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흙발의 오르페우스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만약 에스에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날이 온다면 1순위는 무조건 필립 케이 딕이다, 라고 나는 확신한다. 사실 그의 작품은 엄밀히 따지면 사이언스 픽션은 아니다.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고가는 환상소설에 가깝다. 동시에 인간과 기계에 대한 빼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상상의 미래를 현실속으로 끌어오는 특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도 좋지만 그렇다고 다른 소설도 빠트려서는 안된다. 이런 독자들의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우리나라에도 그의 전집이 완역으로 출간되었다. 진심으로 감격스럽다.
<진흙발의 오르페우스>는 필립의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다른 글들에 비해 매우 짤아 완결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아이디어만큼은 더욱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는 <재능의 형성>을 가장 좋아한다. 딕은 제도권 교육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거부감을 보이는데 이 단편은 그의 이런 감정을 잘 대변한다. 단순한 학습이 사라지고 초능력과 예지 능력만이 배움의 대상인 미래에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퍼셀 씨, 학교에서 배울 거라곤 아무 것도 없어요. 나보다 염력이 발달한 초능력자가 없다는 건 당신도 잘 아실텐데요. 여기사람들도 내가 혼자 작업하게 놔둘 뿐이죠."
문득 지난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상상에 빠진다. 만약 기나긴 고난의 학교생활을 하지 않고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나 홀로 무언가를 해왔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물건을 떠오르게 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분명히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살았을 것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