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꼬인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만약 잘 모르겠다면 새해가 밝았는데도 희망찬 기분보다는 한숨이 나오고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고 하루를 마감하면서도 편안함보다는 짜증이 치민다면 두말할 것없다.
이런 기분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바꾸려고 뭔가를 해보려 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럴 땐 속는 셈치고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 발견했다. 종이를 꺼내 세로로 반을 접은 다음 왼쪽에는 현재 처한 위기를 오른쪽에는 만족하는 부분을 적어내려가면 된다. 처음에는 왼쪽이 차고 넘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 퇴직, 구직실패, 솔로연장, 건강악화, 현금부족, 불화 등등.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 써나가다 보면 일곱개 이상을 채우기 힘들다. 곧 그토록 머리를 아프게 해던 고민들을 나열해보면 몇 개 안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오른쪽은 그저 공란으로 남겨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한 개 정도 억지로 써넣고 나면 어느새 꾸역꾸역 늘어난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한번 해 보시라.
예를 들어보자. 퇴직하면 단점만 있는게 아니다. 충분한 여유시간,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해방, 복장에 신경 덜 쓰기, 평소 하고 싶었던 일 떠올리기, 수면 부족 해결 등. 이처럼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서양속담처럼 한 쪽 문이 닫히면 어김없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인생의 대차대조표도 수입과 지출처럼 손해와 이득이 수시로 교차한다. 당장은 피해를 보는 것 같아도 길게보면 이득이 생기고 그 반대 또한 자주 발생한다.
중요한 건 때때로 스스로를 중간점검하고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아흐레. 작심삼일도 지났으니 이제야말로 진정한 계획을 세울 때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을 추가해보자.
덧붙이는 말
새해 첫날 대차대조표를 써 본 결과 가장 큰 손해는 올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한달에 두번씩 일년이면 스물네번이나 볼 수 있는 혜택이었는데 브이아이피 회원에 한해 연 12회로 제한이 되었다. 그냥 일반회원인 나는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다른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여의치 않다.
한 때 자주 갔던 한국영상자료원은 거리도 멀고 상영관은 크지만 사운드가 별로라 썩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동네 도서관이나 무료 상영기회를 찾는 것도 마땅치 않다. 결국 대안으로 고안해 낸 방법은 문화의 날을 활용하는 것이다. 매달 네번째 수요일 저녁 5시 이후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려고 한다. 포인트가 있어 일단 두번까지는 공짜로 볼 수 있다.
더불어 국립중앙도서관도 다시 다닐 생각이다. 출판일을 하며 정말 내 집처럼 드나들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가지 못했다. 다행히 아직도 장기 이용증을 가지고 있어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