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9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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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좋지 않은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크고 작은 사고와 죽음이 이어지더니 어제(2017 12.21)는 충북 제천에서 화재로 스물아홉명이 일시에 목숨을 잃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연말의 분위기는 이젠 물건너갔고 오직 조바심만 더해져 하루하루를 마음 조리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진격의 거인>은 세기말 정신을 담고 았다. 이 세상을 끝장내려는 세력이 일시에 들이닥치는데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처음엔 속수무책으로 당하다가 어차피 죽을거 어디 한번 힘을 모아보자며 겨우 기운을 추스리는데 과연.

 

여전히 진행형인 이 만화의 끝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어떻게 마무리가 되건 또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곧 새로운 거인이 거듭 등장할 것이다. 실제로 9권에서는 짐승처럼 털로 뒤덮인 새로운 가인이 나타나 또다른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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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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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스토리를 쓰기란 생각보다 쉽다. 일단 시작하자마자 한두명 쯤은 간단히 죽이고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계속 쫓기게 하면 된다. 그러나 담담한 소재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건 어렵다. 예를 들어 오전에 약속이 생겨 평소보다 두시간쯤 일찍 일어나 커피조차 마시지 못하고 클래식 에프엠 라디오를 자그맣게 틀어놓고 집중 집중을 속으로 외치며 리뷰글을 쓰는 내 모습이 재미있을 턱이 있겠는가?

 

<차의 시간>은 마스다 마리가 이런 저런 일을 위해 만나거나 개인의 시간을 보내는 찻집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인 스타벅스는 아예 시리즈로 싣고 있을 정도다. 어찌 보면 뻔한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내 이야기같아 살짝 부끄럽다.

 

그나저나 참 힘들이지 않고 이렇게 일상에서 주제를 쭉쭉 뽑아내는 마리를 보면 부럽다. 우리는, 적어도 프로페셔널 작가는, 뭔가 색다르고 특이한 소재로 글을 써야만 하는 강박때문에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는데 마스다는 룰루랄라하며 가볍게 툭하고 그림을 그려댄다. 사실 속으로는 엄청 고민하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쉽게 접근하는 기술을 부리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뭐 여하튼 그녀의 말마따나 가장 젊은 오늘 마시는 차가 가장 맛있으니까 어디 커피라도 한 잔. 아 마구 땡긴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잠깐 멈추고 차를 끓일까 아니면 다 쓰고 홀가분하게 마실까, 음 이런 고민도 글로 쓰면 되겠구나.

 

덧붙이는 말

 

한국 에피소드도 있다. 스쳐지나가듯 별건 없지만 디저트 뷔페 이야기를 하며 살짝 우쭐대는 대목에서는 귀엽기도 하고 좀 일본인답게 야비하다는 생각도 든다. 남을 위하는 척 하며 우월감을 드러내는. 아마도 속내는 '한국엔 없죠. 일본엔 있답니다. 예약을 하고 먹어야 할 정도로 빼어나지요. 앗 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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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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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가게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엿들은 적이 있다. 당연히 의도를 갖고 들은 건 아니다. 자연스레 들려왔다. 자리를 옮길까 하다 귀찮아서 이어폰을 끼려는데 흥미로운 대화가 불쑥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이번 봄방학때 나 태국 가?

"왜, 거기 덥지 않아? 귀찮게"

"아니, 그냥"

"너 효도관광 가는구나."

 

풋, 하고 웃고 말았다. 화가 난다기보다 귀여웠다. 아마 부모들도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빵 터졌을 것이다.

 

<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마스마 미리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이다. 가족의 소소한 일상이야말로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주제니까. 70이 넘은 나머지와 68세의 어머니, 그리고 40이 된 딸이 함께 산며 뭐 그리 대대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이따금 눈물이 찡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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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춘이 두 차사와 함께 망자 김자홍을 데리고 죽음의 강을 건너고 있다.

 

눈물나는 삶, 착하게 살아야 겠다

 

개봉일에 맞추어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본 기억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편제>를 단성사에서 첫날 첫시간에 보고 울고 또 울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용과 상관없이 이미 눈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판소리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에 흘러나오는 가락이나 소리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을 보았다. 궃은 날씨에도 약 450석의 메가박스 2관은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큰 스크린으로 제대로 강상하고 싶은 열의가 끓어넘쳤다. 그중에는 이미 만화로 내용을 알고 있는 분들도 아니면 만화는 보지 못하고 영화로 접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 두번 울었다. 소방관인 큰 아들의 사고사에 이어 작은 아들마저 군대 내 총기사고로 잃은 벙어리 어머니가 환몽에서 말을 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덕춘이가 울며 불며 김자홍을 변호하는 에피소드에서. 내내 스펙터클로 흘러 언제끔 관객들의 눈물샘을 터뜨리게할까 살짝 걱정했는데 역시나. 일부 네티즌은 씨지와 신파의 결합이라고 하는데 그게 뭐 어떤까? 만약 작위적이라고 욕하는 감동씬이 없었다면 중국의 황당한 고대 무협극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원작의 감동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영화는 스토리를 단순하고 분명하게 끌고 가야 하지만 단순히 지옥의 단계별로 이야기를 전개시킨 것은 안이한 설정이었다. 마치 판타지 게임의 단계별 레벨 싸움을 보는 듯했다. 도리어 만화가 곳곳에 극적 장치를 설치하여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연기도 모두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강림 역을 맡은 하정우는 중간에서 무게중심을 잡고 영화를 잘 끌어 나가고 있지만 이젠 좀 진부한 느낌이 들 정도로 톤이 일률적이다. 도리어 해원맥을 연기한 주지훈가 놀라웠다.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능청스럽고 냉정한 캐릭터를 잘 소화했다. 물론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역시 압권은 김향기가 아닌가 싶다.  만화와의 싱크로율을 따진다면 압도적으로 1위다. 컷에서 당장 뛰여나온 것처럼 생생하다. 만화의 감동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녀의 연기는 큰 선물이었다. 자홍의 동생 수홍 역의 김동욱, 어머니로 분한 예수정도 적역을 맡아 탄탄한 솜씨를 보여준다.

 

반면 실망스러운 배우들도 있다. 우선 주인공 격인 자홍 역의 차태현.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 자홍의 이중적인 면모를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중간중간 씨지를 배경으로 연기한 티가 나는 장면들도 무더기로 나온다. 그밖의 주연급 조연들도 왠지 임펙트가 약하고 곁가지로 떠도는 느낌이다. 특히 염라대왕을 연기한 이정재는 비중있는 역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카메오처럼 보인다. 이 영화를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것 없이 예전의 말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도 거슬렸다.  

 

동양의 지옥이 서양과 다른 점은 마구 괴롭히기만 하는게 아니라 살아 생전 자신이 저지를 죄를 스스로 보게 한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단계마다 업경을 등장시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아마도 진짜 벌을 받는 것보다 죄를 지켜보어야 하는 것자체가 더욱 괴로운 일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 지옥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왜 착하게 살아야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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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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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빼어난 소설가라도 데뷰작은 뭔가 어슬프기 때문이다. 도리어 처음부터 완벽하면 저주가 따라 붙는다. 마치 영화 감독 오손 웰즈처럼.

 

<갱년기 소녀>가 순화된 아줌마 판타지였다면 <고충증>은 하드 보일드 미시걸이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동네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고 나오는 길에 쇼핑을 하는 착실한 여인네가 일주엘에 세번씩 번갈아가며 남자와 섹스를 한다. 서로 겹치지 않게 룰을 정내놓고. 그중에는 고등학생도 있다. 와우, 이거 정말 끝내주는 걸.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성병에 걸려 범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는 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이쯤되면 막말로 혼이 쏙 빠지는 전개다. 어떻게 처음 쓴 소설이 이럴 수가 있지? 벌써부터 마리 유키코이 매력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덕분에 올 겨울은 추위도 잊고 흠뻑 책에 빠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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