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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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의 글에는 힘이 있다. 동시에 유려하다. 그가 일본에서 일급 에세이스트로 통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개인적인 사연도 큰 역할을 한다. 재일동포로 태어났지만 일본이름을 쓰던 그가 돌연 본명을 찾고 커밍아웃한 스토리 자체가 흡입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동경대학 교수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며 나약해진(?) 일본 청년들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책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쯤 될까? 차이가 있다면 김난도가 힐링을 강조했다면 김상중은 어깨에서 힘을 빼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분투할 것을 요구하다.

 

그는 일의 정의부터 새롭게 내린다. 단지 돈을 받는 대가로 하는 노동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소명이야말로 진정한 일이라는 식이다. 물론 당장 실현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게 유예기간이다. 곧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최소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을 찾으라는 것이다. 강상중은 공부를 택했다. 곧 교수가 되기 위해 학업을 이어나간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피난처로 공부를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일이 직업이 되었지만 설혹 그가 교수가 되지 못했어도 그는 자신만의 진짜 일을 하고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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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수학자들 - 박형주 교수가 들려주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수학자 이야기 푸른들녘 인문교양 17
박형주 지음 / 푸른들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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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는 수학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밉상으로 여겼다. 다행히(?) 나는 예외였다.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몰랐다. 제도권 교육으로 치부하고 무관심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때문에 접하게 된 통계가 계기가 되었다. 운좋게도 나는 한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 참 재미를 느꼈다. 이후 숫자를 눈여겨 보게 되었고 실제 이득을 본 경우도 많았다. 정말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한 수학자들>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이들은 아예 관심밖인 수학자들 이야기다. 최대한 수식을 배제하고 배경이나 사연을 소개하여 부담을 줄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앨런 튜링이다. 영화 <이미테이션>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쓰는 컴퓨터 원리를 발견했다. 튜링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공상을 현실로 옮겼다. 이처럼 수학자는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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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변호사 조들호 특별판 1~6 세트 - 전6권
해츨링 글.그림 / 사람in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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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란 좋은 거다. 과거 같으면 꿈도 못꾸던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군대는 이미 익숙해져버렸고 이제는 감방마저 등장했다. 최근엔 예능(착하게 살자)으로까지 발전했다. 그것도 진짜 감옥을 배경으로. 그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불행에 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친구의 뺑소니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고 차량을 빌려주었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갈 수도 있다. 순간의 판단 착오로 나락의 구렁텅이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낙담만 할 건 아니다. 소위 어느 정도의 힘과 백만 있으면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사람이 태반이다. 동네변호사는 그래서 필요하다.

 

이 만화는 원작보다 드라마다 더 유명해졌다. 이미 박신양의 연기에 반한 분들이라면 다소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꼼꼼하게 법적 내용을 살펴보기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만화를 권한다. 혹시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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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
김보통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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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기상. 대충 씻고 빵과 커피로 아침을 대신하고 집 출발. 9시 10분전 회사앞 도착. 최대한 밍기적거리다 딱 2분 남겨두고 돌진. 의자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어젯밤 보다 만 연예 뉴스를 10분쯤 보다가 상사의 눈치를 보며 그때부터 업무돌입. 11시 30분까지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하염없이 점심시간을 기다림. 식사. 오후에는 외근 핑계대고 좀 나돌다가 왜 빨리 안 오느냐는 호출받고 복귀. 역시 야근이 기다림. 이런 제길. 수당도 없는데. 중국집에서 시켜먹고 지겨운 일을 또 계속.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고 맥주 한잔하며 티브이 볼 생각밖에 없음.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탈출.

 

누군가는 지겨운 일상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부러운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건 다닐 회사가 있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건 아니다. 물론 안심은 되겠지만. 단지 돈을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속감이 생겨서다.

 

김보통은 직장생활을 한 프리랜서다. 길가에 돌아다니는 아스팔트 부스러기만큼 흔한 인생이지만 그의 글과 그림에는 페이소스가 묻어있다. 곧 슬픔 속의 작은 위안이라고 할까?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긴 여행이 아니라 불행을 피하기 위해 도망다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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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니라 손과 발이 부지런해야 함을 실제로 보여준 마리안느와 마가렛 여사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 신부는 교수였다. 파란 눈을 가진.

 

시민단체에서 처음 일하게 되었을 때 내게 떨어진 일은 사회조사였다. 지역에 나가 의견을 듣고 정리하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메뉴엘대로 하면 된다고 한다. 막상 책자를 보니 성에 차지 않았다. 형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일하는 곳이 있는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를 찾아갔다. 우리 단체의 이사였기에 가능했지만 다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내게 그는 마침 자신이 사회조사통계 수업을 하고 있으니 들을 것을 권유했다. 어째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나는 단체의 허락을 받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교수는 내 대답을 듣더니 그렇다면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과제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맙소사. 지금 돌이켜 봐도 희한한 경험이었지만 그 수업 덕에 나는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고 이후 조사관련일을 도맡게 되었다. 구체적인 수업 내용은 나중에 따로 기회가 되면 밝혀드리겠다. 아무튼 특별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우리나라를 찾은 서양 간호사들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록도의 나병환자를 돌보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왔다. 두 사람은 누구도 가기 꺼려하는 그곳이야말로 소명을 다할 곳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40년 이상 머물렀다. 처음 올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소리소문없이 떠났다. 이 다큐는 그들의 현재와 지난 삶을 돌이켜보고 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한국에서의 삶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목소리였다. 극적이고 과장되지 않게 마치 평범한 일상이었던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만난 교수도 그랬다. 그는 교수이기 이전에 신부였고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나중에는 교수직도 걸리적거린다며 그만두고 오로지 사목에만 집중했다. 그런 그도 어느날 사라졌다. 할 일을 다했기 때문에 더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겠지만 우리 정서로는 서운함도 있었다. 어떤 선택이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신이 온전할 때 전력투구하고 더이상 그럴 수 없다고 느끼면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그만두는 건 보기 좋았다. 아무리 선한 의도로 하는 일이라도 오래되면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게 마련이니까. 그야말로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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