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심리 상자 - 우리가 몰랐던 일본인의 24가지 심리 코드
유영수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웃나라끼리는 친하게 지내기 힘들다. 차라리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자주 볼 일이 없겠지만 앞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으니 원하지 않아도 부빋치게 된다. 한 나라안에서도 근처에 사는 동네 사람들고는 라이벌 의식이 생기는 것을 보라.

 

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 완전히 다른 국가다. 단지 같은 동양인이고 비슷한 풍토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식민지 경험도 있다. 좋게 생각할 구석이 생길리가 없다.

 

그럼에도 원만하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다.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잘 알아야 한다. 사소한 오해로 틀어지거나 혹은 뒷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인 심리 상자>는 24가지 심리코드로 한 나라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구분도 있지만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이를 테면 일본인은 이재민임에도 괴롭거나 슬픈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도리어 가볍게 미소짓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같으면 억울하고 분해서 화를 내야 마땅한데도. 잦은 자연재난에 대한 수동적 태도에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낙관적인 마인드와 체념 의식 탓이 크다. 심지어 동일본 지진이 난 후 마을이 초토화 되고 나서도 야외에서 목간에 뜨거운 물을 받아 느긋하게 목욕을 하며 웃기도 한다.

 

물론 몇 년 살아본 경험으로 한 국가를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시류를 놓치지 않고 글을 생산해내는 것은 기본이다. 유영수는 그 몫을 잘해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의 책을 읽기 전이라 어떠한 선입견없이 든 판단은 참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글도 줄기차게 썼다. 앞뒤 재지 않고.

 

큰 기대를 안고 <아몬드>를 읽었다. 정직하게 말해 별로였다. 소설의 문법을 무시한 습작같은 느낌이었다. 문장과 단락은 서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놀았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볼 때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게 말하면 두 사람 모두 특이한 소재로 화제를 끌어모았을 뿐 정작 알맹이는 없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소설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손원평은 영화판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영화평론과 각색은 물론 시나리오까지. 그 사정을 알고 다시 살펴보니 장점이 보였다. 마치 하나의 컷처럼 장면을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물론 여전히 이어지지 않는 스토리는 불만이 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이탈리아의 사생활 - 알베르토가 전하는 이탈리아의 열 가지 무늬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알베르토 몬디.이윤주 지음 / 틈새책방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백만 명이 넘었다.  낯설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는 방송에도 자주 출연한다.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알베르토도 그 중 한명이다. 한국인 부인을 둔 그는 친근한 이미지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책을 냈다. 한국과 비교하며 이탈리아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커피는 매우 비싼 편이지만 베네치아 숍에서는 한 잔에 8백원에 판다는 식이다. 한편으론 수긍이 되면서도 너무 단정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 가면 천 원에 훌륭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알베르토의 탓은 아니다.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예를 들다보니 비약과 과장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여행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이런 류의 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거창하게 역사와 문화를 들먹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탈리아 가정을 들여다 본 느낌이 들어 좋았다. 특히 모카포토에 대한 사랑은 나 또한 공감하기 때문인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어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근사한 사람이 되야지



작가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호칭이다. 꼭 신춘문예에서 상을 받고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건 일종의 다른 사람의 시선이다. 진짜 글쟁이는 자기 자신이 안다. 그럼 어떻게? 그런 순간이 섬광처럼 '팟'하고 온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함박눈이 내리던 날, 어깨에 잔뜩 얹어진 눈을 터는데 그 눈이 단어나 문장으로 변하며 머리속으로 파고들어왔다.

 

거슬리는 것을 보고나 듣거나 느끼면 잘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런 경향이 있다. 심할 때는 바로 고쳐놓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지 못하면 그 생각이 계속 남아 나를 괴롭혔다. 심지어는 가벼운 우울증 증세까지 생기곤 했다. 그러나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내가 택한 방법은 회피였다. 곧 한번 찍어놓으면 기억해 두었다가 같은 상황에 놓이면 자리를 피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심리학에서는 도리어 반복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별게 아니라는 자각을 하는게 더 낫다고 하지만 내 경우에는 맞지 않았다.

 

어쩌면 직업적인 거부반응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작가란 자유재래로 감정을 꺼내어 조합하는 사람이다. 강박과 집착은 일종의 생계수단인 셈이다. 의자에 다시 앉았는데 책상위 연필의 각도가 내가 놓았던 것과 달리 살짝 삐뜰어져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인간 마음속 수억겹의 결을 헤치고 들어가 미묘하지만 확실한 그 무엇인가를 발견해낼 수 있겠는가? 소설가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천형같은 성격을 결코 고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까지 그렇게 생활하면 두뇌가 터져버릴 것이다. 하루키가 왜 아침마다 10킬로미터 이상씩 뛰고 김영하가 글을 일정 정도 쓰고나면 요리하는데 몰두를 하겠는가?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키기 위해서다. 글씨기와 기타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시키지 않으면 무너져내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도 또 병이 도졌다. 며칠전부터 꺼림직하게 여겨지던 현상을 재확인하고 몸 속 어딘가의 신경이 살짝 곤두섰다. 어떻게 할까? 확인하고 내가 기억하던 모습으로 되돌릴까? 아니면 무시할까? 결국 집안에서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그러다 '퍽'하고 터져버렸다. 계속 진도를 나갈까? 말까?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차마 다 말하기가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관점을 바꾸어 보자. 작가가 아닌 생활인의 기준에서 본다면 미친짓이다. 내가 글을 쓰면서 그런 짓을 하는게 아니지 않는가? 영화 <지랄발광 17세>에서 수업 내용중 작은 실수를 꼬투리 삼아 선생에게 충고입네 하며 지끌여대던 학생에게 선생은 말한다. 만약  지금 네가 이처럼 하찮은 일에 쏟아붓는 열정을 보다 중요한 일에 활용하면 어떻겠니?  

 

 깨달음이 왔다. 내가 행했던 쓸모없는 열정들의 결과들이 눈앞에서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다. 나는 어제보더 더 나은 작가가 되는 것 못지 않게 근사한 인간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뭔가 이상 증후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는 마음 속에 거울이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하려는 행동을 미추어 보렴. 얼마나 추한지 바로 알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
 

2017년 12월 10일 일요일. 평소처럼 수영을 마치고 도서관에 들렀다. 책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몇 권을 빌렸다.동네 근처 공원에서 걷듯이 설렁설렁 30분 정도 뛰고나서 편의점에 가서 커피와 호빵을 사서 벤치에 앉아 먹은 다음 기독교방송을 들으며 다시 런닝을 한다. 기독교인이어서가 아니라 도진기 변호사의 '죄와 벌' 때문이다. 실제 사건을 예로 들어 이런 저런 상황을 법적으로 때로는 심리적으로 해석해주는데 매우 흥미롭다. 참고로 방송시간은 일요일 저녁 7시에서 30분 사이다. 이 코너를 듣고 나면 뜀뛰기를 멈추고 바로 집으로 간다. 근 석달동안 매주 일요일이면 같은 패턴으로 살고 있다.

 

오늘은 약간 예외가 있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다가 채널 돌리기가 귀찮아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정유미의 에프엠 데이트>를 청취하게 되었다. 딱히 호불호가 없는 터라 별 기대없이 들었는데 디제이가 첫 멘트에서 내 생각과 같은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 물론 작가가 써 준 내용이겠지만. 사연은 이렇다. 주말에 연이틀 소개팅을 하게 된 여인. 두 남자 모두 괜찮은 외모에 직장도 번듯해 마음에 들었는데 왠지  들 중 한 사람에게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를 알고보니 토요일 남은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에 호응하며 '그리고'를 자주 사용한 반면 일요일 남은 '그런데'를 남발하였다. 곧 전자는 긍정, 후자는 부정의 느낌을 전해준 것이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었다. 직장 후배 여성이 말끝마다 '근데'를 계속 말해서 듣는 내내 괴로었다. 딱히 악의가 없다는 점에서 뭐라 하기도 그랬다. 일종의 습관인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조직생활에서 반대를 일삼는 표현을 일삼는 사람은 버티기 어렵다. 결국 그 여성은 사표를 냈다.

 

연예인들중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 개그맨 신동엽씨가 대표적이다. 재치있는 입담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솜씨가 빼어난 점은 인정하지만 그가 말할 때마다 붙이는 상투어 때문에 불편하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든 '아니, 그런데'라고 대꾸한다. 하도 심해 한 방송(수요미식회)에서 몇번이나 그런 말을 하는지 세어본 적도 없다. 결과는 세상에나.

 

본인은 화제전환용이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나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느낌이 든다. 게시판에 직접 문제제기를 한 적도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 것을 보면 무시한 듯 싶다. 아니면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든지.  누군가는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구나라고 하실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뭐 싫으면 안보고 안들으면 그만이지. 실제로 그가 나오면 바로 리모컨 버튼을 눌러 다른 채널로 넘기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