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물리의 정석
레너드 서스킨드 & 조지 라보프스키 지음, 이종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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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열정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전공으로 혹은 심화하여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기초부터 차근히 가르쳐주는 친절한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은 나같은 사람에게 딱인 책이다. 절반 이상이 수학기호와 공식이라 쫄 필요는 없다. 설명만 읽어도 된다. 곧 우주 원리의 기초인 물리의 본질을 이해하는게 우선이다.

 

이 책의 저자인 레너드 서스킨드는 강단 최고의 학자인 동시에 시민단체의 수장이기도 하다. 자신이 익혀 알고 있는 지식을 아낌없이 베푸는데 주저함이 없다. <물리의 정석>은 그 결과물이다. 근대물리학을 형성하는 뿌리부터 최신 이론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고전 물리학의 본성에서부터 적분, 동역학, 편미분 같은 잘 알려진 원리와 더불어 기후변화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입문자들에게는 최고의 교과서라 할만하다.

 

덧붙이는 말

 

동네 도서관을 중심으로 강좌가 열리곤 한다. 좋은 현상이다. 값싸게 혹은 무료로 좋은 내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인문학인 점은 유감이다. 정직하게 말해 문학은 누군가의 강연을 듣고 익힐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스스로 찾아 읽으며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도리어 배움이 필요한 것은 자연과학이다. 혼자서는 공부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곧 과학을 가르치거나 배우고 싶은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대신 인문학은 차고 넘친다. 일종의 허세도 작용한다. 그러나 처음엔 어렵고 버거워도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자연과학이다, 라고 나는 확신한다. 과학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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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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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붙어보기도 전에 퇴각하는 건 최고의 불명예다. 차라리 죄다 잔사를 하는게 명예롭다고 여긴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불변의 법칙이다. 덩케르트는 이례적인 사례다.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후 거의 전 병력을 철수시킨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상자와 부상자를 최소화하면서 작전을 실행시키느냐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지나치게 평화롭게 이루어지지 않았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전쟁터는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다. 곧 당장 뭔가 빵 터지지 않더라도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이 도사리고 있다. 

 

한반도는 특히 위험하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잠시 휴전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일이 벌어지면 온 국토는 화마에 휩쓸릴게 뻔하다. 그럴 경우 국민들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가? 과연 우리 동네 어디로 몸을 숨겨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국가나 정부가 책임지고 지켜줄 수 있을까? <덩케르트>를 읽으며 새삼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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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0분 기초 영문법의 기적 - 영어패턴이 보이고 영어회화가 된다 매일 10분 시리즈
James M. Vardaman 지음 / 키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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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로 배우기 시작하면 흥미가 확 떨어진다. 언어는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연스레 입에 배게 만드는 게 최고의 비법이다. 어른이 되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영유아시절을 떠올려보라. 그럼에도 다른 나라 언어를 익혀야 한다면 반복만이 살길이다. 무식할 정도로.

 

<매일 10분 기초 영문법의 기적>은 자칫 소홀하기 쉬운 문법을 다루었다. 역설적으로 과거에는 반대였다. 성문영문법으로 대표되는 그래머 위주였다. 아무리 법칙을 외워도 단 한마디도 못한다는 지적에 회화중심으로 바뀌었지만.

 

그러나 대화와 문법은 서로 떼어 말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아래처럼 글을 쓰면 어떻겠는가?

 

매일 밤 공부가 하지만 영어도 잘 하기란 매우 어렵다.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아듣겠지만 이상하지 않는가? 조사의 쓰임이 잘 못되었기 때문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문법을 지키지 않으면 외계어처럼 들린다. 틀린질도 모르고 백날 회화만 해봤자 소용이 없다.

 

이 책은 영문법의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친다. 무작정 외우는게 아니라 원리를 익하게 하는 거다. 짬짬이 보면서 행여 잘못된 영어를 하고 있는건 아닌지 점검하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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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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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대형 마트 보관함 앞에서 허리를 꼿꼿히 편 채 서서 읽었다. 이런 저런 장소에서 책을 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에세의 <로스트 앤 파운드>를 참고하세요. 희한한 건 계속해서 밀려오는 사람들을 피해 자리를 옮기는 곤혹스러움도 문이 열릴 때마다 전해져오는 칼바람도 고함과 음악소리가 뒤섞인 소음도 독서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만큼 빨려들어가는 매력이 있었다. 만약 <츠바키 문구점>이 아니었다면 정말 화가 많이 날 뻔했다.

 

편지 쓰기를 즐겼다. 물론 주로 러브레터다.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다음날 아침 차마 우체통에 부치지 못한 편지들만도 한트럭이 넘을 것이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때의 습작이 글짓기를 수월하게 만든 건 분명하다. 편지가 사라지고 이메일로 대체된 이후에도 본질은 변함이 없다. 상대에게 예의를 갖춰 진심을 전달하는 마음이 어디 사라지겠는가? 에스엔에스는 조금 다르지만. 뭐랄까? 발랄해야 한다는 강박때문에 제대로 된 문법이나 맞춤법을 갖추면 도리어 꼰대느낌을 준다고 할까?

 

<츠바키 문구점>은 지금은 사라진 대필업을 다루고 있다. 곧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편지를 써주는 직업이 있었다. 글을 알고 쓰는 것이 특권이던 시절 대필은 일종의 지적 작업인 동시에 정서적 어루만짐이었다. 그러나 누가 장인의 국가 아니랄까봐 일본에서는 여전히 대필이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 약간의 반항도 있지만 결국은 전통을 받아들여 하루하루 전력을 다해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특유의 일본 정서가 작품 전체에 골고루 퍼져있다.

 

그런에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이유는 글쓰기와 문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있기 때문이다. 곧 글을 써나가는 행위는 당연히 문구류가 수반되어야 하고 그 사이에는 무궁무진한 애정이 진하게 배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종이와 펜을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피씨도 아닌 모바일에 코를 박고 있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연필이나 만년필의 아날로그 향이 사라질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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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지갑은 단 한번도 사라져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장갑 정도. 그것도 한짝만. 그런데 왜 짝이 있는 것들은 하나만 없어질까? 비결은 늘 두던 자리에 두는 것이다. 이를테면 안경은 책장 맨 아래, 리모컨은 티브이 옆 벼돌 위, 지갑과 휴대폰은 항상 세트로 책상 외편에 식이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배인 습관이다. 학교 가진 전날 가방을 챙기곤 했다. 책이며 필통이며 다음날 필요한 것들이 있는 것을 확인해야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물건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머리에 꼭 맞아 애지중지하던 엠엘비 모자를 잃어버리더니 오늘은 귀를 편안히 감싸주던 방한 귀마개가 없어졌다. 분명히 산에 오르고 내릴 때만 해도 내 귀에 있었는데 아마도 몸이 좀 풀리면서 가방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문제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저녁 무렵 집에 가는 길에 슬슬 뜀뛰기를 하다 불현듯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왠지 모를 예감같은게 내 머리속을 뒤흔들었다. 너 귀마게 어디나 뒀니? 아니나 다를까? 가방을 뒤져보니 없다. 의심스러운 곳은 도서관 아니면 대형 쇼필몰의 보관함. 일단 마트로 갔다. 먹을거리를 사고 가방을 정리하다 미처 귀마개를 빼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열쇠를 반납하자마자 어떤 아주머니가 잽싸게 꿰차던 순간이 기억났다. 왠지 모를 공격성에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걸 깜짝했다.

 

다른 의심스러운 장소는 도서관. 실내가 더워 탁자위에 귀마개를 올려놓지 않았을까?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혹시 해서 전화를 걸어보니 없단다. 예상대로였다. 누군가 가져갔을 수도 있지만 남이 쓰던 꼬질꼬질한 귀마개를 설마.

 

결국 보관함앞에서 기다리는 걸 택했다. 공교롭게 박스를 담아두어 뒤편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느긋하게 한시간쯤 대기하면 오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감감무소식이다. 치워라. 뭐 귀가개 그거 얼마한다고. 하지만 내게 익숙해 새로 다른 걸 사기도 좀. 이런 저런 방황끝에 데스크에 물어보니 이런 XX 사람이 오지 않으면 보관함은 새벽에나 열어볼 수 았단다. 결국 메모를 남기기로 하고 철수. 장장 두시간이 넘게 주변을 어슬렁댔다. 남들이 보면 정말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아직까지 연락이 오지 않을 걸 보니 지금은 반포기상태다.

 

뭔가를 까먹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심각한 건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머릿속이 하애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일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조금 더 나이가 들어 기억이 점점 얇아지고 반응도 느려지면 어떤 기분일까? 끔직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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