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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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알렌이 연출한 영화는 주제나 등장인물과 상관없이 비슷하다. 소심하고 유약한 유대인이 나오며 재즈 음악은 약방의 감초처럼 흘러나오고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투덜댄다. <카레 소사이어티>도 마찬가지다. 친척의 추천으로 헐리우드로 오게 된 작가.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지만 어느날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우연히 다시 만나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달콤쌉싸름한 감정에 휩싸이다 끝이 난다.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가 크게 히트 친 덕에 그 다음 작품인 이 영화에 관심이 쏟아졌다. 주인공도 이른바 핫하다는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니 당연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게 되었는데. 정직한 소감은 그저 그랬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는 앨런 표 코미디였다.

 

초창기 작품이 의외의 호평을 받으며 우디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저기서 돈을 대겠다는 제작자들이 줄을 섰다. 문제는 액수가 크면 클수록 간섭의 정도도 심해졌다는 것. 실제로 그의 영화에도 직접 묘사한 적이 있다. 우디는 이런 식으로 만들다간 정체성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해결책은 단 하나. 돈을 내가 낸다. 곧 제작과 재정을 동시에. 그 결과 소품이지만 꾸준히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만약 흥행이 실패하면 남은 돈의 한도내에서 새 작품을 만드는 식이었다.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해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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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무민 다이어리. 올해만은 그냥 넘어가겠다고 거듭 거듭 다짐했지만 세상에나 무민이라나. 큰 두 눈으로 어서 데려가달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5만 원을 뭘로 채우지?

 

무민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만든 캐릭터다. 손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만든 동화책에 나온다. 둥들둥글하고 하마를 닮은 트롤 동물인 무민은 2015년 탄생 70주년을 맞았다. 세월이 오래 지났음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무민 사랑은 유별나다. 한 잡지는 매년 12월호 표지로 무민이 등장하며 부록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무민 다이어리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도넛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인형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이어리로 인기가 높은 알라딘에서도 올해는 당당히 무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왜 이다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는 것일까? 실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공감하는 한가지는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푸근함에 빠진다는 것이다. 겁먹은 듯한 큰 눈에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수줍음이 왠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일으킨다. 그러나 실제 책을 보면 무민이 그저 평화의 상징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처음 이야기부터 의미심장하다. 지구멸망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다들 우왕좌왕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혼란에 빠진다. 다행히 그 소식은 잘못된 소식으로 알려지지만 한번 몰아닥친 허무함은 쉽게 극복이 어렵다. 결국 무민들은 한가롭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느긋하게 느끼며 여유롭게 지내기로 한 것이다. 나른하면서도 게을러 보이는 무민들에게도 깊은 속뜻이 있었던 셈이다.

 

덧붙이는 말

 

무민을 사랑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동료의식도 작용했다. 무민의 직업은 작가다. 글로 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은퇴후 지나온 시간을 기록한다. 단지 시간 떼우기가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기에도 하루하루가 바쁘다.

 

사진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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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 온 더 트레인>의 포스터. 매우 잘 만들었음에도 국내 평론가에게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나를 찾아줘>를 내세워 반전 미스터리로 선전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사실 이 영화는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진실을 방해하는지를 보여주는 고도의 심리극이다,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평점은 어떤 영화를 볼지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점수가 높으면 어디 한번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낮으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갈릴 경우다. 관람객은 환호하는데 비평가는 혹평을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이거나. 이럴 때 나는 무조건 객석편이다. 평론가는 직업의식때문에 어떤 형태든 문제를 찾는데 능한 반면 시민들은 순수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좋다와 나쁘다로.

 

영화 <걸 온 더 트레인>도 평판이 엇갈렸다. 평론가들은 10점 만점에 4점대를 줬고 관객들은 7점대 중반을 매겼다. 직접 본 나는 9점을 줘도 아깝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물론 개인 기호차이도 있겠지만 장르에 대한 이해부족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치정이나 복수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에 주목하면 놀라운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곧 반전이 핵심인 것 같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포인트다. 열차 창으로 보게 된 장면이 실제인지 아니면 술에 취해 본 헛것인지 스스로도 헷갈리지만 뇌는 진실을 꿰뚫고 있다.  영화는 여러 퍼즐들을 섞어 놓고 관객들을 상대로 그 진실을 함께 맞추어보자고 제안한다. 원작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한 구성이다. 그래서 나는 높은 점수를 줬다.

 

덧붙이는 말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점과 평가를 소개한다. 굳이 특정인을 비난하려는게 아니라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평점이 아니라 평이다. 한줄평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과연 <걸 온 더 트레인>에 대한 평가인지 의문스럽다. 아무 다른 영화에도 할 수 있는 평 아닌가? 혹평을 쓸 때는 냉혹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문제가 있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법이다.

  

열차에서 달구지로(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박평식                         

  • 안타깝고 불편하며 음습한 이야기(10점 만점에 4점) 씨네21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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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틀기의 잘못된 예(10점 만점에 5점) 씨네21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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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쌔신 크리드
    저스틴 커젤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맑스는 말했다. 인류는 계급투쟁의 역사를 살아왔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맞는 말이다. 평등을 내세우는 사회주의 대부인 중국조차 빈민들을 싹쓸이하는 정책을 공공연히 펼치고 있지 않는가? 자본주의는 말할 것도 없다. 돈으로 대신할 뿐이다.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전사가 주인공이다. 다른 폭력물과 다르다면 시대를 구분하지 않고 싸움이 벌어지는 곳 어디든 달려가서 적을 무찌른다. 오 예 발상은 참신하다. 이건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욹어먹을 수 있는 장구한 시리즈물이 될 수도 있겠는걸. 실제로 후속편도 나왔다.

     

    그러나 소재가 좋다고 해서 훌륭한 영화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내가 왜 킬러가 되었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지 주인공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종횡무진 활약을 하면서도 필연성을 잃어버리면 스토리는 길을 잃게 마련이다. 디브디를 빨리 돌려 마무리를 보고 싶을 정도로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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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관: 한정판 (2disc) - 초회한정 16p 포토북(중철) + 엽서 10종
    김형주 감독, 이성민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7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사람들은 큰 이야기에 열광하지만 사실은 아주 지엽적인 일에 얽매어 산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동네에 혹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바쁜 탓도 있지만 개인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지면 대체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내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파트먼트 단지 앞이 시끄러워졌다. 구체적으로 데모꾼들이 몰려와 트럭에 대형 스피커를 달고 하루종일 찢어지는 목소리로 항의를 해대기 시작했다. 평소 시위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 앞에서 저렇게 큰 소리를 내다니. 경악했다. 알고보니 단지 안 보도블럭 교체공사를 했는데 원청업체 사장이 하청에 지불할 돈을 떼어먹고 달아났다고 한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원통함을 이기지 못해 실제 일을 한 아파트먼트로 달려온 것이다. 어차피 사장한테는 돈을 받을 길이 사라졌으니 계약 주체인 아파트먼트에서라도 돈을 내라는 심보다.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혹은 관리소에서 일을 잘못 처리했을지 모르지만 주민들은 무슨 죄인가? 며칠 지나면 가라앉을까 싶어 참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일주일을 넘어 데모가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급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시의원도 만나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단지 앞 도로는 공공용지이고 이미 한달동안 시위신청을 해두었기 막을 방법이 없었다. 다만 소리를 좀 줄일 수는 있었지만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한계치의 최대한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영화 <보안관>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먹이사슬을 다루고 있다. 해운대 코앞에 들어선 초고층 복합빌딩을 둘러싸고 주민간에 갈등이 일어난다.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어떤 이는 이득을 얻는 복마전 게임이니 당연히 다툼이 잦을 수밖에. 전직 형사 출신이 나서 조정을 해보려는게 아뿔싸 누군가 한발앞서 동네 사람들을 구워삶았다. 건설사업은 핑계이고 실제로는 마약수출로 한몫잡으려는. 그러나 심각한 주제는 코미디로 흐르고 전직 경찰이 영웅본색 흉내를 내며 조폭을 일망타진한다는 스토리도 허무맹랑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말

     

    보도블럭 공사 다툼은 일단락 되었지만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 시민을 볼모로 이해업자들이 다투는 광경은 비단 우리 마을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전국 곳곳이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일단 단지 회계부터 투명해야 한다. 눈 부릎뜨고 감시해야 한다. 괜히 닌방 열사가 나타나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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