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의 새로운 자존심을 모토로 냉동육을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는 쉐이크 섹. 미국에서 시작한 열풍은 한국에서도 그치지 않고 있다. 햄버거 하나를 먹더라도 이왕이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광고 아님. 개인 평임.

 

 

나만의 작은 사치

 

맛집을 찾아다니려면 시간과 돈이 많아야 한다. 또한 부지런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땡. 탈락이다. 세가지 조건이 하나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음식에 쏟는 열정을 가장 하찮게 여긴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고 주면 주는대로가 내 원칙이다.

 

그러나 짬이 나면 유명하다는 음식점은 찾곤 한다. 맛때문이라기보다는 트랜드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한 때 광풍을 일으켰던 쉐이크 섹도 그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햄버거의 약 2.5배 가격에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자주 올 것도 아니니 일이 있어 온 김에 들렀다. 참고로 내가 방문한 곳은 청담점이다. 일단 높은 천장과 개방감있는 창이 마음에 들었다. 먹자마자 내몰리는 느낌의 어두운 매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이 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쉐이크를 시켰다. 모두 합쳐 가격은 16,700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뒷골이 살짝 댕기기는 했다. 그럼 어디 제값을 하나 먹어 볼까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놀라운 맛은 쉐이크였다. 아주 어렸을 때 먹어본 이후 한참동안 잊고 있었다. 오죽하면 빨대로 빨아도 안올라오기에 문제가 있나 싶었다. 결국 뚜껑을 열고 스푼으로 떠먹었다. 꾸덕꾸덕하면서도 상쾌하고 진한 맛이 입안을 타고 올라왔다. 대체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어서 이런 맛이 나나 보았더니 바닐라, 초콜렛, 솔티드 카라멜, 딸기, 피넛버터, 커피. 아니 그냥 우유, 아이스크림, 설탕을 섞은 것이 쉐이크 아닌가? 하여튼 놀라운 맛이었다. 5,900원의 가격에 깜짝 놀랐지만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남아있어 아주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반면 햄버거와 프라이는 평범했다. 맛이 없다기 보다는 예상가능했다는 뜻이다. 물론 빵은 폭신하고 고기는 풍부했으며 채소는 신선했고 감자는 파삭했다.

 

만약 쉐이크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이 곳을 선택하겠다. 물론 칼로리 폭탄이라는 점을 각오하셔야 하겠지만.

 

사진출처: http://fortune.com/2015/05/14/shake-shack-mcdonal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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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7월 9일 연세대학교 노천강당에서 출발한 고 이한열 군의 장례행렬이 노제를 치르기 위해 서울시청 앞마당에 모였다. 이날 모인 약 백만 명의 군중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정부를 수립하라고 외쳤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시민들이 몰릴 것을 미리 알고 신문사의 취재나 촬영을 강제로 막았다. 그 결과 관련 사진이나 영상은 매우 드물게 남아있다. 오늘날 전해지는 자료는 대부분 시민들이 찍은 것들이다.    

 

 

그 날이 오면

 

 

<신과 함께>와 더불어 <1987>도 개봉 첫날 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두 영화 모두 감동적이었다. 완성도 여부를 떠나 실컷 울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생 박종철의 고문치사로 촉발된 민주화 운동의 열기는 연세대생 이한열의 죽음으로 최고조에 올랐고 결국 629선언으로 막을 내렸다. 다행인지 불행이지 그 모든 과정을 나는 고스란히 지켜보았고 거의 매일 아스팔트 바닥을 누볐다. 딱히 운동권이어서가 아니다. 거리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학정문 앞에는 전경들이 쭉 늘어서 학생들의 가방을 뒤졌다. 학교안에는 학생들이 아니라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영화 <1987>은 그 시대를 생생하게 담아냄으로써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보수 세력이 집권한 최근 9년 동안 비슷한 일을 겪었기에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권력은 검찰을 장악하여 무고한 사랍들을 잡아 넣고 언론은 받아쓰기만 강요받고 친위대를 만들어 친정부 데모를 선동함으로써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촛불이 없었다면 또다시 암울한 시기를 더 오래 견뎌야만 했을 것이다.

 

<1987>은 숭고하다. 쟁쟁한 배우들이 단역이나 까메오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함으로써 자칫 제작이 무너질 뻔한 위기를 극복해냈다. 본의 아니게(?) 악역을 맡은 배우들조차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악랄함을 잘 드러냈다. 특히 김윤석의 느글느글한 평안도 사투리는 빨갱이 사냥에 나선 확신범의 광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반대편에서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검사역의 하정우나 기자를 열연한 이희주도 돋보였다. 이밖에 수사반장 역의 박희순, 간수로 나온 유해진이나 조카역의 김태리, 수배자 김정남을 연기한 설경구 모두 그 시절로 빨려들어갈수 있도록 제몫을 다해주었다. 또 한명 박종철로 나온 여진구도 빼놓을 수 없다. 몇 안되는 장면에서도 그는 물고문 당하는 마지막 모습을 열연함으로써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지나치게 조각조각 이어붙인듯한 영화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한열로 나온 강동원은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실소 대신 울음이 터져 나온 것은 누구나 경험했을 역사적 부채의식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저 평범하게 대학생활을 하고 싶은데 마음이 너무 아파. 그래서 힘들어.

 

그렇다. 우리 모두는 1987에 빚을 지고 있다. 박종철, 이한열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 덕에 간신히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만약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으로 생각했다면 여전히 권력의 눈밖에 날까 숨죽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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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이지 2017-12-2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한 마음에 초고를 그대로 올렸네요. 님께서 지적해주신 내용 포함하여 전체를 고쳐 다시 올렸습니다. 행복한 연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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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법자 설명충으로 나온 김성철. 주인공 제혁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빛나는 별은 그다. 낯선 교도소 생활을 소개하는 일종의 나레이터 역할을 하면서 극에 대한 몰입도를 한껏 끌어 올린다.

 

제2의 류준열로 불리며

기로운 감빵생활을 이끄는 김성철, 흥해라!

 

금기에 대한 욕망은 인간을 파멸로 이끈다. 살아서 경험하는 지옥이 있다면 그곳은 감옥일 것이다. 실제로 형량에 상관없이 교도소를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아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결과 암묵적이든 아니든 마치 없는 시설처럼 여기곤 했다. 고작 뉴스에나 잠깐 스쳐지나가듯 정문만 등장할 뿐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한국 드라마의 오랜 터부를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것도 교도소 생활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잘나가는 프로야구 선수 제혁. 여동생의 집에 들렀다가 성폭행범을 발견하고 격투를 벌이다 그만 중상을 입히고 만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집행유예를 받아 마땅한데 실형을 선고받는다. 자,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기 시작되는구나.

 

감옥하면 프리즌 브레이크를 떠올리며 치고받는 격투씬이 장렬하게 벌어지겠다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쫌스럽고 구차하고 서로에게 심한 말을 해대지만 실제로는 주먹 휘두르기를 주저하는 쫌뺑이들이 나오니까. 그러나 그래서 더욱 실감이 난다. 왜냐하면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들은 여하튼 죄인이니까.

 

티브이앤은 신인을 발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혁을 연기한 박해수는 맞춤옷을 입은듯 자연스럽고 다른 감빵 친구(?)들도 얼굴이 낯설어서인지 진짜 재소자처럼 보일 정도다. 푸근한 교도관인 것 같던 성동일의 연기 변신도 놀랍다. 16부작이니 이제 절반 정도를 넘었다. 과연 어떤 또다른 변수가 등장하여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킬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제혁이 무사히(?) 퇴소하기를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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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새로운 전설을 예고했지만 디즈니와 결합하며서 가벼운 활극으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스케일이 크고 화려해도

 

스타워즈를 보며 함께 자라 세대가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리즈가 제작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팬층이 두텁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과연 그 이유는 뭘까? 물론 300백만 명을 넘기게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천만은 되어야 대히트작이라는 등식이 성립디니까. 일단 편견을 떠나 보고 판단해보자.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재미있는 영화다. 기존 작품을 보지 않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 유명한 우주선 추격신이나 광성검 싸움은 관객을 흥분시킨다. 게다가 추억의 레이나 공주와 해리슨 포드까지. 존 윌리엄스의 웅장한 음악도 여전하다.

 

그러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우선 거대한 서사가 부담스럽다. 우주 전쟁이라란 완벽한 상상의 산물이기에 비교 대상이 없다. <왕좌의 게임>이 판타지임에도 중세라는 경험이 녹아 있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데 반해 <스타워즈>는 전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다. 둘째 신파가 약하다. 우리 관객은 극적인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고추가루가 빠진 설렁탕을 먹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스케일이 크고 화려해도 내 이야기같지 않으면 외면한다. 셋째,  에스에프는 아이들용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차라리 인터스텔라처럼 진중한 과학이야기라면 호기심에서라도 볼 텐데 스타워즈는 어떤 영화가 나와도 거기서 거기일것이라는 지레짐작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마니아들만 즐기는 장르가 되고 말았다.

 

깨어난 포스에 이어 라스트 제다이가 개봉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 딱히 안타까운 건 아니지만 조금 더 분발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디즈니가 지나치게 스타워즈를 가볍게 대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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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2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 영화 다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에 동의합니다.

카이지 2017-12-2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 감사합니다 저도 재미는 인정 해리슨 포드 레이나는 사족
같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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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픽스
데이비드 린치 감독, 데이빗 보위 (David Bowie) 외 출연 / 썬엔터테인먼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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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원 월정액 프로그램을 가입할까 고민중이다. 오로지 <트윈 픽스> 때문이다.1, 2편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이젠 전설로 남을것이라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올해 시리즈 3편으로 되돌아왔다. 이 시리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캐치원 가입뿐.

 

영화 <트윈 픽스>는 드라마의 전사(이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곧 시리즈가 여주인공이 죽은 상태로 등장하면서 충격을 준 반면 영화는 일주일전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왜 죽게 되었는가? 누가 살해했는가?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현실과 상상의 뒤범벅이 된 세상으로 끌려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개봉되었을 땐 다소 난해하다는 의견이 강해 시리즈만큼 큰 흥행을 얻지는 못했다. 데이비드 핀치의 광팬이 아니라면 선뜻 '좋아요'를 누르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호불호를 떠나 안젤라 바달멘티의 음악만큼은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만약 당신이 조만간 죽을걸 알고 있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쉐릴 리는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 마음을 선율에 맞춰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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