 내가 아예 전담이 되어 머리끈을 고정된 곳에 두는데 끈을 풀때마다 신경질을 내니 이건 뭐.

 

뭔가를 잃어버리거나 잊는 성격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밴 습관 덕이다. 이를 테면 다음날 학교가기 전에 준비물이나 책이나 공책을 가방에 넣고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는 식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준비성이 더욱 필요하다. 뇌세포가 아무래도 늙어가니 깜빡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도 이런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 있다. Everything Has A Place. 우리 말로 하면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 단지 물건만이 아니라 사람도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버스운전사는 핸들을 잡고 지하철 기관차는 레버를 조종하고 요리사는 음식을 만들고 글쟁이는 글을 쓴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새삼 아담 스미스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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