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힙합 에볼루션 - Since 1989 듀스에서 도끼까지
김봉현 지음, SUIKO 그림 / 윌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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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방송에 처음 나와 귀에 팍팍 와닿는 가사와 멋진 춤솜씨를 선보였건만 죄다 비평일색일던 평론가들의 모습도 기억에 또렷하다. 그중에는 가수 전영록도 있었다. 그 때는 노래를 하다 말고 주절거리듯 말하는게 랩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한가지 분명한 건 진짜 쿨했다.

 

김봉현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힙합 평론가다.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숫자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깊이있는 시선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한국 힙합의 시초는 홍서범의 <김삿갓>이다. 이유도 과학적이다. 가사의 글자수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음, 그런가?

 

여하튼 그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다. 적어도 힙합 관점에서는 듀스가 서태지보다 앞서고 쇼미더머니는 중요한 사건이며 도끼, 더 콰이엇, 빈지노로 대표되는 일리네어 레코드는 대중화를 이끈 개척자들이라는 평가에는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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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랫집>의 배경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둔천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처음에는 시멘트 덩어리라고 욕먹던 외관도 시간이 흐르니 동간 간격도 널찍하고 남향이라 햇볕도 잘 들고 아름드리 나무들도 많은 쾌적한 단지로 변했다. 게다가 마지막 가는 길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단편은 여러 이야기를 섞으면 초점이 흐려진다. 단 단서를 심어놓으면 연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드면 에이라는 글에서 마무리 못한 스토리를 비에서 이어가는 식이다. 제이티비씨 전체관람가에서 방영한 <아랫집>도 이 부류에 속한다(2017. 12. 17).

 

이경미 감독은 이른바 자신만의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괴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미쓰 홍당무>는 여자가 주인공이면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께고, 물론 주연을 맡은 공효진씨는 미인이지만, 흥분하면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이상한 말을 마구 내뱉는다. 누군가는 신선하다고 좋아하겠지만 기존 문법에 익숙한 이들은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아랫집>에서도 이런 특징이 고스란이 드러났다. 10분 남짓 짧은 영화에 다영한 변주를 구겨넣어 스토리가 매끈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문제를 다양한 키워드로 해부하는 솜씨는 빼어나다. 겉으로는 아파트먼트에 사는 윗집과 아랫집 간의 분쟁같지만 사실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금단증세와 이단종교에 사로잡힌 여인, 아이를 잃은 젊은 엄마의 강박이 한데 아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영애의 캐스팅으로 방송전부터 화제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연기는 <친절한 금자씨>의 아줌마편인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 물론 여전히 아름답고 우아했지만 억척같이 살아가는 여인네의 느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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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가 빠진 캐리비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캐리비언의 해적이 처음 상영되었을 때 누구나 시리즈로 계속 이어지리라고 생각했다. 소재 자체가 매력적일 뿐 아니라 잭 스페로우를 연기한 조니 뎁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한스 짐머의 테마 음악까지. 누가 만들어도 흥행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드디어 브레이크가 걸렸다. 계속 연작을 연출하던 고어 버빈스키가 물러나고 요아킴 뢰닝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과연 감독 교체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관객들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는데. 내 소감은 선방하느라 자신만의 칼러를 보여주는데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곧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영화의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볼거리는 많았지만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한 건 후속이 나온다는 점. 크레디트가 다 올라간 후 히든 트랙이 나오니까. 문제는 조니 뎁이 다음 편도 주연을 할지 걱정이다. 이번 영화도 심한 밀당이 있었다고 하던데 만약 조니가 빠진 캐리비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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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레이트>의 표지. 갱이 카드마법을 만났다. 원맨쇼에 가까운 내용이라 감정이입이 안된다. 주인공 또한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You are Dealt

 

미국 엘에이에 간 적이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이라도 할 생각으로 한국처럼 대충 차려입고 호텔을 나섰다. 대로를 벗어나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무렵 앗차 싶었다. 단지 길가에 사람들이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뭐하 말하기 힘든 서늘한 기운이 곳곳에 내려앉아 있었다. 급하게 발길을 돌리면 표적이 될까 싶어 최대한 자연스레 오던 길로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초긴장 상태로. 결국 숙소로 돌아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서야 겨우 휴하고 한숨이 흘러나왔다. 곁에 있던 흑인부녀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 처음엔 다 그래 라는 표정으로.

 

영화 <슬레이트>는 갱과 마술을 결합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범죄집단에 합류한 주인공.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신자의 손목을 다르는 등 잔혹한 세계에 서서히 젖어들어간다. 그러나 이내 잘못된 일임을 깨닫고 벗어나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나? 다행히(?) 그에게는 마술이라는 능력이 있었으니 결국 멋지게 복수하고 탈출한다. 딱히 평가할만큼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보는 내내 엘에에이가 생각나 섬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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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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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는 공장장이다. 의리가 들어오는 글도 써야 하고 창작도 해야 하고 이따금 부탁을 받아 대신 써주기도 한다. 모두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다.

 

김하나는 카피라이터다. 어떤 물건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글을 만들어 먹고 산다. 히트작이 꽤 된다. 당연히 욕심이 생긴다.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책을 내보라는 권유도 받게 된다. 처음에 제가 뭘하며 빼다가 그럼 어디 한번이라는 마음으로 바뀐다. 내가 창작한 글로 팔려나간 물건이 얼마인데. 에헴. 그럼 어디 글을 써볼까? 아, 힘들다. 그래 이곳저곳 써놓은 글들을 모아보자. 공을 들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양은 꽤 되잖아. 이중에 제일 근사한 제목을 타이틀로 쓰자. 좋다. 힘 빼기의 기술. 왠지 멋져 보이잖아? 아니 이건 너무 올드한 표현이구나. 쿨하다로 바꾸자. 아니면 힙합스럽게 겟잇 어때? 굿. 

 

자신을 수필가라 불러달라는 김하나가 책을 냈다. 산뜻한 표지와 센스넘치는 제목.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다. 그러나 프롤로그부터 삐끗하더니, 그냥 서문이나 들어가는 말이라고 쓰면 안되나, 첫 이야기부터 폭망 분위기가 감돈다. 

 

"아버지는 평생 국어 선생이었다." 

 

나는 평생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의 글은 읽지 않는다.  어떻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생을 할 수 있지? 적어도 스무살이 넘어 자격시험을 보아야 가능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퇴직한 후에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르고 습관적으로 쓰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적어도 작가라면 이런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문장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책을 내기 전에는 퇴고를 철저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 힘 빼지 말고 전심전력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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