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뷰 4년만에 전설이 되어 버린 방탄소년단. 아이돌은 기획상품이라는 공식을 파괴하고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다. BTS의 성공은 케이팝이 진정으로 인정받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가사는 유치하고 댄스는 과격했던 방탄,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처음 방탄소년단이 데뷰했을 때는 그저 그런 아이돌 그룹의 하나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한 두곡 내고 사라질 줄 알았다. 중소 기획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댄스음악에 관한한 에스엠이나 와이지 혹은 제이와이피의 독과점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아이돌이 기획의 힘에 좌우됨을 감안하면 방탄은 출발부터 핸디를 안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초창기 노래는 가사는 유치하고 댄스는 과격했다. 일단 눈길을 끌어보자는 무리수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심오한 뜻이 있었다. 상남자를 예로 들어보자.

 

"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난 너무 고파 되고파 (중략)

아빠, 아빤 대체 어떻게 엄마한테 고백한 건지 편지라도 써야 될런지 뭔지, 네 앞에서 난 먼지"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뭐냐? 말장난도 아니고 게다가 아빠 엄마를 찾다니? 만약 전문 작가사가 붙었다면 절대 이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방탄 스스로 썼기 때문에 이렇게 치기어린 가사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게 먹혔다. 10대들의 생각을 글로 토해냈으니까. 작곡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런 전문가들이 거들었겠지마 기본적인 컨셉은 스스로 짜낸다. 아이돌은 곧 기획이라는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새로운 곡을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기획사의 힘이 약하니 노출빈도는 낮았다. 역설적으로 가요프로그램출연은 물론 각종 예능에 불려다니는 다른 아이돌과 달리 자신들만의 음악 컬러를 내는데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의 확산으로 보답을 받았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 무대에까지 섰다. 세계 일류의 팝 아티스트를 만들겠다는 방시혁의 야망이 드디어 실현된 셈이다.

 

과연 BTS는 어떤 행보를 이어갈 것인가? 정점에 섰기 때문에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는지? 아니면 비틀스처럼 음악적 컬러를 확 바꾸면서 전설로 남게 될까? 최근 발표한 디엔에이를 보면 일종의 암시가 드러난다. 초창기 여자 아이 마음을 끌기 위해 엄마 아빠를 찾던 철부지는 이제 자신들이 레전드로 살아가야 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일단은 오픈카를 타고 만끽하자. 이 인기를.

 

"우주가 생긴 그 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서 계속
우린 전생에도 아마 다음 생에도 영원히 함께니까"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meelyeng26/22070302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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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마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박춘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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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내가 아끼던 것이다. 언젠가 소설에서 활용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미리 살짝 공개한다. 작가는 자기 체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그렇다고 경험한 잔뜩 있다고 술술 글로 나오는 건 아니다. 결정적인 장면이 거듭 거듭 머리속을 굴러다니게 만들어야 한다. 곧 언제나 꺼내 쓸 수 있게 생생하게 기억에 각인시켜두어야 한다.

 

신병교육대 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를 받던 날. 뿔뿔이 흩어지려는 순간 누구는 울고 어떤 병사는 웃는다. 본부에 남게 된 나는 따로 버스를 탈 필요없이 군장만 챙겨 걸어들어가려는데 부대장이 외쳤다. 뛰어. 다들 어리둥절해 서로 바라보았다. 뭐해, 다들 뛴다. 전방 앞으로. 그제서야 정신인 번쩍 든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진채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부대에 남게된 병사들에게 기합을 주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힘들다기보다 희한하게 쾌감이 들었다. 그래, 이게 군인이지. 동시에 함께 뛰는 병사들이 이야기로 다가왔다. 구체적으로 한명 한명의 스토리가 내 머리속으로 들어왔다.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다카기 아키미쓰는 미스터리 법정 소설의 대가다. 법과 관련되어 찾아온 사람가운데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설가라면 탐나는 금광이다. 애정과 배신, 분노와 화해, 갈등과 협력이 공존한다. 속고 속이다가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손을 맞잡는다. 역설 또한 난무한다. 비싼 돈을 들여 사들인 변호사 보다 국선이 훨씬 더 논리정연하게 대응하는 박근혜 씨를 보라.

 

더욱 놀라운 건 이 글이 쓰여진 때가 1963년이라는 점. 그 때 이미 일본은 짙은 사회성 미스터리를 쓸 줄 알았다. 구름잡은 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우리와 달리.

 

덧붙이는 말

 

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원작아이냐며 오해할 분들도 있겠다. 엄연히 다르다. 이 책의 제목을 살짝 바꿔 화제를 끌어보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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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제작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 초호화 캐스팅으로 상영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무난한 범작에 머물고 말았다. 열차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부산행>을 보신 분들이라면 살짝 하품이 날 수도 있다. 물론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은 역시 명불허전이지만.

 

 

초호화 캐스팅, 무난한 범작

 

 

복수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문제는 해결하고 난 다음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평생을 수련으로 보낸 다음 맞닥뜨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자, 이제 모든 분노는 가라앉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비록 원수는 갚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또다시 영겁회귀에 빠져든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또 영상으로 옮겨져 극장에서 상영된 적도 있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지 궁금했다. 소감은 반반. 집단 밀실살인이라는 결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스터리 느낌은 다소 약하게 처리한 반면 반면 인간의 얽히고 설킨 본성을 부각시킨 점은 일단 합격. 그러나 아무리 회색세포로 사건을 해결하는 포와르라고 해도 액션없이, 물론 약간의 움직임은 있지만, 대화로 이야기를 끌고나간 점은 다소 지루했다. 조니 뎁을 포함한 쟁쟁한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는 인정하지만.

 

한가지 아쉽다면 흥행우려를 감안해서인지 스크린이 다소 작은 상영관이 주를 이룬다. 큰 극장에서 보았더라면 높고 싶은 산맥을 질주하는 열차의 생생함을 더욱 더 느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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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인터파크 세계서점기행 캘린더. 책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듯. 이 만원 이상 주문을 하면 천 원을 더 내고 받을 수 있다. 이미 포인트가 쌓인 분들은 천 포인트를 제하고 보내준다. 절대 선전 아님.

 

연말이 다가오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청춘일 때는 없던 현상이다. 계절이 바뀌거나 새해가 다가오거나 아무 상관없었다. 시간아 가라, 세월아 더 빨리, 라는 식이었다. 정직하게 말해 그 시절이 마냥 부럽지는 않다. 우선 실수가 잦았고 소중함을 간직하고 여유있게 즐기는 마음이 없었다.

 

이 맘 때쯤이면 작은 설레임을 느낀다. 내년도 달력을 고르는 재미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역시 캘린더는 실물이 제격이다. 그러나 막상 돈을 주고 사기는 아깝다. 은행이나 기관에서 무료로 나누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대충 아무거나 쓰기는 싫다. 벽에 걸건 책상위에 놓건 주변과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하나. 사은품으로 나오는 달력을 죽 비교해보고 고르는 것이다. 벌써 내 눈에 뜨인 것들이 있다. 우선 인터파크의 서점 캘린더다. 탁상용 달력도 유행을 타는지 올해는 판형이 크다.   전 세계의 책방을 배경으로 책표지를 포스트잇으로 함께 덧붙였다. 나같은 책 덕후에게는 딱이다. 당장 조건에 맞추어 책을 주문했다.

 

워너원도 인기다. 조카 등쌀에 알아보니 맥시카나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한 부씩 주고 있다. 알아보니 다행히도 집 주변에 있어 반반을 시키고 받았다. 나야 큰 감흥이 없지만 팬들이라면 꺅 소리를 지르겠지. 게다가 예상 외로 큼직해서 메모를 남기기도 좋다. 물론 워너원팬들은 무슨 소리냐며 극성으로 반대하겠지만. 용안보존하소서.

 

그러고보니 치킨집들이 은근히 사은품을 많이 준다. 아무래도 주소비층이 10대이고 또 대세 아이돌이라면 닭광고 하나쯤 찍어야 하는 추세겠지. 그럼에도 오로지 닭에만 승부를 걸겠다는 일념으로 아니면 돈이 조금 부족해서인지 광고모델을 쓰지 않은 달력을 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교촌.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으로 심플한 블랙화이트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집보다는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달력을 얻기 위해 치킨을 주문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이제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캘린더들이 선을 보일 것이다. 매년 두자리수의 달력을 얻어두고 정작 한 두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작은 설레임이 우울한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말

 

결혼하기 전 우리 집에서는 오랫동안 제약회사에서 발행한 서양화가 들어간 벽걸이 달력을 받아왔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 달력을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는데 여전히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아시는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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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만
오오네 히토시 감독, 카미키 류노스케 외 출연 / 미디어포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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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본 만화 대부분은 일본 것이었다. 그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름과 지명만 우리 것으로 바꾼 것이었다. 정직하게 말해 태권브이 또한 마징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분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초일류 강국이다. 매주 만화잡지가 발간될 뿐만 아니라 저출산 시대에도 5백만 부는 거뜬히 팔아치운다. 한마디로 모든 컨텐츠가 만화로 만들어져 소비되고 있다. 이런 국가 옆에 자리잡았으니 산업으로 크기는 어려웠다.

 

<바쿠만>은 별 기대하지 않고 보았다가 재미있어서 깜짝 놀란 영화다. 일본 영화 특유의 신파 대신 활기참이 가득했다. 물론 지나친 개그감이 몰입을 살짝 방해하기는 하지만 어차피 만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웃어 넘길만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와 이야기 꾸미기를 좋아하는 벗. 둘은 일본 최고의 만화 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 연재를 목표로 의기투합하는데. 그런데 이게 하늘의 별따기다. 어찌어찌 신인상을 받고 연재를 하게 되지만 또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랭킹. 주간 투표를 거쳐 조금이라도 순위가 낮아지면 가차없이 퇴출. 게다가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이미 프로인 상대에게 연전연패를 당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꿈의 여인이 등장하고 돌아가신 삼촌까지 어른거리면서 주인공은 간밧데를 외쳐보는데.

 

중학교 때 만화를 잘 그리는 아이가 있었다. 슥삭슥삭 매우 쉬워보이는데 어느새 주인공이 짠하고 등장하는 식이었다. 부러워는 했지만 내게도 재주가 있었다. 짧은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즉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적어 반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다들 좋아했다. 어서 빨리 다음 편을 읽고 싶어. 그런 난 신이 나서 수업시간에도 몰래 계속 스토리를 이어나갔는데. 그렇게 하루에 한 편의 읽을거리를 연신 만들어내고 있었다.

 

<바쿠만>을 보면서 그 시절이 떠올랐다. 만약 둘 중 한 명이라도 적극적이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하게도 모두 수줍었고 그저 각자의 영역에서 날라다닐 뿐이었다. 그 나 나나 이 바닥에서 이름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평범하게 잘 살고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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