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프로스티
아서 랜킨 주니어 외, 지미 듀란트 (Jimmy Durante) 외 / 에이프릴엔터테인먼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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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서양 풍습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는 관련 기록이 없다. 더우기 아이들의 겨울철 놀리로 여겨진 적도 없다. 그럼에도 눈사람하면 어린이들이 연상될만큼 겨울을 상징하는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다. 며칠전에도 어김없이 눈이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눈사람이 이곳저곳에 등장했다. 한가지 아쉽다면 예전처럼 큰 눈사람은 보기 어렵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 아이들이 다 뛰쳐나와 마을 입구에 장승처럼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곤 했는데.

 

<스노우맨 프로스티>는 나같은 향수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애니메이션이다. 겨울만 되면 눈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눈사람을 만들어 함께 어울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친구처럼 여기던 눈사람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 흔적도 없이 녹아버리다니. 서양의 예술가들은 이 사실에 영감을 받아 다양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워킹 인 디 에어'라는 노래로 유명한 만화 스노우맨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스노우맨 프로스티>는 마냥 슬퍼하기 보다는 치분하게 타이른다. 봄이 와야만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 푸른 숲을 만들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눈사람은 영원히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이 되면 또다시 우리를 찾아온다고. 매우 오래된 만화영화임에도 여전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건 변함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한번 들으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주제가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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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맛있는 녀석들>. 비결은 단순히 먹기만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한입만이나 팁 추가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다. 곧  먹방을 빙자한 일종의 개그 코너라고 할 수 있다.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네명 각자의 능력과 조화와 롱런을 이끌고 있다.  

 

진심으로 즐기면서 행복하게 먹는 네 사람의 승리

 

열풍처럼 몰아닥친 먹방도 이젠 끝물이다. 관련 방송 프로그램도 서서히 줄고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원래 음식 이야기는 불황일 때 인기를 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돈으로 사치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을 써도 한 끼에 한 사람이 백만 원 이상 지출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따라서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작은 행복을 찾아나서게 마련이고 푸드는 가장 적절한 멋잇감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처음엔 케이블의 스핀 오프(번외편) 정도로 출발했던 <맛있는 녀석들>이 어느덧 148회를 넘겼다. 2015년 1월 30일 첫 방송을 했으니 조금만 더 지나면 3년째가 된다. 대단한 기록이다. 변변한 게스트도 없이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이 정도로 오래 인기를 끈다는 것이 말이다.

 

컨셉도 단순하다. 네 명이 식당을 찾아 게임을 통해 한 사람은 못 먹는 방식이다. 하루에 두 군데를 가니 재수가 없으면 연속으로 굶을 수도 있다. 여기에 한입만이라는 묘수가 등장한다. 곧 꽝이 되더라도 한입은 먹을 수 있다. 처음에는 아예 못먹게 하다가 도입된 제도인데 히트를 쳤다. 게다가 각자의 팁을 더해 음식을 더욱 풍성하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맛있는 녀석들>의 주역은 김준현,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이다. 케미가 좋을 뿐만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매주 새로운 개그 코너를 보는 느낌을 줄 정도다. 그만큼 내공과 순발력이 좋다는 얘기다. 기존의 요리 대표 프로그램이었던 <식신로도>가 정준하의 억지 진행으로  불쾌감을 준 것과는 딴판이다. 또 한가지 덧붙이자면 이들 넷이 진심으로 먹는 것을 즐기고 행복해 한다는 점이다. 사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하루에 두 군에 식당을 다니며 맛있게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때로는 먹다 지치기도 한다. 그걸 또 웃음코드로 살려내니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넷 모두 좋아하지만 특별히 유민상씨를 칭찬하고 싶다. <개그 콘서트>에서 볼 때는 존재감이 그다지 없었는데 <맛있는 녀석들>에서는 숨은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종의 주제나 스토리를 만들어 재미있게 이끌뿐 아니라 구박받는 형 역할도 잘 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장기는 <나고야 특집>에서도 빛을 발했다. 일본어 실력을 앞세워 사전 답사를 직접 다녀왔을 뿐만 아니라 제작진 전체를 이끌고 프로그램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근래에 본 방송 중 가장 웃었다. 앞으로도 부디 탈나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행복한 먹방 방송을 계속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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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 케이지>의 한 장면. 더 멋진 스틸도 많았지만 왠지 이 사진에 끌렸다. 다정함을 감추고 괜히 서먹하게 보이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목인 <새장>이 떠올라 안쓰러웠다.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도 잠긴 곳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성소수자들만이겠는가?

 

 

난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어요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심지어 죽고 나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새 시대를 열었다면 제대로 대접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소평가된 사람가운에 대표적인 인물은 홍석천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 동성애를 최초로 사회로 끄집어냈으며 그 대가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요식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다시 방송에 나오게 되었다고 해서 그가 받은 고통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홍석천을 모델로 하는 영화나 다큐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버드 케이지>는 동성애 영화다. 플로리다에서 퀴어들을 출연시키는 바를 운영하는 알먼드. 그에게는 알버트라는 연인이 있다. 그는 혹은 그녀는 쇼 무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인공이다. 그렇게 별 탈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안착해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날 아들이 폭탄선언을 한다.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게다가 장인이 될 사람은 보수 꼴통 상원위원. 도저히 맺어질 수 없을 것 같은 관계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알먼드는 아들을 위해 잠시 남자행색을 하기로 한다. 곧 상견례때까지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굴기로.

 

그러나 작전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우여곡절 끝에 사실은 드러나지만 중년 호모의 아들과 극우 정당 리더의 딸은 결혼을 하게 된다. 사실 결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무리 개방된 미국이라고 해도 성소수자는 을의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니. 한가지 위안은 예술적 가치에서만큼은 언제나 소수가 맨꼭대기에 올라있다는 것. 이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진리다. 만약 그들이 다수가 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참고로 호모 클럽 사장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와 그의 애인으로 나온 네이슨 레인의 호흡은 기가 막히다. 둘이 진짜 동성연애아임은 물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죽이 척척 맞는다. 상원의원을 연기한 진 핵크먼도 적역을 맡아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주었고 부인 역의 다이앤 위스토 두말하면 잔 소리. 진지하면서도 흐뭇하게 그리고 음악이 곁들어져 즐겁게 볼 수 있는 신나는 호모 가족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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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 홀릭(1disc)
P.J. 호건 감독, 조안 쿠삭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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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쇼핑에 끌리는 까닭은 눈에 확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일을 하다고 해도 과연 제값을 받고 있는지 헷걸리지만 소비는 가격에 매겨져 있어 값어치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곧 싸구려를 사면 기분이 처지고 비싼 돈을 주고 물건을 지불하면 금세 감정이 상승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멘탈 어카운트, 곧 정신적 지갑이 작동한다. 돈을 쓰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액수만큼 자신의 정신적 지위가 올라간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은 쇼핑은 즐기지만 벌이는 시원치 않는 여자다. 스스로 돈을 크게 벌지 않으면 도저히 그 차이를 메울 수 없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정신과 치료도 받아보지만 소용이 없다. 아무리 소비의 악을 외친들 그러면 그럴수록 갈망은 더욱 커진다. 결국 방법은 돈 많은 남자를 잡는 것.

 

결론적으로 꿈은 이루어지지만 영화는 뜻밖의 교훈을 준다. 비록 밋밋한 전개로 영화 자체는 다소 지루하지만. 쇼핑을 즐기는 것이 나쁘지많은 않다. 사품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그 능력으로 또다른 부도 창출할 수 있다. 공감한다. 단지 아끼고 절약하는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제대로 된 소비를 하기위해서라도 돈을 쓰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한다. 나만의 작은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다면 무슨 낙이 있겠는가?

 

북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혹은 기본소득제를 적극 찬성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의 대부분의 돈이 가처분소득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곧 저장하지 않기 교환으로 연결된다. 흔히 돈은 고이면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든 순환되어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다. 그 연결고리가 바로 소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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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스내치드
조나단 레빈 감독, 골디 혼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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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로지 배우 한 명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경우도 있다. <스내치드>가 그랬다. 주인공은 에이미 슈머. 그녀가 주인공으로 나온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를 보고 홀딱 반했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못생긴것 같지만 사실 귀여운 여인의 다중적 측면을 제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차기작이 언제 나오나 기다렸는 두구두구두구 <스내치드>

 

정직하게 말해 내용은 없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기 위해 홀로 있는 엄마를 꼬드겨 콜롬비아로 여행을 간다. 훈남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만 인질범에게 납치되고 우여곡절끝에 혼자 탈출하지만 결국 엄마를 되찾아 온다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스토리다. 이른바 3세계를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왜곡된 시선도 마땅치 않고

 

그럼에도 에이미의 연기는 사랑스러웠다. 어떤 여배우가 그녀처럼 온 몸을 던져 자기 역에 충실할 수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다 늙은 골디 혼조차 마다하는 노출을 과감하게 그것도 능청스럽게. 다음 영화에서는 보다 충실한 영화를 만나 진짜 끼를 마음껏 부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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