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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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위력은 대단하다. 유시민씨가 <알쓸신잡>에 나와 유학중인 딸걱정을 덜게 한 책으로 <랩걸>을 소개하다 삽시간에 판매가 늘었다. 좋은 책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아쉽다. 이 책은 반짝하고 많이 팔리기보다 책상 옆 혹은 침대 근처 아니면 잠자리 주변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흔히 자연을 사랑한다는 사람은 맹목적이게 마련이다. 환경보호는 선이고 그 반대는 악이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본다.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자고 하면서 극단적으로 말을 하고 실천하는 것은 과연 옳은가? 물론 문명사회가 끼친 폐해가 워낙 크기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인간들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스스로가 신이 되어 벌을 주려는 마음과 다를 것이 없다.

 

<랩 걸>은 나무를 연구하는 지은이의 자서전이다. 과학적 증거와 개인사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어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스스로 알게된 지식을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대신 함께 나누자며 슬그러미 손을 내민다. 글쓴이 호프 자런이 강조했듯이 그 출발은 수학이나 물리, 화학을 잘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것이다. 지구에 대해, 생명에 대해, 그리고 그 기원인 씨앗에 대해. 순수한 호기심이야말로 자연을 껴안알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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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시청율을 치솟게 만든 기안84의 키스 장면. <나 혼자 산다>의 인기비결은 조류를 잘 탄 측면도 있지만 비예능인들의 자연스런 케미 덕도 크다.

 

혼자 살더라도 어울려야

 

 

<나 혼자 산다>가 상을 휩쓸었다. 2017년 엠비씨 연예시상식에서 대상을 포함하여 프로그램상, 신인상 등 핵심적인 상은 다 받았다. 파업 여파와 휴식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제대로 방영되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큰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 프로그램은 시대 흐름을 잘 탔다. 홀로 사는 가구가 급격히 늘면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주도한 시기가 1기라면 2기는 전현무가 총대를 맨 격이 됐다. 엄밀하게 말해 1기보다 2기가 더 재미있는 이유는 출연자들보다 패널들의 호흡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현무와 한혜진,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헨리 등은 친형제처럼 스스럼없이 웃고 까분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 나 혼자 있어도 저렇게 어울려 놀 수 있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박나래를 빼고는 다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 점이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곧 닳고 닳은 예능인들이라면 서로 합을 맞추고 짜는 식의 억지 설정이 많을텐데 이들은 평소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특히 기안84는 이외의 발견이다. 특별한 치장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뿐인데 묘한 매력이 있다. 시상식 장면을 소개한 지난 방송(2018. 1. 5 금)에서는 그 진가가 제대로 폭발했다. 특히 박나래와의 관계를 언급항 부분에서는 진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딱히 잃을 것이 없고 또 관두면 웹툰 그리면 되지 않나라는 편한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에드립이 아니었나 싶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방송 맛을 알아버린 아마추어 예능인들이 본업을 잊고 억지로 웃기려 들면 시청자들은 바로 외면해버릴 것이다. 현명한 제작진이라면 잘 나갈 때 과감하게 대수술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아마 실제로 이런 고민을 이미 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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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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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욕구불만을 먹고 산다. 곧 한 사화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집단의 속내를 끄집어내 구현함으로써 지갑을 열게 한다. 역설적으로 일본에서 청춘연예물이 극성인 이유는 바로 제대로 된 교제를 하지 못하는 사회구조탓이 크다. 실제로 성인이 되어 다시 연애를 가르쳐주는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있을 정도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다보니 남을 좋아하는 자연스러운 감정도 감히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바로 이런 일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대변한다. 시작부터 주인공은 죽어버렸다. 자, 이제 내가 마음을 품었던 이성이 사라졌으니 마음껏 그 감정을 털어놓아도 되겠지. 어찌보면 변태스러운 감성이지만. <러브 레터>도 이 패턴을 따르고 있다. 자신을 좋아하면서도 말 한마디 안하던 남학생. 어느날 그로부터 편지가 날아온다. 참 일본스럽다.

 

아무튼 젊음은 아릅다고 사랑은 숭고하기에 이야기는 언제나 끝도 없이 반복된다. 상대가 죽든 말든 상관없이. 도리어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누군가 사망했기에 더 애절하다는 복고적 사랑이 일본에서는 여전히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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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
장률 감독, 윤종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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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젋은 여인, 그 여자를 쫄쫄 쫓아다니는 직업불명의 세 남자. 무슨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각양각색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99퍼센트가 흑백임에도. <춘몽>은 두 개로 만들어진 영화다. 관객들은 동일한 배우들이 나와 연속된다고 생각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첫 편은 정말 꿈처럼 넷이 만나 옥상에서 술을 마시다가 한예리가 시선을 판 사이 남자 셋이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진짜 그들이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분명히 술상에는 여럿이 먹고 마신 흔적이 있는데. 나 그 결말이 진짜 좋았다.

 

두번째 이야기는 보다 리얼하다. 동네 깡패조직인 듯한 익준, 탈북 이주민 정범, 소위 건물주 형빈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지속시켜 나간다. 한예리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실제 주인공은 세 얼간이들이다. 그러다 덜컥 예리가 죽어버리고 아버지는 휠체어에서 일어나고 화면은 컬러로 바뀐다. 어안이 벙벙하다. 대체 뭐가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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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 일반판
김소연 감독, 김태리 외 출연 / 플레인아카이브(Plain Archive)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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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특권은 어설픈 과잉의식에 젖어있더라도 기성세대가 보지 못하면 단면을 보는데 있다. <문영>은 당초 졸업작품으로 만든 것을 이어붙어 장편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툭툭 튄다. 벙어리 행세를 하는 딸, 집을 나간 엄마, 술주정뱅이 아빠, 이웃에 사는 이상한 여자. 이 네사람의 관계는 전혀 연결되지 않고 맥락도 없이 따로따로 난다. 다만 김태리와 정현만이 서로에게 의지하듯 관계를 이어가는데. 정직하게 말해 감독은 속사정을 전혀 알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귀머거리가 어떤 느낌인지, 알콜 중독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뚜렷한 직업없이 혼자 사는 여인이 마당있는 단독주택에 사는게 가능한지 전혀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 단순히 자신의 관념을 투영할 뿐이다. 그럼에도 빛나는 건 김태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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