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2
앤소니 버클리 콕스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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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반하는 소설이 있다. <시행착오>가 그렇다. 영어로는 Trial and error이다. 우리말로 하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인데 영어는 완전 반대다. 트라이가 앞에 있기 때문이다. 곧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를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물론 소설 <시행착오>는 전혀 다르지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 평론가. 그는 남은 나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유익한 살인을 저지르기로 결심한다. 유레카. 대단하다. 역시 앤서니 버클리다. 자, 그럼 누구를 죽여야 사회에 이익이 될까? 그가 고른 대상은 인기 여배우다. 그 이유는 책을 읽어보시길. 여하튼 살해를 마치고 경찰서에 가서 자백을 하려는 찰나 헉 다른 사람이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아니 이보라구, 내가 범인인데 왜 엄한 사람을 잡아간거야. 그 때부터 헌터는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스릴러 소설에서 아이디어는 생명줄이다. 다른 누구도 상상하지 않었던 이야기거리를 발견하면 그건 그야말로 금광이 된다. 문장이 어설프든 등장인물이 설득력이 없던 시대배경에 대한 조사가 빈약하건 상관없다. 오로지 번뜩거리는 감각으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시행착오>가 미스터리의 최정점에 올라서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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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데이비드 헬펀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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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직관이란 대부분 들어맞는다. 파랗게 바뀐 신호등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가 돌진해 온다면 피하면서 욕을 하게 되고 식사 두끼를 굶으면 허기가 져서 괜히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모든게 본능으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간차가 생길 경우엔 더하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에 뷔페를 간다고 해보자. 평소에 가보기 힘든 특급 호텔안에 있는. 평소와 달리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침부터 안 먹기는 뭐하지 않나? 그럼 그대로 먹어, 아니야 조금 줄일까? 그나저나 점심은 어떡하지? 외근간다고 핑계대고 나올까? 아니면 조금 줄여서 먹을까?

 

과연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까? 정답은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곧 어느때처럼 끼니를 챙기고 호텔 뷔페에 가서는 제일 비싸고 귀한 음식만 조금씩 담아 정량대로 먹는 것이다. 그게 뭐야? 기껏 내놓은 대답이라는게? 뷔페에 가면 역시 많이 먹어야지. 최대한  배를 비우고 가야 되는거 아냐?

 

아닙니다. 그건 가장 무식한 방식입니다. 장기는 속이 비게 되면 사이렌을 울려댑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적응을 합니다. 남아있는 분비물로 작동을 하면 되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음식물이 들어오면 그 때는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분해하여 영양소는 남기고 나머지는 배변이나 소변으로 보내는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고스란히 체내에 쌓이게 됩니다.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은 우리가 범하기 쉬운 오류를 사례로 들어 설명해준다. 사람 사는 맛이 없다고 여기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신다면 아마 바뀌실 겁니다. 결국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말은 이렇게 해도 뷔페에 가면 나도 모르게 과식을 하게 된다. 아침, 점심을 비우고 가는 것은 기본이고.  늘 드는 후회다. 차라리 갈 기회를 막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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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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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카는 이제 브랜드가 되었다. 이름만으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 출발은 <화차>였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부인. 알고보니 그녀는. 하드보일드 하면 남성의 전유뮬로 여겨지던 통념을 아예 쇠망치로 깨부수는 쾌거였다. 구체적으로 부사와 형용사를 배제한 거친 느와물 대신에 다양한 수사를 활용하여 답답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희망장>은 단편 모음집이다. 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의 장기인 끈적끈적함은 여전하다. 주인공이 사립탐정으로 바뀌었을 뿐 집요하게 사건을 몰아가는 힘도 과거와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사회성이 부족해진 점이다. 예를 들어 <화차>는 카드라는 신문물로 돈을 물쓰듯이 낭비하는 세태에 대한 경고였다. <모방범>은 황금만능주의사회에서 돈을 위해서라면 납치도 서슴치 않는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글쓴이 스스로도 독기가 아주 바짝 올라있음을 문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희망장>에서는 소재탓인지 다소 느슨하고 여유러워보인다. 사건 자체가 사소해서도 원인이겠지만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게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니면 나이가 들어 강력한 감정을 끌어올리기 힘든 것인지도. 혹은 진짜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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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너 - Novel Engine POP
아카기 히로타카 지음, 부타 그림, 오토로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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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전환의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왕창 하다보면 언젠가 하나는 젝팟이 터진다는 뜻이다. 물론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예는 다르지만. 여하튼 천대받던 라이트노벨이 꾸역꾸역 자기 길을 가더니 드디어 제대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소설이라면 연상되는 기승전결 구조와 극적인 사건 혹은 해결을 통한 카타리스가 따위는 무시하고 그냥 낙서처럼 가벼운 이야기를 끄적거리는 것이라는 오해가 풀린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대표적인 소재는 타임리프, 곧 시간이동이다. 여기저기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건을 전개시켜나간다. <두 번째 여름,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너>도 마찬가지다. 불치병을 앓고 있던 나. 우연히 만난 여학생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괜한 억하심정에 마음아프게 하는 말을 하고 만다. 사과할 사이도 없이 그녀는 죽어버리고 평생 후회를 하게 되는데. 타임리프의 힘을 빌어 다시 만난 나는 과연 린과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정통 소설에서 보면 타임리프는 비겁한 회피다. 이야기를 끌고나갈 힘이 없으니 난데없이 극적으로 사건을 전화시키고 새로 밥과 반찬을 차려 내놓는 것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활용되는 이유는 누구나 그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단 한번뿐이라는 숙명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우울하게 만든다. 만약 내가 두세번의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쯤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텐데. 라이트너벨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거침없이 돌아다닌다. 더우기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더욱 프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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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리카 마요르카 - Novel Engine POP
아이자와 사코 지음, 히사카타 소지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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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때 뻐져 읽은 책들 중에는 명랑소설이라는 것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소한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멀어졌다. 나중에 한참 나이가 들어 추억 삼아 찾아보니 발견할 수가 없다. 그 사이 초딩 대상 소설의 씨가 마른 것이다. 읽는 아이들이 없으니 작가들도 펜을 꺾을 수밖에.

 

일본이 부러운 한가지는 독서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나라라는 점이다. 분야도 다양하다. 우주공학을 다루는 전문서적부터 육교밑에서 여자 치마를 훔쳐보는 컨셉의 사진집까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내고 보는 셈이다.

 

최근의 경향은 영상화된 것을 다시 글로 옮긴 가벼운 책들이 인기다. <너의 이름은>은 대표적이다. 비록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책도 인기인데 <마츠리카 마요르카>도 그 중 하나다. 이지메(왕따)의 왕국답게 주인공은 주눅들어 지내는 고등학생인데 어느날 섹시한 여학생을 만나면서 삶이 180도 바뀌게 된다. 읽다 보면 '쳇 이게 뭐야'라는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그래서 뭐?'라고 글쓴이가 반박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맞아, 비평따위는 신경쓰지 마. 결국 승자는 창작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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