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워: 라스트 미션
토비아스 린드홀름 감독, 다르 살림 외 출연 / 미디어로그(Media Log)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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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전투씬이다. 그러나 아무리 긴박한 상황이라도 늘 싸우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떻게 적의 동향을 살피고 작전을 짜서 무찌를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이 준비가 길고 철저할수록 승리할 확율은 더욱 높아진다. 그럼에도 막상 직접 닥치면 정신은 혼미해지고 팔다리는 제멋대로 논다. 지휘관이 필요한 이유다.

 

<어 워: 라스트 미션>은 평화주둔군으로 복무하는 덴마크 군인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상상하는 대규모 전투는 벌어지지 않지만 테러를 포함한 국지전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병사들의 긴장감과 피로도는 갈수록 커진다. 급기야 정찰중이던 군인이 지뢰를 받아 사지가 절단되어 죽게 되면서 사기마저 뚝 떨어진다.

 

지휘관 요한 필립은 회의감을 극복하고 마지막 전투를 치르기 위해 심기일전한다. 그러나 결과는 패닉. 동료 병사들은 텔레반군에게 갇힐 위기에 처하고 그는 대규모 폭격 명령을 내려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겨우 구출해낸다.

 

그러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의 판단으로 민간인 일가가 한꺼번에 죽게 되면서 군사법정에 서게 된다. 과연 그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전쟁터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덴마크군이 폭격을 가하지 않았다면 자국 군인들이 죽었을 것이고 보류했다면 아이들은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의 몸값이 더 소중한지는 판단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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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에 있는 주민편익시설. 건물안에는 사우나뿐만 아니라 체력단련실과 독서실,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있으며 매우 싼 값에 이용이 가능하다.

 

마포주민편익시설,

박수를 받아 마땅한 좋은 정책

 

동네 일대가 재건축이 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대중목욕탕이 사라진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은 가곤 했다. 특히 등산을 하고 나서 피곤한 몸을 욕조에 담그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집에 욕조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먼트에는 그마저 없다고 하는데.

 

지난주 영화를 보기 위해 한국영상자료원에 들렀다. 올 겨울 들어 최악의 추위였다. 이왕 간 김에 연속해서 보고 싶어 티켓을 끊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두번 계속 관람은 무리라 한 편만 보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뿔싸 정작 하이라이트는 저녁 상영 영화였다. 중간에 세시간 정도 뜨는데 어떡하지? 카페에 들어가 죽 때리기도 그렇고 식사를 하며 보내기에도 어정쩡하다.

 

그래, 이럴 땐 목욕탕이지? 부랴부랴 휴대폰으로 상암동 인근 사우나를 찾아보았다. 번화기이고 인근에 대형 아파트먼트 단지가 있는데 의외로 없었다. 게다가 월드컵 경기장까지 가야 했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나라고 고민할 때 의외의 발견을 하였다. 구에서 운영하는 목욕탕이 있다는 정보였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감이 잘 잡히지 않아 리뷰를 읽어보니 구민은 3천 원, 타 지역 시민은 5천 원에 이용이 가능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다. 건물안에는 사우나뿐만 아니라 체력단련실과 독서실,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있었다.

 

지하에 있는 목욕탕을 찾았다. 일반 사우나보다 약간 규모가 작았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온탕, 열탕, 습식, 건식 사우나, 냉탕. 얼른 샤워부터 하고 탕에 몸을 담갔다. 아, 정말 하루의 피곤에 날아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를 실감했다. 그렇게 꿀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바깥은 여전히 추웠지만, 저녁이라 기온이 더 내려갔지만 훈훈했다. 덕분에 영화도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마을에 목욕탕이 없어 관청에서 직접 지어 서비스 한다는 이야기는 시골에나 해당되는 줄 알았다. 직접 이용해 보니 도시에도 꼭 필요한 시설이었다. 주민들은 싼 값에 자주 이용하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다른 동네 사람들도 들른 김에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가 하는 일을 칭찬하는데 매우 이색한데 마포구의 목욕탕 운영은 박수를 받아 마땅한 좋은 정책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널리 확산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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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걸의 아린. 직업 여가수들도 인정하는 미모라고 하는데 직접 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 그러나 최신곡 <비밀정원>이 그녀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열여덟에 맞이한 전성기가 어떤 느낌인지 아린은 지금은 잘 모를 것이다. 아마 영원히 알지 못할지도.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고만고만한 상대가 많을수록 한 팀이 우뚝 솟게 마련이다. 비교우위효과다. 현재 여자 걸그룹들 가운데 넘버원은 역시 트와이스. 레드 밸벳이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일단 수에서 밀리고 노래 수준 또한 한 수 아래다. 가창력을 말하는게 아니다. 세련되게 뽑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게다가 비주얼과 춤실력은 또 어떻고. 아무리 아이린이 얼굴로 열일한다고 해도 아홉명이 돌아가며 매력을 뽐내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러나 숨은 복병이 등장했으니 바로 오 마이 걸. 데뷰 때나 지금이나 열혈 팬들은 여전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윈디 시티>가 역주행을 했다는 정도가 기사거리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걸그룹 개인별 파워분석을 해보니 무려 3위를 차지했다. 주인공은 아린. 1999년생이니 올해 만 18세. 2015년에 데뷔했으니 그 때는 그럼 15살이라는 소린데. 완전 애기 아닌가? 참고로 1위는 트와이스의 사나, 2위는 레드 밸벳의 아이린.

 

메인 보컬도 아니고 춤이 빼어나지도 않은데 도대체 왜?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 곧 나서지 않고 살짝 살짝 드러내서 더욱 신비감을 준다. 아린이 더욱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린 나이와 더불어 알 수 없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신곡 <비밀정원>은 대표적이다.

 

오 마이 걸은 자신만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는 드문 그룹이다. 전자음악으로 치장한 과장이나 파워풀한 매너없이 그렇다고 마냥 청순청순만 내세우지 않고 아련한 그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한다. 단조를 적절히 사용한 작곡이 주 원인이지만 맴버 개개인이 각자 묘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이기에 가능했다.

 

내 안에 소중한 혼자만의 장소가 있어
아직은 별거 아닌 풍경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곧 만나게 될 걸
이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나의 비밀정원

 

<비밀정원>의 가사는 마치 한편의 서정시를 연상시킨다. 하나같이 뽐내고 싶어 안달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걸그룹 전쟁터에서 오 마이 걸은 고고하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것이 고도의 전략이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든 한가지 분명한 건 언젠가 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그룹임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노래의 작사가는 서지음씨다. 위태로운 여중생의 감성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랑도 하고프지만 자신만의 성도 만들고 싶어하며 때로는 일탈도 꿈꾸는. 스스로 내 안의 중2 느낌을 철들게 하지 않는게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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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사생활
오가와 히토시 지음, 박진열 옮김 / 라르고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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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에는 어린아이의 목을 졸라 죽인 인간이 태연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변은 분노와 고함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마이크를 든 기자는 죽여 마땅한 인간이라는 표정으로 멘트를 한다. 화면을 보던 남자도 함께 흥분하여 저런 개자식이라고 소리치는데 곁에 있던 아들이 아버지를 행해 한마디 한다.

 

"아빠,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

 

사내는 순간 멍해진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한숨도 나온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 아직 아이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설명헤야 하지?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지? 그냥 당연한 거라서. 아니면 남의 목숨을 해치는건 인류보편의 윤리에 어긋나서. 혹은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헤서. 답은 없다. 인류역사를 돌이켜보면 다른 이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영웅대접받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 그렇다. 그건 특수한 상황이니까. 글쎄? 공통의 도덕을 어떻게 상황을 봐가며 적용하지?

 

<철학의 사생활>은 이처럼 곰곰이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마흔아홉개의 상황을 설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처할 논리를 철학자의 사고로 풀어간다. 어떤 주장은 매우 일리가 있고 일부 의견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여겨지지만 잠시 멈추고 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탁울한 서적이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치감치 2018년의 베스트 책들 가운데 하나로 점찍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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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포티의 <냉열한>을 토대로 일본에 적용시켜 만든 영화. 미국의 살인자가 그야말로 냉철하게 총으로 살해를 감행하는 반면 이와오는 끈적끈적한 관계속에서 망치와 칼로 어렵사리 해치워나간다. 쇼헤이 감독은 원시감정과 마쵸이즘을 적절히 구사하여 매우 기분 나쁜 영화를 만들어냈다. 2018년 대한민국 여성이 본다면 매우 역겨운 장면들도 많다. 일본의 여성학대는 뿌리깊은 신앙과도 같다. 그토록 성노예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서가 그에 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요구로 불가역 선언을 한 상태에서 돈까지 줬는데 말이다.

 

 

인생씨네마까지는 아니다

 

 

바깥 기온은 영하 17도. 체감 온도는 마이너스 20도를 웃돈다. 올 들어 가장 추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북극 겨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가야 할까? 고작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갔다. 극장 안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예매는 거의 꽉 찼는데 자리가 많이 빈 것을 보면 역시 날씨 탓이 크다. 그래, 보자.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 덕에 유명해진 영화다. 그가 인생씨네마로 추천한 덕이다. 숭배가 어느 정도인지는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출발은 살인이다. 그냥 망치로 때리고 칼로 쑤셔버린다. 그 어떤 가식도 폼도 없이 마구잡이로 휘들러댄다. 자신의 손에 상처가 난 것도 모른채. 동기는? 글쎄. 그게 애매하다. 겨우 5만 엔 정도의 돈을 털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간다. 일본제국주의가 광분하던 시절. 아버지는 배까지 빼앗기고 마는데 반항기 강한 아들은 군인에게 저항한다. 정의를 갈구해서가 아니라 폭력성이 강해서다. 아이는 자라 성인이 되고 임신을 시켜 결혼한 부인을 두고 결국 감방에 가게 되는데. 이상한 일은 그 때 벌어진다. 아내와 시아버지의 관계가 오묘한 것이다. 

 

이와오는 그 사실을 알고도 아랑곳없이 살인 행각을 이어나간다. 늘 여자를 끼고. 그 중 한명은 여관집 주인인데 아무래도 재일동포다. 김치를 담그는 것을 보면. 둘은 사랑의 도피까지 꿈꾸지만 역시나 이와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유는? 없다.

 

결국 이와오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참고로 일본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강행하고 있다.  남은 것은 부인과 아버지뿐. 둘은 뼈로 남은 아들을 높은 전망대에서 뿌린다.

 

정직하게 말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몇몇 살해장면이 놀랍기는 했지만 경악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도리어 에로티시즘이 강했다. 1979년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나라였다. 박찬욱 감독이 왜 그토록 감명받았는지는 아마도 시대상황과 연관이 있는 듯싶다. 한국에서는 전혀 꿈조차 꿀 수없는 살인자를 영웅시하는 영화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엉성하고 지루한 면이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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