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단 한명의 작가를 꼽아야 한다면 나는 역시 카프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단지 그의 작품때문만은 아니다. 살아 생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매력 포인트도 별 의미가 없다. 오로지 단 하나 작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사실이 나를 움직였다. 역설적으로 그는 죽기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자신을 위장했지만 스스로 작가임을 잊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대중적 아우라와 자기 만족 사이에서의 방황
새해 첫날을 맞는 소감은 별다를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리차를 마시고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고 짬이 나면 식사를 한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작년에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혼자 되신 장인어른댁에 찾아뵙는 것이다. 과거에는 1월 1일에 간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아내가 신경이 쓰이는가 보다. 처형과 형님 그리고 미국에서 공부중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조카와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살짝 리듬이 깨진 느낌이 들어 언제나처럼 공원을 30분쯤 설렁설렁 뛰었다. 그리고 나니 겨우 평상심을 되찾는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문자 안부를 주고 받은 처남과 아무래도 직접 목소리를 듣고 말하는게 나은 듯 싶어 통화를 하고 드디어 의자에 앉았다. 아, 행복하다. 역시 나는 글쓰는걸 가장 사랑하는구나.
그러나 앞으로 글쟁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살짝 걱정도 된다. 이미지나 영상이 주류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글은 단순한 도구로 전락하는건 아닌가? 이를 테면 영화 <신과 함께>나 웹툰은 즐겨 보지만 내용의 핵심은 지옥세계를 다룬 설화집을 들추어볼 사람이 있을까? 영상화되지 못하는 글은 사장화되거나 판소리나 타령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아 근근이 명맥만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게 왜 문제냐구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으면 판권 계약을 해서 더 큰 돈을 벌수 있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 걱정은 영상과의 불화가 아니다.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버틸수 없는 세상에서 글은 대체 어떤 의미인지이다. 조회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짤로 통하는 짤막한 영상도 히트를 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클릭수를 자랑하지만 하루이틀 고생해가며 올린 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물론 나 또한 가끔 유튜브에 올라온 비디오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긴 하지만 과연 글보다 더 나은 상업적 대접을 받는 것이 마땅한지는 의문이다.
작가에게 남은 길은 이미지에 종속되느냐? 아니면 고고하게 은둔자가 될 것이지 중에서 선택할 일만 남았다. 곧 대중적 아우라와 자기 만족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만약 전자를 택한다면 부는 쌓지만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자로 전락하지만 후자를 결정한다면 쓰는 족족 책상 서랍에 넣거나 혹은 유에스비에 저장한 후 믿을만한 친구에게 제발 발표하지 말고 불에 태우거나 파기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