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눈 - 호기심의 문을 열고 전 세계 일상을 담다
얀 칩체이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이주형 감수 / 위너스북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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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는 말한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단 10년 동안 꾸준히 적어도 매일 세시간 쯤 쓴다면 말이다. 도서 평도 마찬가지다. 가장 허잡한 책만큼의 글은 쓰지 못할지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권이상 계속 읽다보면 좋고 나쁨은 구분할 줄 알 게 된다. 기준은 간단하다. 나쁜 책은 거짓을 말한다. 곧 작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떠들게되면 책은 산으로 간다.  

 

<관찰의 눈>은 아이디어북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디니면서 일상의 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한데 모아놓고 보니 꽤 근사해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허세다. 별거아닌 내용을 뻥튀기하여 지나친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저자는 계속 이따위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자유다. 그러나 과장된 문구로 이 책이 마치 데다한 것인양 포장은 하지 말아라.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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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만큼 애매한 관계가 또 있을까? 친구란 남남이 되거나 더 나아가 원수가 되기도 한다. 둘 사이에 한 남자 혹은 한 여자가 끼면 또 어떤가? 작가들에게는 이처럼 뻔히 보이는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에 매혹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증국상 감독은 이 미묘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균열과 봉합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김고은을 닮은 안생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 때 홍콩 영화가 붐인 적이 있었다.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 등이 번갈아 등장하며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 중에는 대만 영화도 섞여 있었지만 굳이 구분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다 못 알아듣는 중국말이니까. 그러나 홍콩이 느와르였다면 대만은 사회성이 짙었다. <비정성시>가 대표적이다. 우리의 518 혹은 413에 해당하는 중국 본토인의 대만인 학살을 다룬 이 영화는 폭력 장면 하나 없이도 서늘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언젠가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다. 형식적으로는 우리처럼 민주화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약이 심하기 때문이다. 영화인들이 대안으로 삼은 것은 청춘물이었다. 정치적으로 매우 안전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가 대만의 연이은 청춘 연애물과 다른 점은 운명의 엇갈림을 다룬 것이다. 열세살의 나이에 만난 칠원과 안생. 둘의 우정은 잘생긴 가명을 두고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결국 결혼식 전날 가명과 칠원은 헤어진다. 얼핏 보면 흔한 막장같지만 비밀은 다른 곳에 숨겨 있었다.

 

이 영화에서 남자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철저하게 여자들끼리의 우정, 애정, 증오가 한데 뒤섞여 있다. 젊은 날의 순애보 같던 영화는 롤로코스터를 타며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두 사람의 처지가 바뀌는 대목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부모의 뜻을 따라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칠원과 달리 홀어머니 밑에서 힘든 삶을 꾸려가는 안생은 겉보기에는 자유롭지만 속으로는 찌들 때로 찌른 생을 살아간다. 이 두 사람의 운명은 가명이 한 남자와 결혼을 약속하면서 뒤바뀐다. 가명은 가정적인 여자로 칠원은 가명의 아이를 낳은 후 갓난애를 안생에게 맡기고 세계를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소설에서나 가능한 것 아닌가? 쉿, 함부로 상상하지 마라. 이 영화의 진짜 비밀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잘 만든 영화에는 심오함이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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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 공연 모습. 사회주의 예술의 마지막 보루. 감동보다는 안쓰러움이 앞선다.

 

조금 더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

 

 

북한 삼지연 악단의 공연을 티브이로 보았다. 당연히 생중계로 해줄줄 알았는데 녹화방송이었다. 약간 김이 빠진 느낌도 들었지만 아무튼.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비슷한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에서.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보수 정권 9년 집권탓에 북한에 대한 적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핵심은 통일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곧 육이오 전쟁을 겪은 세대가 나이가 들어 이산가족들도 세상을 떠나면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면 명제가 빛이 바래고 있다. 체제의 차이보다는 경제적 격차가 더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북한은 필사적으로 올림픽에서 스스로를 어필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반응은 어째 냉냉하다.

 

그래서인지 한결 차분한 마음으로 삼지연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총평을 하자면 지루했다. 시간이 흘러도 사회주의 예술에는 변함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간혹 짧은 팬츠를 입고 발랄한 춤을 추고 남한의 가요를 부르고 기예에 가까운 연주 솜씨를 발휘했지만 감흥이 크지는 않았다. 내가 이 정도니 젊은 세대들은 도통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안쓰러웠다. 이제 지구상에 사회주의 노선을 철저하게 지키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구나. 언제가 통일이 되면, 당위가 아니라 명제다. 이유는 합치는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의 예술은 우리의 전통문화처럼 보호해줘야만 유지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인민과 당을 위해 충성을 다짐하는 사회주의 예술의 가치는 이제 유물로나 남겠구나.

 

덧붙이는 말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고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미 체제경쟁에서 북한은 완패했다. 그들의 핵무기 도발 위협은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몰릴 때까지 몰리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으나 우리는 어떻게해서든 막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우나 고우나 붙어 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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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파는 가게 1 밀리언셀러 클럽 149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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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감사합니다 드디어 금요일이 되었네요'라는 말은 종교 여부를 떠나 노동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이다. 오죽하면 아예 상호로까지 쓰게 되었을까? 이 표현을 스티븐 킹에 빗대 '오 주여 스티븐 킹이 아직도 살아있어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이 작가의 창작욕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70인데 여전히 거칠고 투박하고 인정사정없이 독자를 구워 삶으니 말이다.

 

<악몽을 파는 가게>는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다. 그의 글을 대부분 좋아하지만 장편과 단편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후자다. 장편도 좋지만 스트레이트 문장으로 긴감감을 조성하는데는 단편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를 알고 있는지 이번에도 여지없이 딋골이 서늘할 정도로 몰아붙인다. 비록 미출간 단편집이라 모든 글이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창기의 치기같은 것도 볼 수 있어 도리어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글은 <사후세계>다. 유뮤론자인 나는 죽고 난 이후에 또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밎지 않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망 이후 월드에는 관심이 많다. 상상력의 극대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킹이 이 소재를 놓칠 리 없다. 직접 읽어보시라는 말밖에 드릴게 없다.

 

"요컨대, 둘 중 하나다. 뭔가가 있거나 아무것도 없거나. 만약 후자라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난다. 만약 전자라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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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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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의 강점은 전문 분야와 대중간의 접점을 잘 잡아낸다는 데 있다. 곧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지식이 넓고 깊다. 반면 우리나라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얄팍하다. 대체 기본적인 취재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마치 어떤 공식에 특정한 스토리를 떼였다 붙이는 느낌이 든다.

 

<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는 이른바 고전부 시리즈의 최신판이다. 고등학교의 한 동아리에 소속된 회원들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사실은 학원물이기에 보다 다양한 스토리가 보태진다. 이를테면 학생회장 부정 선거를 둘러싼 미스터리라거나 왕따를 당했던 과거의 기억을 쫓아 그 원인을 찾는 식이다. 어찌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인생의 때가 묻기 전인 학생시절에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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