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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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기상. 회사 출근. 밤 10시 53분 귀가. 일요일을 제외하고 무한 반복. 일은 전혀 즐겁지 않고 어마무시한 가학적 학대만이 존재하는 세상.

 

밤 새워본 적이 거의 없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니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내게도 위기의 순간은 있었다. 마감이 임박한 회사. 야근은 기본이고 올나이트는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나 혼자 도망갔다가는 평생 먹을 욕은 다 먹을 상황. 자, 그럼 어떻게 극복할까?

 

세상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만큼 노동강도가 센 나라도 도물다. 단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런 저런 눈치로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곧 회식조차도 업무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하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직장인의 애환을 마치 다큐처럼 담고 있다. 생계가 걸려있으니 과감히 그만두지는 못하지만 하루에도 몇번이나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 다닐 때 별로 친하지 않던 벗이 연락을 해오고. 처음엔 약간 꺼렸지만 자꾸 만나다보니 신세한탄도 하게 되고 정말 이 친구 없으면 못살겠다고 여길 무렵 충격적인 반전이 전개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난 일은 쉽게 잊는 성격이라 내가 다니던 회사에 대한 그리움이나 증오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일개미처럼 직장을 다니는 이들을 부러워하거나 혹은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도 없다. 그저 그들과 나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뿐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일종의 감옥이라는 느낌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내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고 남의 세운 기준에 따라 똑같은 공간에 혹은 외부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히다. 언젠가는 사라져 화석에나 새겨질 운명이다. 기티가와 메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가벼워 보이는 내용이지만 곰곰이 읽다보면 이건 집단생활의 추악한 면을 생생하게 드러낸 보고서라는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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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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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수집하는 성격이 아니다. 어느 정도 모았다 싶으면 미련없이 버린다. 그런데도 집안이 무엇인가로 꽉 차있는 이유는 뭐지? 하여튼 딱히 수집병이 없는 내가 요즘 꽂힌 것이 있다. 무민 관련 용품이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다. 겉으로는 귀여워보이지만 속으로는 어른의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그러나 이 모든 만물의 창조주인 토베 얀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다. 그러던 차에 그녀의 일대기를 엮은 책이 나왔다. 당연히 샀다.

 

얀손은 전형적인예술가의 삶을 살았다. 아버지와의 불화, 강한 독립심, 창조에 대한 강한 갈망. 그러나 내가 정작 주목한 건 무민세계. 이미 일러스트 일감에 치여 잘 나가던 그녀가 왜 무민 이야기를 쓴 걸까?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토베는 자신을 위해 썼다. 스스로가 독자가 되어. 마치 무민 아버지가 과거를 회고하면 글쓰는 일로 하루를 다 보내듯이.

 

그러나 나 혼자 작가이며 독자이던 무민은 이제 그녀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사는 생의 위대한 승리였다. 한 인간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림이 삽입되어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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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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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언제 읽어도 좋은 책이 아니다. 뭔가 인생에 돌파구가 필요하거나 힘이 들 때 도저히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솟구쳐서 무심코 집어들고 보아야 한다. 한 단어 한 문장이 마음에 꽂혀 삶이 확 바뀌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순간적으로 안정은 찾을 수 있게 된다.

 

<일침>은 제목처럼 따끔하게 자신을 일깨우는 책이다.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정민의 솜씨좋은 해설을 읽다보면 한동안 고요있던 정신이 요동치며 스스로를 바로잡게 된다. 책장 혹은 탁자에 올려두고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내키는대로 펼쳐 보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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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 - 행복지수를 높이는 핀란드의 미니멀라이프 55
모니카 루꼬넨 지음, 세키구치 린다 편저, 박선형 옮김 / 북클라우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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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예 없었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고 나서야 존재를 알았을 정도다. 그전까지는 시벨리우스 정도. 자일리톨 껌이 선풍을 일으킬 때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무민을 알게 되면서 점점 관심이 커지다가 최근 방영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 편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모든 핀란드 국민이 다 그런 것 아니겠지만 수수하고 소박한 깨끗한 인상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핀란드는 겉보기만큼 마냥 낭만적인 나라는 아니다. 오랫동안 러시아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고 복지로 유명한 북유럽에서도 가난한 나라도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척박한 자연환경속에서도 정보기술 강국으로 성장했고 동시에 여유롭고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세계에 널리 전파시켰다.

 

<진정한 심플라이프, 휘바 핀란드>는 9개의 키워드를 선정하여 행복한 생활의 비결을 알려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은 인생에 색채를 더해준다는 문구가 가장 인상적이다. 문화만큼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살아도 보는 눈이 없으면 예술은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나 가난해도 거리에서 들리는 멜로디 한 가락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을 가지는건 불가능하지 않다. 반드시 핀란드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기게 더욱 공감이 간다. 글도 담백하지만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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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
가와사키 소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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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유키코('고층증'으로 데뷰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에 빠져 지내다보니 한동안 우울감에 젖어 지냈다. 그가 묘사하는 풍경이나 글이 사무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다나카 서장을 만났다. 장난감 병정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커버에 흔한 라이트 노벨 계열인줄 알았다. 그러나 완벽한 판단 미스. 상쾌유쾌발랄이란 이런 소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프라 모델 마니아인 경찰서정이라는 설정 부터가 웃긴데 게다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들개같은 형성들과 희한한 조화를 이루어 매번 어려운 사건을 너끈하게 해결해나간다. 이게 뭐야 싶다가도 매번 묘하게 설득이 된다. 

 

만약  <서장 다나카 겐이치의 우울>을 만나지 못했다면 올 크리스마스는 정말 그레이하게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우연히 장난같이 집어든 책 한 권으로 낄낄대며 연휴를 지내고 있다. 벌써부터 페이지 넘어가는게 아쉬울 정도다. 이 기세를 몰아 다음편 또 그 다음편도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말

 

지은이 가와사키 소기의 이력은 독특하다. 교토대학 둥물학과를 나와 게임회사에서 일하다 작가가 되었다. 주로 어두운 호러물을 써왔는데 느닷없이 코믹 경찰 추리물로 돌연 변신을 시도했다. 이전 그의 작품을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과연 무서운 이야기를 쓴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마치 순서가 거꾸로 된 듯 싶다. 여하튼 내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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