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 제이크 질렌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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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죽는 날까지 지구를 벗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후세들은 다를지도 모르겠으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행성에 갇혀 사는 한 우주에 대한 상상과 열망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우주선이 개발되기 이전부터 에스에프소설이 등장했다.

 

<라이프>는 독특한 우주 판타지다. 에이리언처럼 외계인이 습격하는 것도 아니도 그렇다고 비행사들끼리 갈등이 고조되지도 않는다. 숙주로 만들어 키운 생명체가 도리어 사람들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얼핏보면 그럴듯한데 막상 만들어놓고 보니 밋밋하다. 굳이 우주라는 배경이 있어야만 했나라는 의아심이 들 정도다. 막막한 유니버스를 실감나게 표현한 <그래비티>와 너무 상반된다. 최근 본 영화가운데 가장 실망스러웠다. 한가지 칭찬한다면 사운드 트랙.밀폐된 공간에서의 답답한 느낌을 잘 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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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레오이 마을에는 히마리 씨가 있다. : 첫봄은 개를 데리고 나온 유부녀와 - Novel Engine POP 하레오이 마을에는 히마리 씨가 있다.
노무라 미즈키 지음, 시무라 타카코 그림, 김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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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의 아이들은 비슷해보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은 특별한 연습생 기간없이 바로 데뷰시킨다. 우리같으면 무대에 올릴 엄두도 나지 않는 실력의 여중생들이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 수준은 학예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한국은 프로가 되기 전에는 절대 나서지 않는다. 어느 수준에 올라섰더라도 운이 나쁘면 엎어지기 일쑤다. 결과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갖추게 된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는 단연코 일본이 앞선다. 곧 일정 수준 이하더라도 시작은 보장한다. 인기를 얻고 못얻고는 그 다음 문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쓰는 이들도 작가행세를 한다. 연령도 상관이 없다. 10대에 데뷰하는 경우도 흔하다. 동인지에 싣기도 민망한 낙서같은 글도 버젓이 책으로 출간된다.

 

<하레오이 마을에는 히마리 씨가 있다. : 첫봄은 개를 데리고 나온 유부녀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번 읽고 버려도 상관없는 장난같은 글이다. 우연히 사랑에 눈이 떴는데 하필 상대가 유부녀였다. 그렇다고 관계가 진전되는 것도 아니고 흐지부지된다. 그래서 뭐?

 

그러나 이런 글에도 장점은 있다. 일본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처럼 글을 쓰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그 중에 보석같은 작가가 짠하고 탄생할 확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센스있는 분이라면 이 책의 저자 노무라 미즈키도 그냥 그저그런 글쟁이로 생을 마감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발견했을 것이다. 힌트는 제목에 있다. 그의 목표는 안톤 체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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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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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쓰거나 그리는 족족 번역되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 대부분의 내용은 소소한 일상이다. 이를테면 극장에서 도라에몽을 보았다. 어른이 되어버린 진구에게 과거의 도라에몽이 찾아오지만 진구는 이제 더이상 벗이 아니라며 만나기를 거부한다. 그 장면을 보고 뭉클했다. 이런 식이다.

 

개인 블러그에나 올릴 법한 글들이 왜 이다지도 많이 팔릴까? 이유는 동일시다. 미리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꾸밈없이 글로 옮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썩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는 일러스트라면 인정하지만 굳이 이런 글까지 책으로 엮어 내는 이유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아닌 일본 작가에게. 일본은 오래전부터 생활에세이 전통이 강했다. 신문에도 연재할 정도로. 실제로 마스다의 글과 그림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기도 했다. 이 책도 그 산물이다.

 

일본이야 워낙 별별 책이 다 만들어지고 읽히니 뭐라 할 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까지. 물론 각자 취향이 다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자극없이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런 글에 감동받는 것은 퇴행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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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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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란 가치에 대한 평가이자 후광이다. 사람들은 후자에 더욱 열광한다. 곧 자신의 기준보다 남이 부여한 권위에 의존한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최근 몇 년 연속 물을 먹은 하루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즈오가 받을 자격이 없는건 아니다. 일본계 영국인인 그는 묵직한 주제의 글을 꾸준히 써왔기 때문이다. 곧 상업적으로는 썩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책은 <남아 있는 나날> 정도다.

 

주인공은 집사. 시대는 1930년대. 영국 귀족의 빛바랜 영광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스스로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를 돌아본다. 아, 이 얼마나 지루한 이야기인가? 게다가 대사도 거의 없는 1인칭 시점의 독백글이라니. 물론 문체가 유려하고 감상적인건 인정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유럽인들의 자부심을 드높였다는 것 정도. 제국의 역사를 가지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차라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인물들이 말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낫다. 안토니 홉긴스의 열연도 볼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려고해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건 어쩔 수 없다. 노벨문학상이 서구 유럽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매우 고답적인 상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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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트렌드 2018
커넥팅랩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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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한 철 장사가 있다. 그 때 아니면 팔리지 않는 물건처럼. 연도를 붙인 미래 예측서적이 그런 예다. 맞고 틀리고는 상관이 없다. 얼마나 많이 어필하느냐에 달려 있다. 언제부턴가 모바일 트렌드가 매년 출간되고 있다. 모바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만큼 관심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특히 작년부터 비트코인 광풍이 불면서 열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무선시대에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다. 지폐나 동전없이도 구입이 가능하며 소비내역은 고스란히 데이터로 남는다. 얼핏 보면 편한 것 같지만 반대로 보면 사생할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장점 못지 않게 단점도 크다는 말이다.

 

<모바일 트렌드 2018>은 균형감있게 다가올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에 기반한 모바일 사회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직종을 창출한다. 이를 테면 저장에 대한 압박이 없어지면서 클라우드를 포함한 대용량 플랫폼 관련 전문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반면 인공지능의 발달로 단순노동은 점점 필요가 없어지면서 엄청난 유휴인력이 생길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하는 중장년이다. 이른바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데 남은 몇십년을 끝내 버티며 과거에만 얽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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