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쇄 미정 - 말단 편집자의 하루하루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김연한 옮김 / 그리조아(GRIJOA) / 2016년 12월
평점 :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던 시절 구직을 원하는 사람의 전화나 이메일을 자주 받았다. 그중에는 간절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이들도 있었다. 꽤 감동받았으나 어차피 결정은 사장이 하는 거니까 나는 토스만 했다,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나 나나 공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출판업에 대한 로망이다, 어쩐지 책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면 근사해보인다. 반은 맞고 나머지 절반은 틀리다, 일단 의사결정 범위가 넓고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다, 회사의 부품처럼 일하는게 아니라 저자 섭외, 표지 선정, 교정교열, 서점순례 등 책과 관련된 전 분야룰 골고루 할 수 있다, 동시에 망해봤자 몇푼 안되니까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박봉이다. 일의 강도에 비해 돌아오는 돈은 쥐꼬리다, 직급이 으르고 연차가 쌓여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박탈감이 더 크다. <중쇄미정>은 일본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 다들 어렵지만 어떻게든 로망을 버리지 않고.
그나저나 일본에서 나온 세로본 그대로 인쇄한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지 아니면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성의없음은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그래서 별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