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버디 무비 <청년 경찰>. 후편은 물론 티브이 시리즈로도 각색하여 방영이 가능할 정도로 톡톡튀는 소재를 잘 버무려 만든 영화다.

 

경찰을 다룬 영화는 주로 거칠거나 폭력적이다. 이따금 유머도 끼어들지만 변두리에 머물뿐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 공식을 깨트리기도 한다. <청년 경찰>이 그렇다. 웃음이 앞장서고 느와르가 뒤를 받친다. 경찰대 동기생 기준과 희철, 한 명은 집에 돈이 없어서 또 다른 과학고 출신은 호기심에. 이들의 좌충우돌이 전반부를 잡아먹으며 낄낄거리게 만든다. 특히 요즘 세대다운 톡톡튀는 말투가 돋보인다.

 

한없이 웃길거같던 영화는 퍽치기 현장을 목격하면서부터 돌변한다. 가출한 여자들을 납치하여 난자를 적출한 후 사창가에 팔아넘기는 일당과 부딪친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당황스럽지만 다소 느슨했던 마음에 긴장을 조이는 효과도 있었다. 결국 일망타진하고 일계급 특진은 아니고 도리어 교칙 위반으로 1년 꿇게 되는데. 아, 후편은 언제 나오지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강하늘이 군대에 갔으니 3년쯤은 기다려야 할까? 어쩌면 투캅스의 전편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앞으로도 소재는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

 

그나저나 강하늘이야 원래 성실한 느낌이라 어떤 역을 맡겨도 최대치를 끌어내는게 익숙하지만 박서준이 그렇게 연기를 잘할줄 몰랐네. 진심 깜놀. 지금까지 맡아온 배역은 그럼 다 꽝이었나. 이렇게 유쾌발랄통쾌한 성격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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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The Edge Of Seventeen (2016) (디 엣지 오브 세븐틴) (한글무자막)(Blu-ray + DVD + Digital HD)
Universal Studios Home Entertainment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 <지랄발광 17세>의 원제목은 The Edge Of Seventeen 이다. 에지가 머리가 돌아 미처버리겠다는 뜻이기에 수입업자들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다 고른 결론은 지랄발광. 결과적으로 딱 맞는 타이틀이 되었다. 그러나 어감이 너무 세서 자꾸 언급하기는 좀 그렇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중2병에 접어든 여학생이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긴 했지만 엄마, 오빠와 함께 중산층의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매사가 짜증스럽다. 반항 유전자가 가슴속에 박힌 듯 이리 쿵 저리 쾅. 급기야 폭발한다. 하나뿐인 친구가 오라버니와 섹스를 벌인 것이다. 세상에나 마낭에나. 그 와중에 한국계 미국인을 사귀었는데 오 마이 가쉬 엄청 부자다. 진작 잘해줄걸.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일편단심 학교 킹카 퀸뿐. 순간을 참지 못해 야한 트윗을 날리고 죽어버리고 결심했는데 이런 만나잖아 오예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넣고 입은 옷이 겨우 청자킷. 누가 패션 테러리스트 아니랄까봐. 분위기 좋아지는데 이 자식 자동차 시트를 뒤로 젖히고 팬티를 벗긴다. 안돼. 이런 건 싫어. 

 

휴우~. 만약 영화니까 망정이니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정말 머리가 온전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유쾌한 이유는 예쁜듯 안 예쁜듯 매력적인 듯 아닌 듯 통통 튀는 헤일리 덕인듯. 알고보니 연기도 장난아니게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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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프라이드
매튜 워처스 감독, 이멜다 스턴튼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동성애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성경에서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거꾸로 말하면 매우 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면 그 유혹이 너무 컸던지. 살아오면서 게이나 래즈비언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본적이 없다. 확률적으로 보면 분명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을텐데 아마도 정체를 드러내기 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가 남자를 사랑한다면? 끔찍할까? 혹은 로맨틱할까? 상상만으로도 역겨울까? 중학교 운동회 때 여장 행사가 열렸다. 평소 예쁘장한 남자애가 여자옷을 입고 행진을 하는 것이었다. 그 중에는 내 친구도 있었다. 그는 아름답기 보다는 날씬하고 키가 컸다. 원피스도 무난히 소화할만큼. 화장까지 진하게 하니 영락없는 콜걸이었다.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연신 숙였는데 환호하는 다른 벗들과 달리 나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후 그 친구와는 서먹서먹해졌다. 전적으로 내 탓이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 박힌 이미지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대처의 공헌은 경제 부흥이 아니라 수많은 문화 아이템을 제공한 데 있다. 그중에서도 광부 파업 소재는 마르고 닳도록 재현되고 있다. 주로 마가렛을 죽일 할망구로 묘사한다. <런던 프라이드>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동성애자들도 함께 욕했다는 사실이다.

 

마초 마초 광부 노조원과 같은 성끼리 사랑을 나누는 이들. 얼핏 보기에도 조화롭지 못하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라는 점은 동일하다. 먼저 손을 내민건 동성애자들이다. 그들의 만민사랑주의가 빛을 발한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연대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씨는 살아 이후 동성애자들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지위를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자, 그렇다면 영화는? 밋밋하다. 눈에 익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는데도 재미가 없다. 80년대를 관통한 팝송들이 배경음악으로 쓰였는데도 그저그렇다. 도대체 왜? 갈등이 약했기 때문이다. 살짝 언급은 되지만 대충 이야기하다 만 느낌이다. 당연히 문제해결의 카타르시스도 없다. 흥미로운 소재라 덥썩 물었지만 스토리를 정교하게 이끌지 못했다고나 할까?

 

덧붙이는 말

 

우리나라 동성애자의 대표는 홍석천이다. 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고초를 겪었다. 어렵게 복귀한 그에 대한 대접 또한 형편없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힐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홍석천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동성애자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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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추위가 기승인데 며칠째 방바닥이 냉골이다. 거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난방에 문제가 있나 보다. 설정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기온이 따라가지 못하고 17도에 고정되어 있다. 도저히 안되겠가 싶어 관리실에 연락하고 기사분이 오셨다. 단지안에서 오래 잔뼈가 굵은 분답게 오자마다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모터가 불량이란다. 이런 재작년에도 바꿨는데. 그건 외주를 주고 있어 따로 연락을 해서 수리해야 한단다.

 

어쩔 수 없다. 전화번호를 넘겨받아 연락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보일러의 기초부터 밸브 관리법까지 거기에 파이프의 흐름까지.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었다. 처음엔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도저히 더이상 들을 재간이 없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억지로 말을 중단시키고 결국 내보냈는데 글을 쓰는 지금 드는 생각은 일종의 보상을 바라고 미적댄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눈치가 없었군, 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세상이 지금 어떤 땐데 그럼 관리비는 괜히 내나?라는 마음이 굳어졌다. 몇년 전에도 수도꼭지가 고장나 수리비외에 웃돈까지 받아가 화가 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 주제는 그게 아니다. 나는 문제의 원인이 궁금했고 그것을 알면 그만이다. 굳이 미주알고조알 보일러의 작동원리까지 알 필요는 없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이런 함정에 자주 빠진다. 궁금한 점을 해결하기 보다는 자기 지식을 끝도없이 늘어놓는다.

 

영화 <트립 투 잉글랜도>에도 비숫한 장면이 나온다. 오늘 먹게 될 음식에 대해 유래며 식사법이며 재료는 어디서 가져오는지를 늘어놓다 친구가 그만하고 입을 막아버린다. 시끄러,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거지 지식을 목구멍에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구. 무식한 놈하고 무시했던 그는 식사후 혼자 피료르드 만에 올라 기막힌 풍경을 마주하고 지친 머리를 식힌다.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데 조짐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만을 구성하는 돌의 성분, 지형의 뒤틀림, 발견자의 이름 등 잡다한 지식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 이래서 친구가 나한테 뭐라 했구나.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 그만 가볼게요.

 

덧붙이는 말

 

알쓸신잡 1편을 재미있게 보았다. 티브이에서는 보기 드문 잡다한 지식잔치가 신선해서다. 그러나 시즌 2는 실망이다. 왠지 짜증스럽다고나 할까? 1편이 지역의 감동에 주목했다면 2편은 지식에 편중해서가 아닐까 싶다. 음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끼어드는 것도 거북하지만(맛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 삶과 동떨어진 과학지식도 지친다 물론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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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미술사 박물관 - 세상을 발칵 뒤집은 흥미진진한 예술가들 이야기
메리 리처즈 지음, 김은령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미술은 직접 미술관 혹은 전시장에 가서 봐야 한다. 아무리 기법이 어떻고 장르가 저러고를 알아봤자 말짱 꽝이다. 눈 앞에서 실물을 대하고 느끼는 감동은 수천 권 읽은 그 어떤 미술관련 책들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실제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흐 전시회에서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순간 얼이 빠지는 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인상파가 나발이고 머리속에서 싹 사라지고 오로지 작품과 나만이 존재했다. 마치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살아 있는 미술사 박물관>은 유명한 작품 하나씩 골라 숨은 비화나 그림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을 일종의 테크닉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남들은 모르는 쓸데없는 지식은 건질지 모르겠지만 과연 진짜 느껴야할 감정은 하나도 얻을 수 없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보여주는 것은 미술작품을 경제장부나 가계부처럼 만들게 될 것이다. 곧 이 그림은 작가가 살아생전에는 전혀 가치가 없었으나 지금은 시대성을 인정받아 소더비 경매장에서 수십억원에 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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