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배드 지니어스>의 한 장면. 종류 불문 시험은 긴장을 유발하기 마련이다. 만약 희희낙락하거나 잠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이미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낙오자라는 자괴감이 늪처럼 자신을 끌어당긴다. 이왕 볼거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컨닝 스릴러
학교를 벗어나고 싶었던 여러 이유중 으뜸은 시험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악몽에 꼭 등장하는. 지금 돌이켜보면 누구나 다 긴장하며 마음 졸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유독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점수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 수준을 늘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중 2때였다. 중간고사건 쪽지시험이건 일정이 발표되면 바로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티브이나 신문은 물론 방해받을 요소를 차단하고 오로지 공부만 했다.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덕분에 성적은 좋았지만 멘탈은 너덜너덜해졌다. 원리를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암기위주로 공부한 후유증이었다. 그 부작용은 중3때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고등학교 때는 완전히 그로키 상태에 몰렸다. 정작 점수를 올려야 할 시기에 기운이 다 빠진 셈이었다.
영화 <배드 지니어스>를 보며 까맣게 잊었던 중고등학교때가 떠오으며 나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렀다. 딸의 출세를 위해 명문고등학교로 전학시킨 아빠. 그러나 그 학교는 이른바 금수저들의 천국. 문제는 시험점수가 엉망이라는 것. 돈과 시험점수라는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결국 발각이 되고 장학금을 몰수당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데. 진짜는 2탄. 미국 대학에 필요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차를 이용하여 시드니까지 원정을 하게 되는데 과연 결과는?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뻔한 전개를 거듭 뒤집는 감독의 능력에 감탄했다. 폰피라야 감독은 컨닝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경쾌하며서도 마음 졸이게 이끌고 있다. 특히 중간중간 미래 시점의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결과를 예측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전망은 멋지게 되집힌다. 결국은 실토하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태국 영화의 놀라운 발견이었다.
덧붙이는 글
시험에 대한 강한 압박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시아는 유달리 교육열이 강하다. 단지 지식욕심이 커서가 아니라 출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간판이다. 물론 다른 세습적 수단에 비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획일적 방식이라는 단점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좋은 대학)=성공'이라는 등식이 사라져야 가능한 일인데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