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크라이슬러 - 기관사가 되고싶은 소년 위인들의 어린시절
에셀 웨들 지음, 오소희 옮김 / 리빙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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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부터 딱히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빈말이라도 다른 남자아이들이 부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읊어대던 대통령이나 장군이 되고 싶다는 말은 입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스팩을 쌓아 대기업에 꼭 들어가고 말거야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같은 것은 있었다. 결국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얼추 달성된 셈이다. 

 

<월터 크라이슬러>는 기관사가 되고 싶어했던 소년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직업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월터는 단순한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작동 원리를 알고자 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그의 호기심은 기관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까지 연결됐다. 이쯤되면 짐작이 가시겠죠? 그렇다. 그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의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창업자다. 1925년 설립한 지 불과 4년만에 포드, 제너럴 모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기업가에 대한 칭송은 도를 넘을 정도다. 개척자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에 월터는 구미에 딱 맞는 사람이다.  소년 정비사 출신이 대기업 회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윌터에 대한 온갖 사연을 파헤쳤을테고 그의 어린시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들은 구미를 당기지만 의심의 시선은 결코 거둘 수 없었다. 카네기와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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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연대기 클래식 호러
로버트 E. 하워드 외 지음, 정진영 엮고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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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좀비는 낯설다. 죽었는데도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허깨비라는 상상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해 삼우제도 지내고 사십구제도 치러 억울함이 없기 때문일까? 여하튼 서양에서 좀비는 익숙한 존재다. 아주 오래전부터. 당연히 이야기거리가 차고 넘친다.

 

<좀비 연대기>는 다양한 작가들이 제각각 다른 좀비들을 그려내고 있다. 천번을 죽어도 되살아나고 함께 한참을 걷기도 하고 딸에게 귀신을 씌어 정신을 잃게도 만든다. 하나같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지만 살아있는 시체라는 개념 자체는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듯 싶다. 곧 유령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령이라면 좀비는 엄연히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작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워킹 데드>의 열혈팬들이라면 좀비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볼 만한 책이지만 딱히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액션보다 복수와 분노가 가득 들어찬 우리나라의 한 맺힌 귀신 이야기가 더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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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 양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누엘레 피오르 지음, 김희진 옮김, 아르투어 슈니츨러 원작 / 미메시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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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살아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남자들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강도가 훨씬 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출을 할 때 남자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화장을 하지 않지만 여성들은 직업과 나이와 상관없이 얼굴에 공을 들인다. 곧 자신이 아닌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민감하다.

 

엘제 양은 얼굴도 예쁘고 교양도 있는 남부러울것 없는 아가씨다. 그러나 아버지 사업의 몰락으로 집안은 풍지박살나기 일보 직전으로 몰린다. 그런 엘제에게 치명적인 유혹의 제안이 들어온다. 단 15분만 나체를 보여주면 모든 빚을 갚아주겠다. 정 불편하다면 내 방으로 오지 않아도 좋다. 대신 창가에서 잘 보이는 곳에서 옷을 벗으면 된다. 숫컷의 더러운 욕망에 치를 떨면서도 그까짓 것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는 생각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백번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되는데.

 

결국 선택을 한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것은 파국이었다. 왜 여자들은 '예스'나 '노'가 아닌 결정으로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가? 문학을 포함한 예술분야에는 행운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크나큰 불이익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정답은 첫머리에 있다. 여자들은 스스로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으로도 살아간다. 어떤 결정으로 자신이 얻게 될 이득과 손해를 따지는 대신 현실과는 무관한 이상적인 모습을 늘 떠올린다. '난 원래 근심걱정과는 하나도 상관없는 삶을 살 여자라구요.'

 

마누엘레 피오르는 엘제의 섬세한 감정 전개를 잘 포착하고 있다. 클림트를 연상시키는 그림 또한 매혹적이다. 괜히 짧은 경력임에도 책을 내는 족족  상을 휩쓰는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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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카파, 사진가
플로랑 실로레 지음, 임희근 옮김 / 포토넷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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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뭔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을 위인이라 부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책으로 남겨져 후세에 걸쳐 읽힌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보는 시기는 10대 때 부모의 강권에 의한 것일뿐 이후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단지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결과를 두고 치장만 하기 때문이다. 어두음은 철저하게 거세된다.

 

로버트 카파는 전설적인 사진가다. "당신의 사진발이 좋지 않은 이유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종군기자로 종횡무진 활약하다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풍부한 이야기감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가 내연녀와 함께 경력을 조작하여 취업을 하고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도 자기 이름을 넣어 발표하게 하고 유명세를 이용하여 잉그리드 버그만을 유혹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스스로 속였다기 보다는 일류 사진가의 명성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는 주변의 힘 덕분이었다.   

 

<로버트 카파, 사진가>는 빛과 그림자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위대함이 사그러드는 건 아니다. 적어도 그는 가장 열악한 전쟁터를 벗어나지 않고 끝끝내 자신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일터에서 삶을 마감하는 이상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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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깡패가 다는 아니다.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의 어색한 조화

 

한국영화는 1990년대 들어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았다. 구매력있는 젊은 세대가 등장하고 이른바 해외파 고학력자들이 영화판에 유입도면서부터다. 그러나 진정한 전성기는 2천년대 이후라고 봐야 한다. 주제 자체에 대한 금기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곧 과거같으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소재로 요령껏 재단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더 킹>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국가에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비록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이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려고 했지만 민주화라는 기관차를 돌려버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창작의 자유를 제한받은 것은 사실. 한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정치권력 드마마가 박근혜의 몰락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정부, 사법, 의회의 삼권분립이 기본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흔히 민주에 치중한 나머지 공화국의 참뜻을 잘 모른다. 곧 민주화는 국민권력을 공화국은 대의체제를 상징한다. 정부와 의회는 서로간에 한 배를 탄 정치공동체인 반면 사법은 독립체이면서 두 기관의 향배에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 1987년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검찰권력이 순식간에 교체되기 때문이다.

 

흙수저이지만 깡 하나로 검사가 된 박태수. 정의감도 있고 권력에 대한 갈망도 큰 그는 결국 후자를 선택한다. 수사 하나를 덮어주고 중수부로 진출  한강식 부장 검사와 한 팀이 되어 출세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고향친구 최두일이 조폭이 되고 승승장구하면서 일은 꼬이게 되는데.  

 

이 영화의 재미는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나 사건이 실명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두환 이후 역대 대통령은 물론 삼품백화점 붕괴처럼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고도 마치 중요한 배경처럼 화면에 나온다. 그럼에도 선뜻 와닿지 않는 이유는 깊이가 없기 때문이다. 박태수의 양심선언이나 한강식의 몰락은 느와르를 권선징악 드라마로 전락시키고 있다. 또한 워낙 잘생긴 배우들이 결합했으니 본전을 뽑자는 의도는 있었겠으나 극전개상 불필요한 장면, 이를 테면 댄스신, 들이 많아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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