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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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찌뿌둥하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만성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어쩔 때는 자다가 깨기도 한다. 화가 난다기보다 살짝 두렵다. 이러다 갑자기.

 

흔히 묻는 안부말이 가슴을 찌를 때가 있다.

 

"잘 지내?"

"응"

 

대답은 그렇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일 것이다. 심지어 말기 암환자들조차.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싶지 않어서다. 그러나 그러다고 해서 몸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그런 내 몸을 사랑하고 위안해줄줄 알아야 한다.

 

<아픈 몸을 살다>는 도전적인 책이다. 저자는 병은 고쳐지는게 아니라 견디며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찌보면 의사의 책임회피같지만 사실이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급사가 아니라면 인간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아프다 죽어간다. 그렇다면 요술 방망이를 구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픔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데 더 낫다. 정답은 나이가 들수록 삶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유지하며 주변 사람들과 잘 아울려야 한다. 설령 오늘 당장 시한부 판정을 받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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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촬영 감독들 - 21인과의 인터뷰 촬영감독들과의 대화
(사)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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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려면 한 분야만 특출나서는 안된다. 골고루 성장해야 한다. 한국영화가 도약하기 시작한 건 엄밀하게 말해 2000년대부터다. 1990년대는 이른바 문민시대를 거쳐 소재의 제약은 완화되었지만 기술은 따라가지 못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유학파들이 대거 영화판에 뛰어들면서 시나리오는 물론 촬영까지 초고속으로 궤도에 올랐다. 그 결과 한국은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영화강국이 되었다. 그 밑바탕에는 촬영감독들의 공이 컸다. 감독의 의도를 간파하고 직접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그들이야말로 영화의 핵심이다.

 

<한국의 촬영 감독들>은 현장에서 직접 뛰는 베테랑을 대상으로 한 대담집이다. 한 사람당 분량이 짧아 아쉽지만 다양한 영화의 촬영기법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한공주>의 홍재식, <사도>의 김태경이 가장 인상깊다. 전자는 거친 화질이 낯설면서도 생생했고 후자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분할 구도가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영화로는 <악녀>의 박정훈 찰영감독이 가장 돋보인다. 핸드카메라를 이용한 과감하면서도 어지러울 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구사하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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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순
신준 감독, 최덕문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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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툭튀같은 영화가 있다. 감독 이름도 잘 모르고 등장인물도 낯선데 보고 있으면 빠져드는. <용순>이 그렇다.시골의 한 고등학교.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용순은 뒤늦은 사춘기를 맞고 있다. 엄마가 바람이 나서 도망가고 새로 들어온 몽고 출신 새엄마도 마땅치 않고 흠모하는 체육선생의 여친도 짜등나고 자신을 좋다고 쫓아다니는 구질구질한 남학생도 귀찮기만 하다. 설정만 보면 아기자기 명랑코미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실상은 살벌하다. 새 어머니에게는 아줌마라고 대놓고 비아냥 거리고 선생에게는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의 여자친구인 담임과는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교실바닥을 뒹군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인들이 용서(?)받는 이유는 사투리를 쓰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게는 너무도 낯선 충청도 말을 거림낌없이 사용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맞어, 그려, 그럴만도 혀.

 

덧붙이는 글

 

영화의 소재는 달리기지만 이건 어디까지난 맥커핀(그럴듯한 핑계)이다. 사실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쳐야마 하는 청소년의 극심한 통과의례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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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
가지타 겐 지음, 이선화 옮김 / 지식여행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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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출판 강국인 이유는 소설 뿐만 아니라 논픽션도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을 거리낌없이 털어놓으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중에는 창녀 경험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우리처럼 에둘러 표현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직시한다.

 

<나는 망하지 않는 법을 알고 있다>를 읽고 깜짝 놀랐다. 이정도로 적나라하게 털어놓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게 된 주인공. 어렵사리 회사를 살려놓았지만 분쟁에 휩싸여 자의반타의반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점점 가세가 기울더니 결국 사장은 행방불명. 연대보증을 선 아들은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선고. 정말 한편의 드라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버지의 실패를 발판삼아 재기한 후 화해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증오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만약 이런 신세한탄만 늘어놓았다면 감성팔이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 자기타 겐은 엠비에이까지 다닌 엘리트. 게다가 역대급 실패를 겪었다. 역설적으로 회사가 글러가는 길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셈이다.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그는 기업이 망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예를 들면 "대출금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라거나 "받을 돈은 먼저, 줄 돈은 나중에" 같은 말은 뼈에 사무칠 정도로 와닿는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를 차릴 생각이 있다면 그 출발은 혼자여야 한다. 고정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자기 집을 사무실로 써도 된다, 직원이 필요하면 가족의 손을 빌려라. 비록 초라해보일지라도 최소한의 이득이 생기고 일년이상 꾸려도 적자가 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겨야만 조금씩 규모를 늘려라. 그 단계까지 오리지 못하면 바로 접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손해는 면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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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리진 - 전2권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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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은 영리한 작가다. 영상이 문자를 밀어낸 지금 소설이 살아남을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캐릭터들이 느닷없이 등장한다. 장황한 배경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동시에 서술보다는 묘사에 치중한다. 곧 인물이 살아움직이는 장면을 마치 카메라로 찍듯이 글로 써낸다. 게다가 문장이 짧다. 두페이지 정도를 읽으면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마치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프레젠테이션이다.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하는 강연은 실제로 내가 객석에 앉아 그의 말을 듣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일부 독자는, 물론 평론가도 포함하여, 브라운 표 글쓰기는 뻔하다고 한다. 종교라는 금기를 미술과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서서히 침투해 가다가 마지막에는 별 거 아닌 식으로 끝을 낸다고. 글쎄? 소설은 논문이 아니다. 무조건 재미다. 진리를 알기 위해 보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박진감이 넘친다. 나이가 들어도 경쾌해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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