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1
나나츠키 타카후미 원작, 오타니 노리코 그림, 김시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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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본에 청춘물이 없었다면 애니나 출판은 어떻게 되었을까? 죄다 망하지야 않겠지만 쇠락은 불보듯 뻔하다. 그만큼 기반이 탄탄하다. 특히 청춘이 주인공인 학원물은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일종의 로리타 컴플렉스라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안생에서 가장 부담없는 시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전형적인 일본 영 코드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전철안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 한 눈에 반하고 만다. 두근두근. 이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보지 못할 것 같은데.  용기를 내어 그녀를 쫓아간다. 이윽고 다시 만나게 된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고 또박또박 큰소리로.

 

"전철 안에서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쇼크. 이런 반전이. 과거 일본의 어떤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개아닌가? 일본에서 남자가 있는 힘껏 처음 만난 여자에게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다니. 아마 일본 독자들은 나보다 더 놀라 뒤로 자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흥분했겠지. 야, 이건 물건인데.

 

그러나 스토리로서는 빵점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나서 마지막에서야 나와야 할 말이 첫장에 바로 해버리니. 그렇다면 남은 지면은 뭘로 메꾸지? 그러나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쉿, 더 이상은 스포일러 우려가 있어서. 괜히 만화와 영화가 히트친 게 아니다. 젊음은 언제나 설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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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 - 늙은 동물은 무리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앤 이니스 대그 지음, 노승영 옮김 / 시대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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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대우받으며 어디 가서든 큰 소리 떵떵 치고 길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나 학생에게 훈계질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휴우 다행이다. 물론 최후의 발악을 해대는 이들도 소수나마 남아 있지만. 나이가 들면 퇴장하여 조용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게 마땅한데 말이다.

 

<동물에게 배우는 노년의 삶>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의 하나인 늙음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은 느리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드물다 포식자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게 외툴이거나 친구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과 달리 동물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흔히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냐고 물으면 아프지 않고 오래 살고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말한다. 글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내 주변을 보아도 상당기간 아프다가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도 극히 드물다. 마치 자신은 평생 살 것처럼 끝까지 생명줄을 놓지 않는다. 왜 인간은 동물처럼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장수에 대한 갈망은 현대사회에 들어 생긴 풍토다. 의료시설이나 약이 좋아지면서 평균수명이 훌쩍 길어지자 예전같으면 돌아가셨을 분들도 삶을 연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정상적인 기대수명은 65세이고 남자는 15년 여자는 20년간 병을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본인도 괴롭고 가족도 힘들다.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주의는 병수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고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뒤엔 인간이든 동물이든 죽음과 마주해야 한다. 노화는 일종의 전조증세다. 살아온 생을 돌아보고 남길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하고 남은 나날을 감사의 마음으로 보내라는 신호다. 인간만이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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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 드뷔시 피아노 작품집 - 영상 1, 2집 / 어린이 차지 /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 기쁨의 섬
드뷔시 (Claude Debussy) 작곡, 조성진 (Seong-Jin Cho)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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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쇼팽 콩쿨 우승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였다. 아마 적어도 내가 살아 있을 동안은 두번 다시 이루어지지 못할 사건이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또 운도 크게 작용한다. 클래시컬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은 그게 뭐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박태환이 수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쓴 격이라고 한다면 입이 쩍 벌어지지 않으실까?

 

그의 실황 연주음반은 이미 발매가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는 다음이다. 쇼팽의 후광에서 버어나 과연 어떤 작곡가를 선택할까? 조성진은 드뷔시로 결정했다. 그의 선호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종종 연주회에서도 앵콜 곡으로 드뷔시를 들려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경연에서 보여주던 긴장감 대신 다소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풍긴다. 호흡도 서두르지 않고 템포 또한 자유자재로 조율하여 듣는 이의 귀를 간질인다. 잘 알려진 달빛도 좋지만 그보다는 이메지가 잘 어울렸다. 감히 드뷔시 스페셜리스트가 될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고는 아직 단언하지 못하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에게서는 타고난 피아니스트 같은 천재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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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로지 - 아웃케이스 없음
크리스티안 디터 감독, 샘 클라플린 외 출연 / 비디오가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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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절정에 달한 공원. 그 사이로 청춘이 걸아나온다. 포스터 한 장으로 이토록 멋진 장면을 연출하다니. 단장 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난다. <아바웃 타임>을 잇는 영국의 멜로라는 선전은 그저 사탕발림이었다. 한 때의 장난같은 성관계로 애까지 낳게된 주인공. 그를 사랑하는 남자는 이미 다른 여자의 남편이 되어 있고. 둘의 인연은 끊어질듯 이어지다 결국은. 미혼모가 주제인 이 영화는 사회성도 고발도 없고 그저 낭만만 넘쳐 흐른다. 그것도 매우 어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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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자기만의 일과 생활의 균형 찾기
오하라 헨리 지음, 시고 군 그림, 정현옥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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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책은 되새김질해서 읽을 만하다. 곁가지만 붙들고 전문가 흉내를 낸게 아니라 핵심을 관통하는 혜안을 곳곳에서 드러내기 때문이다. 철학이라는 기초가 탄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를테면 그가 주장하는 사회주의를 보자. 필요에 의해 분배한다는 주장은 생산과 소비의 정의를 새롭게 한다. 자본주의는 돈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사회를 유지하게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 쓰고 버려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체제가 인간이 본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맑스는 하루를 삼등분해서 쓰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다. 생산하고 소비하고 쉬고. 이 삼박자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하루를 일주일로 연장한다면 각각 2.3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온전히 하나에만 집중할 수는 없지만 원리상 그렇다는 것이다. 여하튼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것이 매우 비정상적인 행태는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는 맑스의 생각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틀만 일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스스로 무얼 하고 싶은지를 찾아 헤맨다. 현대인은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박쳐 자신의 희망을 찾을 새가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휘둘릴 뿐이다. 왜 대학에 가야하고 직장에 다녀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남이 하니까 따라 한다. 만약 이런 의무가 없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 또한 20대 때 그럴 꿈을 꿨다. 매달 누군가 백만원씩만 준다면 굳이 내 의도와 상관없는 일을 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고 즐겁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문제는 여건이다. 일본처럼 프리타가 활성화되어 자신이 시간을 조정해 짧게짧게 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사회적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처럼 가족, 친척, 지역이 촘촘히 얽혀있는 나라에서는 남의 눈치 때문에라도 쉴 수가 없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는 좀 많나? 결혼식, 환갑, 명절, 제사 등등. 한마지로 개인이 주인공으로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이제 내 소망은 연금으로 바뀌었다. 나이가 더 들어 연금이 나오면 굳이 돈을 벌 이유없이 유유자적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크게 아프지 않아야 하겠지만. 만약 그 때도 놀면 뭐해 소일거리라도 해야지라는 주변의 눈총이 따가워지면 그 땐 정말. 제발 좀 내버려둬라. 일 못해 죽은 귀신이라도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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