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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합본판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10년 6월
평점 :
동네 도서관에 이토 준지의 작품들이 들어왔다. 그렇다. 이건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다. 이게 웬일, 얼씨구나 하고 잽싸게 빌리러 가보니 분명히 대출가능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없다. 신착도서 코너에서 서가에도. 혹시 다른 사람이 읽고 있나 싶어 곁눈질을 헤가며 쭉 훑어보았지만 눈에 뜨이지 않는다. 포기하려는 순간 머리속에서 파직 스파크가 일었다. 혹시.
<소용돌이>는 이토 준지의 대표작을 모은 합본이다. 마을에서 발견한 회오리 바람에서 시작된 요상한 소용돌이 문양이 강박적으로 계속된다. 처음 접했을 때도 놀았지만 여러번 다시 볼 때도 그 기분은 변함이 없다. 다만 공포감은 덜해졌다. 도리어 무섭다기 보다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괴물을 들킨 기분이랄까?
예를 들면 난 특정 우유만 사먹는다. 병모양을 본뜬 플라스틱 용기에 담은. 뚜껑을 열고 난 다음 보호용으로 막아 놓은 하얀색 코딩용지를 다 벗겨내지 않고 반쯤 남겨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다 열어버리면 우유가 상해버릴 것 같다. 그 때문에 아내는 불만이 많다. 왜 다 벗겨내지 않는 거야? 마시는데 불편하잖아?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우유를 다 마시고 나서도 그 딱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거다. 이쯤되면 병적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사실은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뭔가 스트레스가 심했겠지.
이토 준지는 그런 압박을 유지하며 사는 작가다. 곧 강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며 단 한장의 그림도 제대로 그릴 수 없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무척 죄송하지만 미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다. <소용돌이>만으로 완전히 기가 빨렸을텐데 쉬지도 않고 끊임없이 공포의 세계로 한발짝 한발짝씩 꾸여꾸역 들어가는 것을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