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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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출판인의 꿈은 책을 많이 파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오탈자를 하나로도 놓칠세라 밤을 세워 초고를 읽고 서점에서 메대에 잘 보이는 곳에 책을 놓기 위해 서점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인터넷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해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책은 1쇄를 넘기 힘들다, 곧 처음 펴낸 부수가 최종 판매로 끝이 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초판은 3천부. 최소한 본전을 뽑고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2만 부를 넘겨야 한다. 7쇄를 찍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만성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계속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일본여자유도대표팀에까지 뽑힌 코코로. 불의의 사고로 은퇴한 그녀는 야심차게 출판사에 도전장을 내민다. 우여곡절 끝에 주간 만화잡지 편집자로 발탁된 후 뚯밖의 활약을 펼치게 되는데. 같은 제목의 드라마 1화를 보고 흥미를 느껴 내친김에 1권부터 7권까지 보았다. 그림체는 예상보다 엉성했지만 스토리는 단단했다, 단지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작가들 또한 귀감을 삼을만한 내용도 많다,

 

그림을 예쁘게 그릴 수 있는 신인 작가는 얼마든지 있어. 데뷔하고 10년은 재능만 갖고 먹고 살 수 있어. 그 후에는 인간적, 즉 인간으로서의 힘이야.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새로운 그림도 시간이 지나면 낡게 돼. 필요한 건 이야기를 만드는 힘, 상상력이지. 정말 귀중한 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눈 신인이야. 혼자서 힘으로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는 거야, 펜과 노력의 재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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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 미정 - 말단 편집자의 하루하루
가와사키 쇼헤이 지음, 김연한 옮김 / 그리조아(GRIJOA)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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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던 시절 구직을 원하는 사람의 전화나 이메일을 자주 받았다. 그중에는 간절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이들도 있었다. 꽤 감동받았으나 어차피 결정은 사장이 하는 거니까 나는 토스만 했다,

 

지금은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나 나나 공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출판업에 대한 로망이다, 어쩐지 책만드는 일을 한다고 하면 근사해보인다. 반은 맞고 나머지 절반은 틀리다, 일단 의사결정 범위가 넓고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확실히 장점이다, 회사의 부품처럼 일하는게 아니라 저자 섭외, 표지 선정, 교정교열, 서점순례 등 책과 관련된 전 분야룰 골고루 할 수 있다, 동시에 망해봤자 몇푼 안되니까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그러나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박봉이다. 일의 강도에 비해 돌아오는 돈은 쥐꼬리다, 직급이 으르고 연차가 쌓여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박탈감이 더 크다. <중쇄미정>은 일본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나라 출판시장에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 다들 어렵지만 어떻게든 로망을 버리지 않고

 

나저나 일본에서 나온 세로본 그대로 인쇄한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 느낌을 살리고 싶었는지 아니면 귀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성의없음은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그래서 별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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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활한 늙은이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자가 접대하는 술집에 딱 두번 가봤다. 이른바 룸살롱이다. 처음엔 망설였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술을 따라 준다는게 어색해서다. 그러나 나를 위해 마련한 자리라 피할 수 없었다. 직장일이란 이처럼 내키지 않을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대충 분위기만 맞춰주고 자리를 마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가게 되었다. 이번엔 처지가 바뀌었다. 희한하게도 금세 익숙해졌다. 낯설기만 했던 붉은 조명이 어느새 편안하게 느껴졌다. 술집을 나와 집으로 가면서 결심했다. 관둬야겠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시인 최영미씨가 제이티비씨 뉴스에 나와 문단의 성희롱, 폭행 사례를 폭로했다. 상대가 늘상 노벨문학상 단골로 오르내리는 인물이라 파장은 컸다. <괴물>이라는 시를 읽어보니 더욱 적나라했다. 그 시인은 상습범이었다. 술자리에 젊은 여자 시인이나 편집자를 앉혀두고 주물럭댔다. 모두가 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마치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연상시킨다. 다른 것이 있다면 시인이 검사보다 훨씬 더 자주 습관적으로 했다.

 

아직은 최 시인의 주장이라 정확한 실태를 알기는 어렵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 시인이 무명이었을 때는 그런 짓을 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권력을 잡게되면서 어느새 부지불식간에 즐기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도 잘못된 것임을 뻔히 알면서 대충 쉬쉬하니 급행열차는 계속 내달렸다.

 

문제는 시인이 여성에 대한 욕망을 창작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어차피 자신은 예술인이고 다른 사람과 다르니 원초적 욕구를 표출하는게 뭐가 문제냐라는 식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이미 창작자로서의 삶은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곧 자신의 권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위를 이용하여 욕구를 충족시킨 것이다. 차라리 어떤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면 이혼하고 바람을 피우는게 솔직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억눌려있던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이었던 상황을 털어냄으로써 새로운 잣대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시인 최영미씨의 용기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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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
나카가와 마나부 지음, 김현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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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이가 들면 친구만큼 소중한게 없다지만 글쎄? 믿었던 벗에게 배신당해 폐가망신 직전까지 가본다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사실 친구란 남남이다. 의지할 대상이 아니다. 단지 어렸을 때 어울려 지내는 집단에 불과하다, 고 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무튼 친구 사귀기가 힘든 세상이다. 어른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구조적인 문제에 현실적인 여건이 맞아 떨어진 탓이다. 우선 한 자녀 가정이 늘오나면서 형제나 자매가 없다. 사실 친구의 출발은 가족이고 그 대상은 바로 형이나 언니, 누나 혹은 동생이다. 또한 혼자 놀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도구들이 지나치게 발달되어 굳이 친구가 필요없어졌다. 예전같으면 심심해서라도 동네 놀이터에 나가 아무나 비슷한 나이또래 애들과 해질녁까지 뛰어 놀았지만 지금은 따뜻한 방에서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친구가 필요한 건 단지 외로워서가 아닐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또다른 누군가가 있으면 해서다. 나카자와 마나부는 <나는 아직 친구가 없어요>에서 자조직이지만 동시에 유머러스라게 친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그 출발은 가족과 이웃이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니까 이왕이면 사이좋게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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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여유
아사이 료 지음, 오승민 옮김 / 생각의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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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장기가 발휘되는 책은 에세이다. 소설은 어떤 형태든 정해진 성격과 내용이 있어 마음대로 꾸미기가 제한되어 있지만 수필은 스스로를 드러내도 해가 되지 않기에, 아니 그래야만 하기에, 훨씬 더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된게 전문 글쟁이들이 쓰는 에세이는 죄다 훈계조로 절로 짜증이 난다. 어설픈 교훈을 주지 말고 체험담을 쓰라구요. 꾸미지 말고.

 

<시간을 달리는 여유>는 아사이 료의 수필집이다. 부제인 청춘에세이에서 볼 수 있듯이 젊음이가 느낄 수 있는 쓸모없음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를 테면 메이드(하녀 복장을 한 종업원) 카페 순례를 한다거나 핑크영화관(에로 씨네마 극장)에 들어가 흥분한다거나 방탈출게임을 하며 킬킬대는 식이다. 어찌 보면 한심해 보이지만 그건 보는 사람 마음이다. 무엇이든 경험해보고 어떻게든 의미를 담지 않으려는 글쓰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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