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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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직장에서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고 자상한 남편과 귀여운 아이들. 더이상 부러울 것 없던 이 가족에 불행이 닥친다. 이제 막 쉰이 된 남편이 아내와 함께 휴양차 놀러간 멕시코 한 호텔 헬스장에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삶이 송두리째 뽑히는 경험을 하게 된 셰릴은 남은 생을 어떨게 살아갈 것인가?

 

서양인들의 멘탈이 동양과 다른 점은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똑바로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단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작동한다. 큰 일이 터지면 아무리 괴롭고 슬프고 힘들더라도 해결하려고 한다. 개인도 예외가 아니다.

 

<옵셥 비>는 페이스 북 회장인 셰릴 샌드버그의 자기 극복기를 담은 책이다. 어설픈 푸념이나 감성 팔이가 아니라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팁을 진정성있게 설파하고 있다. 그가 꺼낸 키워드는 회복탄력성이다. 이 단어는 생태계에서 나온 용어로 자연의 회복성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곧 환경의 임계치는 어디까지이며 어느정도 선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작가 박완서는 한 해에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잃고 그 슬픔은 결코 치유될 수 없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회복탄련성은 말 장난이다. 나 또한 한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하다보니 셰릴의 말에 더욱 공감이 된다. 곧 의식으로는 절대 슬픔이 사라지지 않을 것같지만 몸은 서서히 원래의 자기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이 빼어난 이유는 단순한 심리치료책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계획 혹은 대안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치유의 바른 길임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어제 이발을 했다. 집에 와서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좌우 균형이 미묘하게 어긋나 있고 심지어 왼쪽 귀 윗부분은 살짝 떠있다. 마치 땜빵자국처럼 보인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어차피 머리카락은 자랄 것이니 차라리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분간은 실눈을 뜨고 거울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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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으로 혜성처럼 데부한 갤 가롯. 섹시하기만 했던(?) 린다 카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여전사로 재탄생했다. 브라보.

 

당당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어렸을 때 내 우상은 스티브와 소머즈였다. 아직도 뚜뚜뚜뚜뚜 하면서 사방을 돌아보던 6백만불의 사나이 시그널이 귓가에 맴돌 정도다. 어마어마한 청력을 자랑하던 린지 와그너도 사랑스러웠다. 원더우먼은 그 다음에 등장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린 내 눈에에 섹시하고 육감적인 여주인공이 아니라 아줌마같았기 때문이다. 린다 카터 팬들이라면 깜짝 놀라 돌멩이를 던질지 모르겠지만 취향의 차이로 이해해주시길.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원더우먼의 행동이 다소 유치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올가미만 휘두르면 맥없이 잡히는 악당들을 보면서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영화 <원더 우먼>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조네스의 여전사라는 출생배경부터 확실히 밝힌다. 하얀 피부에 새빨간 입술에 화장발 제대로 받은 모델같은 여자가 아니라 거칠고 터프한 전쟁영웅으로 우뚝 선 셈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매우 도발적인데 아마도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듯 싶다. 곧 남자가 바로보는 여자가 아니라 여성들이 되고 싶은 자화상을 원더우먼으로 투영한 것이다. 곧 하나의 인격체로 당당하게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면서도 여성의 우아함을 잃지 않고 있다.

 

원더우면의 주인공인 다이애나 역의 갤 가돗은 패티 제킨스의 바람을 백 퍼센트 충족시켜주었다. 걸크러시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고상한 이미지를 놓치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이 낳은 최고의 여배우가 될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자.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했다. 마블의 대항마는 배트멘이나 슈퍼팬이 아니라 원더우먼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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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포레 : 실내악 작품 전곡집 [5CD 한정반]
포레 (Gabriel Urbain Faure) 작곡, 안젤리치 (Nicholas Angel / ERATO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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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만큼 낮게 평가된 작곡가도 드물다. 이유가 뭘까? 일단 프랑스 태생이라는 한계가 작용했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고전음악에 관해서 프랑스는 변방이었다. 만약 포레가 오스트리아나 독일 출신이었다면 그의 곡들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활발하게 되었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널리 알려진 곡은 역시 레퀴엠이다. 그는 비통함을 강조하던 장송곡의 흐름을 바꿔 위로와 위안을 선사하는 차분한 음악을 바꾸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실내악이다. 우리에게는 <시실리안>이 가장 익숙하지만 다른 곡들도 매칭이 화려하다. <포레 : 실내악 작품 전곡집>은 거의 대부분의 곡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빼어나지만 무엇보다 과거가 아닌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연주자들이 뭉쳤다는 점이 돋보인다. 카퓌송 형제와 안겔리치의 연주를 이토록 싼 값에 들을 수 있다니 황홀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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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페르트 : 알리나, 거울속의 거울
아르보 페르트 (Arvo Part) 작곡, Vladimir Spivakov 외 연주 / ECM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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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은 낯설다. 익숙하지 않은 선율탓만은 아니다. 노출이 적은 탓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맹맥을 유지하고 이유는 영화 덕이다. 영화 한 편에는 알게 모르게 숱한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이른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수록된 곡들이 아닌 배경음악이 그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긴장할 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평화가 찾아오는 마무리엔 늘 효과음악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음악은 이 틈새를 파고 들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실제로 많은 작곡가들이 의뢰를 받아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있다.

 

아르보 페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은 현대음악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대중적이다. 듣기에 편할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결은 반복이다. 곧 기본 멜로디를 정한 후 높낮이와 악기 구성을 바꿔 다른 듯하면서 비슷한 익숙한 느낌을 안겨준다. 어떤 이는 날로 먹는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잘 들어보면 단순한 변주가 아니라 의도적인 구성임을 알 수 있다. 백마디 말이 필요없다. 심신이 지쳐 더이상 꼼짝하기 싫을 때 눈 딱 감고 거울속의 거울에 자신을 맡겨보자. 특히 요즘처럼 추울 때는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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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George Winston - December [Digipak]
조지 윈스턴 (George Winston) 연주 / Valley Entertainment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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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돌아왔다. 때이른 추위탓인지 벌써부터 겨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언제부터인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되고 말았다. 특히 2월달 말쯤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 어서 빨리 지긋지긋한 터널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했다. 꽃피는 봄도 필요없으니 바로 더위가 찾아와서 반바지만 입고 돌아다니다 동네 계곡에 첨벙하고 몸을 담고 헤엄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희한하다. 나이가 들수록 여름이 좋아지는 것을 보면.

 

조지 윈스턴의 <12월>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정직하게 말해 그의 음악은 적어도 내게는 기피대상이다. 뉴에이지라는 폼나는 이름 뒤에는 듣기 좋은 멜로디 라인만 골라 수록한 팬시 음악이라는 사탕발림이 숨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지는 새로운 장르의 대중화에 큰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엘리베이터 음악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곧 호텔 승강기 같은 것을 타면 흘러나오는 사운드같다는 말이다.

 

그러나 빼어난 음악은 어디서나 송곳처럼 튀어나오게 마련. 뉴에이지 분야에서도 무수한 음반이 발매되었지만 조지 윈스턴은 여전히 굳건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2년 처음 제작했으니 무려 30년이 지났는데.

 

어김없이 월요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작은 갈등 끝에 두달만에 길렀던 머리카락을 동네 이용원에서  잘랐다. "어떻게 해드릴가요"라는 물음에 바로 "바짝 잘라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는 "네"라고 말하고 나서는 아무 말 없이 여느때처럼 셈세한 가위질로 조금씩 조금씩 베어나갔다. 마치 짙푸른 숲을 헤쳐나가듯이. 이윽고 숱많던 머리가 짧게 치겨세운 스타일로 바뀌자 순간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미니자판가의 밀크커피를 뽑아 들고나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칼바람을 맞았다. 너무 짧게 자른게 아닌가 하는 약간의 후회가 들었지만  "뭐 어때? 정신 번쩍 들고 더 좋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조지 윈스턴의 디셈버를 듣고 싶었다. 커피를 홀짝 거리며 총총 걸음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서곡(Prelude)"을 좋아한다.  길고 험난한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자연에 전하는 위로의 인사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역시 또 들어도 좋다. 그런데 캐논 변주곡의 피아노 버전이 오늘따라 더 내 마음에 와닿은 이유는 뭘까? 음반은 어느새 신나는 "홀리 앤 더 아이비"로 치닫고 있다. 곧 "평화"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채. 올 겨울은 왠지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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