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의 노트 - 심현보의 작사법 & 감성 필사
심현보 지음 / 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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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발달하면 다양한 직종이 새로 생긴다. 예를 들어 영화의 경우 장소헌팅만 따로 하는 분들이 있고 가요는 사운드 믹싱만 전담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작사가는 어떤 면에서 고전적인 직업에 속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광받지는 못했다. 노래는 무조건 곡이 먼저라는 선입견 때문이다가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억 단위의 돈을 벌어들이는 스타 작사가들이 등장했다. 심현섭 씨도 그 중 하나다. 그가 써서 히트친 곡들을 보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작곡도 한다.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작사가의 노트>는 제목에 걸맞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 작가의 숨은 노하우나 비결을 알려주기 보다 자신이 쓴 곡에 대한 감상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작 작사를 잘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꾸준히 쓰는 방법밖에 없다는 하나마나한 답을 하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곡해석을 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작곡기법이라기 보다는 화성과 같은 기본적인 작곡방법 소개에 불과하다.

 

또 한가지 이 책의 결정적인 흠결은 절반 가량을 빈칸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가사를 보고 연습해보라는 의도인데 그럴거면 왜 굳이 책에 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별 내용도 없는 책의 분량을 늘리려는 꼼수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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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타운 : 젊은 미국의 사운드
애덤 화이트 외 지음, 이규탁 외 옮김 / 태림스코어(스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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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백부터 하겠다. 이 글은 책을 사서 읽고 난 다음 쓴 게 아니다. 비싸서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읽었다. 외부대출이 되지 않아 앉은자리에서 꼬박 네 시간에 걸쳐 보았다.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재미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미국 흑인대중음악에 관심이 전혀 없는 분들께 권할만하지는 않다.

    

우리에게 모타운은 낯설지만 마이클 잭슨이나 다이아나 로스, 라이오넬 리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모태가 바로 모타운이다. 잭슨 파이브, 슈프림스, 코모도스가 모두 이 세람이 속해 있던 그룹이었다. 바야흐로 미국 흑인 음악의 전성기를 이끈 음반회사가 바로 모타운이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전성기는 흑인핍박과 역사의 궤를 같이 한다. 1960년대부터 불붙기 시작한 민권운동은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격화되었다, 그 불똥은 엉뚱하게 모타운으로 튀었다. 백인들의 노리개에 불과한 음악으로 돈을 번다는 비아냥이 일었다. 마치 전두환 폭압정권에서 순화된 가요가 욕을 먹듯이.

 

그러나 모타운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베트남 전쟁을 정면으로 반박한 마빈 게이의 '왓츠 고잉 온'이 발매되면서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었다. 흑인 민권운동의 기수가 된 것이다.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고공행진도 세월 앞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흑인들만을 내세운 전략이 발목을 잡고 대중의 기호가 보다 다양해지면서 기본적으로 알앤비블루스에 기반을 둔 모타운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거인의 장엄한 몰락이었다

 

아, 진짜 슈퍼스타를 빼먹을 뻔 했다. 스티브 원더는 모타운의 산증인이다. 다들 다른 소속사로 떠날때 그만이 진정으로 끝까지 남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그 현장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유튜브에 Motown 25 Past Present and Forever(창립 기념공연)시기 바란다. 성인이 된 마이클 잭슨도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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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이미지 덕에 다양한 역을 맡지 못해 손해를 본 김동욱. <신과 함께>에서 수홍 역을 맡아 숨겨온 연기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더욱 날아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동욱,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진짜 연기자

 

 

의도한 대로만 결과가 나온다면 인생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아마 그렇다면 소설가라는 직업도 사라질 것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예상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라는 아이러니가 늘 있기에 글쟁이들도 먹고 산다.

 

배우 김동욱이 뜨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 덕이다. 포스터에 사진도 박히지 않은 조연이라 아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도리어 관심은 과연 원작의 감동을 살릴 수 있느냐, 컴퓨터 그래픽은 엉성하지 않겠느냐에만 쏠려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차태현, 하정우, 주진우는 저리가고 오로지 병사 역을 맡은 김동욱만 별처럼 빛나고 말았다. 물론 그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기어코 터트리게 만드는 킬링 파트를 장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다른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김동욱은 좋은 배우다. 우선 발성이 좋다. 우리나라 연기자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배우들이야 워낙 외모를 중시하니 그렇다치고 남자들은 기본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인간들이 배우노릇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신인들만이 아니다. 이른바 배테랑이라는 분들조차 그렇다. 국민배우라 불리는 안성기씨는 우물거리는 발음으로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연기 못하는 후배를 대놓고 욕하는 이순재 씨는 늘 씹는 듯한 말투로 답답함을 배가시킨다.

 

그래서인지 나는 연기자를 볼 때 딕션이 정확한 배우를 좋아한다. 그중 최고는 박신양 씨다. 그의 발음은 또박또박할 뿐만 아니라 들리지 않는 말이 없을 정도로 모든 대사를 커버한다. 타고난 성대 덕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피나는 연기수련을 받은 결과다. 

 

김동욱 씨도 박신양 씨 못지 않게 발성이 좋다. 다른 배우들보다 톤이 굵고 깊어 두세배는 크고 정확하게 들린다. 귀여운 외모 탓에 주연이 되지 못하고 발랄한 조역만 맡아 아쉬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역을 맡아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때로는 나이 든게 유리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량만 좋은게 아니다. 한예종 출신답게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단순히 몰입하는게 아니라 관객의 감정이입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역량이 탁월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진짜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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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꼬인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만약 잘 모르겠다면 새해가 밝았는데도 희망찬 기분보다는 한숨이 나오고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고 하루를 마감하면서도 편안함보다는 짜증이 치민다면 두말할 것없다. 

 

이런 기분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바꾸려고 뭔가를 해보려 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럴 땐 속는 셈치고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 발견했다. 종이를 꺼내 세로로 반을 접은 다음 왼쪽에는 현재 처한 위기를 오른쪽에는 만족하는 부분을 적어내려가면 된다. 처음에는 왼쪽이 차고 넘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 퇴직, 구직실패, 솔로연장, 건강악화, 현금부족, 불화 등등.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 써나가다 보면 일곱개 이상을 채우기 힘들다. 곧 그토록 머리를 아프게 해던 고민들을 나열해보면 몇 개 안되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오른쪽은 그저 공란으로 남겨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한 개 정도 억지로 써넣고 나면 어느새 꾸역꾸역 늘어난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한번 해 보시라.

 

예를 들어보자. 퇴직하면 단점만 있는게 아니다. 충분한 여유시간,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해방, 복장에 신경 덜 쓰기, 평소 하고 싶었던 일 떠올리기, 수면 부족 해결 등. 이처럼 동전에는 양면이 있다. 서양속담처럼 한 쪽 문이 닫히면 어김없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마련이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인생의 대차대조표도 수입과 지출처럼 손해와 이득이 수시로 교차한다. 당장은 피해를 보는 것 같아도 길게보면 이득이 생기고 그 반대 또한  자주 발생한다.

 

중요한 건 때때로 스스로를 중간점검하고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아흐레. 작심삼일도 지났으니 이제야말로 진정한 계획을 세울 때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을 추가해보자.

 

덧붙이는 말

 

새해 첫날 대차대조표를 써 본 결과 가장 큰 손해는 올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한달에 두번씩 일년이면 스물네번이나 볼 수 있는 혜택이었는데 브이아이피 회원에 한해 연 12회로 제한이 되었다. 그냥 일반회원인 나는 아예 해당이 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다른방법을 찾아보았지만 여의치 않다.

 

한 때 자주 갔던 한국영상자료원은 거리도 멀고 상영관은 크지만 사운드가 별로라 썩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동네 도서관이나 무료 상영기회를 찾는 것도 마땅치 않다. 결국 대안으로 고안해 낸 방법은 문화의 날을 활용하는 것이다. 매달 네번째 수요일 저녁 5시 이후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하려고 한다. 포인트가 있어 일단 두번까지는 공짜로 볼 수 있다.

 

더불어 국립중앙도서관도 다시 다닐 생각이다. 출판일을 하며 정말 내 집처럼 드나들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가지 못했다. 다행히 아직도 장기 이용증을 가지고 있어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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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빌 콘돈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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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왓슨은 땅을 치고 후회해야 마땅하다. 벨 역할을 하기 위해 라라랜드를 포기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달리 보면 만약 왓슨이 주인공이있다면 영화가 망했을지도 모른다. 살짝 퇴폐미가 풍기며 실패자 모습이 드러나는 엠마 스톤이 적역이었다.

 

아무튼 너도 잘 되고 나도 성공하면 좋으련만 <미녀와 야수>에 대한 평은 썩 좋지만은 않다. 뮤지컬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코러스나 박진감 넘치는 사냥씬, 게다가 만화를 그대로 실사로 재현한 놀라운 씨지까지 볼거리가 많은데 왜? 재탕에 삼탕까지 했기 때문이다. 곧 오리지널 만화를 연극으로 꾸민 것도 모자라 영화로까지 만들어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게다가 두 곡 정도를 제외하고는 곡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정직하게 말해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너무 안이한거 아냐?

 

결과적으로 디즈니의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만약 영화 <미녀와 야수>가 성공했다면 <인어공주>를 포함한 원작 만화를 차례차례 실사로 만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실패함으로써 당분간은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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