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 시청율을 치솟게 만든 기안84의 키스 장면. <나 혼자 산다>의 인기비결은 조류를 잘 탄 측면도 있지만 비예능인들의 자연스런 케미 덕도 크다.
혼자 살더라도 어울려야
<나 혼자 산다>가 상을 휩쓸었다. 2017년 엠비씨 연예시상식에서 대상을 포함하여 프로그램상, 신인상 등 핵심적인 상은 다 받았다. 파업 여파와 휴식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제대로 방영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 프로그램은 시대 흐름을 잘 탔다. 홀로 사는 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주도한 시기가 1기라면 2기는 전현무가 총대를 맨 격이 됐다. 엄밀하게 말해 1기보다 2기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출연자들보다 패널들의 호흡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현무와 한혜진,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헨리 등은 친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웃고 까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 나 혼자 있어도 저렇게 어울려 놀 수 있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박나래를 빼고는 다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 점이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곧 닳고 닳은 예능인들이라면 서로 합을 맞추고 짜는 식의 억지 설정이 많을텐데 이들은 평소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특히 기안84는 이외의 발견이다. 특별한 치장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뿐인데 묘한 매력이 있다. 시상식 장면을 소개한 지난 방송(2018. 1. 5 금)에서는 그 진가가 제대로 폭발했다. 특히 박나래와의 관계를 언급항 부분에서는 진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딱히 잃을 것이 없고 또 관두면 웹툰 그리면 되지 않나라는 편한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에드립이 아니었나 싶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방송 맛을 알아버린 아마추어 예능인들이 본업을 잊고 억지로 웃기려 들면 시청자들은 바로 외면해버릴 것이다. 현명한 제작진이라면 잘 나갈 때 과감하게 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아마 실제로 이런 고민을 이미 하고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