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셔스
리 다니엘스 감독,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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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투 운동'이 거세다. 남성에게 성차별 혹은 추행을 당한 여성들이 숨기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자들로서는 더이상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선언효과의 의미가 있고 남자들은 자신들이 착각하는 상식이 이제는 유물이 되었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프레셔스>는 흑인이면서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두번이나 인심을 한 사춘기 여성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다루고 있다. 가뜩이나 주눅들어있는 그녀에게 사회는 냉대를 넘어 침을 뱉는다. 당연히 의기소침해진다. 심지어 문제아들끼리 모인 공간에서도 왕따를 당한다. 역설적으로 그녀의 닉네임은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사람이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업다.

 

영화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로야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헤쳐나가라고 독려할 수 있지만 글쎄? 그럼에도 이렇게라도 자꾸 이슈화하면 조금씩 해결되어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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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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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에스에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 온다면 1순위는 무조건 필립 케이 딕이다, 라고 나는 확신한다. 사실 그의 작품은 엄밀히 따지면 사이언스 픽션은 아니다.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환상소설에 가깝다. 동시에 인간과 기계에 대한 빼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상상의 미래를 현실속으로 끌어오는 특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도 좋지만 그렇다고 다른 소설도 빠트려서는 안된다.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우리나라에도 그의 전집이 완역으로 출간되었다. 진심으로 감격스럽다.

 

<진흙발의 오르페우스>는 필립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다른 글들에 비해 매우 짤아 완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이디어만큼은 더욱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는 <재능의 형성>을 가장 좋아한다. 딕은 제도권 교육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거부감을 보이는데 이 단편은 그의 이런 감정을 잘 대변한다. 단순한 학습이 사라지고 초능력과 예지 능력만이 배움의 대상인 미래에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퍼셀 씨, 학교에서 배울 거라곤 아무 것도 없어요. 나보다 염력이 발달한 초능력자가 없다는 건 당신도 잘 아실텐데요. 여기사람들도 내가 혼자 작업하게 놔둘 뿐이죠."

 

문득 지난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상상에 빠진다. 만약 기나긴 고난의 학교생활을 하지 않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나 홀로 무언가를 해왔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물건을 떠오르게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분명히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살았을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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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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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 바로 번역되어 나온다. 덩달아 판매부수도 증가한다. 좋은 현상이다. 이렇게라도 책을 읽는 사람이 늘면 되지 뭐.

 

<파묻힌 거인>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근작이다. 2005년 장편을 내고 근 10년만에 다시 낸 작품이다.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키는 고대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헤매는 노부부가 잉기를 이끌어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렴풋이 뭔가가 떠오를 것 같지만 끝내 어떤 확실한 결말도 내지 않고 끝이 난다.

 

허무하다기 보다는 황망하다. 좋게 말하면 거장의 자기고백이고 나쁘게 보면 과장된 관념의 파편들을 모아 이어붙였다. 행여 환상 소설인줄 알고 한번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판타지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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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메이킹 - 이것은 빅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전략이다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지음, 김태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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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화제다. 직접 써 본 적은 없지만 관심은 크다. 화폐의 일대 혁명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돈은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했다. 임의로 정한 값일 뿐이었다. 그 결과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성장하면 할수록 불평등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일종의 자율화폐로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값을 측정함으로써 낭비요소를 없앤다. 곧 축적이 아닌 지불수단인 교환에 최적화되어 있다. 게다가 금처럼 한정된 자원의 채굴개념이어서 권력관계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달러가 기축화폐로 행세하는 기현상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한다. 

 

<센스 메이킹>은 데이터가 미처 보여주지 못하는 숨은 관계야말로 마케킹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만원짜리를 예로 들어보면 다섯 살 아이와 중학생, 대학생과 성인, 노인이 느끼는 체감이 제각각 다르다. 이중 가장 값어치를 낮게 보는 대상은 경제활동을 하는 어른들일 것이다. 반면 어린이나 수입이 없는 노인에게는 단순히 만원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일종의 '멘탈 어카운트(머릿속 지갑)'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구매력이 강한 집단만을 대상으로 한 고가제품 판매에 전력을 다해야 할까? 아니다. 도리어 박리다매로 싼값에 대량으로 파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전략의 중심에는 숫자를 넘어서는 소비자의 반응,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지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시장에서 콩나물 몇백원을 깎으면서 10억 원이 넘는 부동산은 빚을 져서라도 사는 사람이 뇌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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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데이빗 고든 그린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외 출연 / 영상공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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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글이 막힐 때는 일단 한 놈을 죽여놓고 다시 쓰라고 조언한다. 어떻게든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다. 뜻하지 않을수록 반응은 커지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실감나게 등장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일까? 미국 작가들은 적어도 살인 방법을 묘사할 때는 행복하다. 총기 소유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뭘 고민해? 그냥 총으로 쏴 죽여. 그리고나서 자살해버려. 아차피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었잖아.

 

<스노우 엔젤>은 결말을 정해놓고 달려가는 특급열차같은 영화다. 템포가 빠르다는 뜻이 아니다. 이혼한 부인을 끊임없이 찾아가 다시 합치기를 요구하는 남편. 아내는 딸 하나를 데리고 중국식당에서 일하며 어렵사리 생계를 이어간다. 어느날 피곤한 틈에 아이가 제발로 집을 나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전 남편은 분개하여 와이프에게 총을 겨누는데.

 

만약 이런 이야기만 이어졌다면 흔하디 흔한 미국 막장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젊은이가 있다. 고등학생인 그는 동아리 할동으로 밴드부를 하며 알바로 식당일을 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전혀 연결고리거 없어 보이지만 같은 레스토랑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부인과 함께 일하고 그 딸까지 발견하게 된다.

 

자, 그럼 이 끈을 이어가볼까? 없다. 그게 끝이다. 마치 맥거핀(중요한 단서같지만 실은 아무 것도 아닌)처럼 둘은 연결되지 않고 영화는 끝이 난다. 따로 국밭같다고나 할까? 이 영화에 쏟아진 미국평단의 찬사에 나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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