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 트루퍼스: 화성의 배신자
아라마키 신지 외 감독, 캐스퍼 반 디엔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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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공용피씨를 이용하여 글을 쓸 때가 있다. 깊이 있는 내용은 불가능하지만 가벼운 소개들 정도는 가능하다. 기분전환 삼아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뭉친 어깨도 풀겸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다. 그 중에는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래는 불법이다. 서너시간이 지나 우연히 다시 그 근처를 지나다가 그 남자를 또 보았다. 여전히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었다. 저러나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살짝 겁이 났다.

 

<스타쉽 트루퍼스: 화성의 배신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원작 오리지널의 후속작이다. 엄밀히 말하면 후속이라기보다는 번외편이다.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연기는 하지만 죄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여 인공미가 물씬 느껴진다. 처음에 낯설고 거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졌다. 마치 내 자신이 게임속으로 들아가 함께 전투를 치루는 느낌이었다. 화성에 나타난 벌레들. 그것들을 처부수기 위해 파견된 방위군. 여론만 신경쓰는 지도자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작하여 화성을 파괴할 궁리를 하는데.

 

특수효과는 놀라웠지만 이물감은 끝내 떨치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인지 부가영상에서 놀라운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쉽게 공감아 가지 않았다. 물론 게임 덕후들에게는 깜짝 놀랄만한 선물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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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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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며 설렜던 기억은 손에 꼽을 만하다. 합격통지를 받고 첫 출근을 하던 날 정도가 아닐까? 너무 비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그랬으니까. 누군가는 떠나온 일터가 그리워 좀이 쑤신다고 하던데. 다행히 나는 아침에 일어나 쳇바퀴돌 듯 지하철로 밀려들어가지 않는 지금 내 처지가 훨씬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물론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막막한 기분이 송곳처럼 파고 들 때가 있지만,

 

여하튼 <설레는 일>은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설이다. 아니 도리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어쩌면 이렇게 드라이하게 사실 그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저자 자시의 경험이 한 몫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집단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실제로 소설속의 인물들은 죄다 열심인데 어딘가 큰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뭐랄까? 일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나 할까? 소름. 그게 바로 조직이 노리는 바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해, 모든 평가는 월급으로. 너희는 돈을 버는 기계가 되어야 해. 누군가는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쉽냐? 직장의 목표는 이익창출이나 감상 따위에 젖을 여유는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생명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본능을 거스를 수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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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느긋한 생활
아마미야 마미, 이소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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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물건 중에서 타협할 수 있는 물건을 찾는 행위.

그 과정은 귀찮기만 할뿐 기쁨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못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방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 여성으로서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다는게 밤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시절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도리어 주거 수준은 떨어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서울 변두리이긴 했지만 주택에 살았고 동생과 함께이기는 했지만 방이 좁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먼트에 살면서 땅도 제대로 밟지 못하고 공중에 떠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청년들은 더욱 심각하다. 몸을 누이면 그만인 3평짜리 방에서 거의 모든걸 해결해야 한다. 만약 모두가 자기만의 쾌적한 방을 가질 수만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 지진에 대한 우려로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쿄에 사는 프리랜서다. 좁디 좁은 아파트먼트에 살며 언젠가 자기만의 방을 가지겠다고 꿈을 꾸지만 끝에 이루지 못한다. 내내 알아보고 상상하며 짓고 허물기를 반복한다.

 

우연히 놀러간 고베가 너무 마음에 들어 그곳에서 이상향에 가까운 맨션을 발견하고 진진하게 이사를 고민하지만 끝내 실행에 올기지는 못한다. 그 과정이 남 이야기가 같지 않아 마음이 짠하다. 그럼에도 머릿속으로나마 본인의 취향에 맞는 방과 집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삶은 위안받는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먼트는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전월세로 사는 내내 마음편할 날이 없었다. 윗집 배수관이 터져 홍수가 나고 전기배선이 꼬여 한동안 암흑천지에서 살고 현관문 자동키가 고장나 맹추위에 바깥에서 벌벌 떨고 수도계량기는 두 번이나 터졌고 가장 최근에는 히터 모토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세 번째로.

 

그렇다고 집값이 싼 것도 아니다. 재건축 열기까지 몰아닥쳐 들썩들썩하다. 불평은커녕 행여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릴까 찍소리 하나 하지 못한다. 전세금을 빼고 이른바 전원주택으로 갈 생각도 해보았으나 실제 돌아다녀본 결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네의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곧 인프라의 격차가 심했다. 지하철역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쇼핑센터나 도서관같이 지금 사는 곳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없었다. 있더라도 한참을 나가야 했다.

 

물론 그정도 각오도 없이 주택에 살 수 있겠냐고 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다들 서울에 그것도 강남에 살고 싶어하는 이유는 잘 갖추어진 인프라와 풍부한 교육기회 외에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결국 주저앉고 말았지만 내 집을 알아보는 과정이 마냥 허무했던 건 아니다. 보고 느끼고 상상하며 집다운 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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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1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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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를 읽다가 일본어를 제대로 다시 배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원문으로 보면 훨씬 더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까라는 소망도 있었지만 실리적인 이유도 만만치 않게 컸다. 곧 가벼운 책을 선호해서다,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무게를 말하는 거다. 우리에게는 페이퍼백 문화가 없다. 책은 죄다 무겁다. 서너권만 가방에 넣고 다녀도 등이 뻑적지근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안에서 펼쳐보기도 힘들다. 일본의 문고판을 그럴 염려가 전혀 없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사이즈라 아무리 좁은 틈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교열걸>을 읽으면서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발랄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두껍고 딱딱한 세 권짜리 책으로 보아야 하다니. 원서는 훨씬 날렵할텐데. 여하튼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 만점의 소설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창작력은 떨어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 바로 교열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에 유사한 경험을 해 본 터라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은 우리의 경우 교열은 하나의 과정인 반면 일본은 전문직종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특유의 장인 문화가 이런 곳에까지 마수를 펼치고 있다.

 

참고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일본판 김태희라고 할만한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아 꽤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피티브이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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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 - 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
성기완 지음 / 꿈꾼문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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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은 내가 좋아하는 연주자이자 글쟁이이자 진행자이자 지식인이다. 그가 책을 냈다. 전통시조부터 아이돌 음악에 이르기까지 가사를 요모조모 따지고 볶아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그 내용이 그럴듯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를테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는 이음절로 이루어진 신라민요의 현대적 변용이라거나 활주로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서정시를 락으로 변모킴으로써 둘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 감성이라는 식이다. 물론 이론적 근거가 모두 적확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의 대중음악이 어느날 불연듯 만들어진 변종이 아니라 오랫동안 묵히고 쌓여 곰삭을대로 삭아 태어난 창조물임을 기꺼이 인정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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