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딱 감고 선택한 몰스킨 블루 다이어리. 핑크도 예쁘다. 베스킨라빈스에서 쿼터로 13,500원을 지불하고 4,500원을 추가로 내면 받을 수 있다. 광고 절대 아님.
요맘 때, 곧 11월 중순쯤 되면 살짝 설렌다. 내년도 다이어리는 어떤 걸로 할까라는 즐거운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회사에서 주는걸 그냥 쓰거나 아니면 값싼 노트를 사서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몇년전부터 커피를 많이 마시면 주는 디이어리가 붐을 이루면서 인터넷 서점이나 잡지사에서도 경쟁처럼 다이이어를 제공하고 있어 그걸 산다. 물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작년에 어렵사리 중고장터에서 스타벅스 민트 다이어리를 구입했는데 결국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알라딘이나 예스 24 그리고 카누에서 책이나 커피를 사고 받는 것들도 그냥 쌓여있다.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한 까닭이다.
이번에는 제발 원샷원킬이다. 그러나 벌써 두개나 질렀다. 다른 것에는 절대 사치를 부리지 않는데 문구품, 특히 다이어리에는 왜 이리 욕심을 내는지. 좋게 생각하면 종이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글쎄.
아무튼 첫번째는 무민 다이어리. 일본 잡지는 부록이 다양하고 재미있기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모에> 12월호에서는 몇년째 무민을 특집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일본에서 무민이 인기라는 뜻이다. 나같은 무민팬으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게다가 무민으로 도배한 다이어리까지 주니 당근 주문이다. 물론 파는 제품만큼 두껍거나 재질이 좋지는 않고 수첩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게 어디냐?
두번째 눈독을 들이고 저지른 건 베스킨 라비슨의 몰스킨 다이어리다. 몰스킨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과 같은 밴딩 노트를 만든 창시자이자 오랫동안 고급스런 이미지를 유지해 온 제품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노트 한 권에 2, 3만 원 하니까. 혹자는 허세 혹은 사치 아니냐고 하지만 실제 써 본 사람은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종이가 얇고 가벼워 들고다니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필기감이 좋다. 자기만족을 위해 그 정도 낭비(?)는 괜찮지 않나?
아무튼 요모조모 따져보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앗 역시 선택장애에 직면했다. 일단 아이스크림, 대체 뭘 주문해야 하지?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대로 시켜 아니면 내 맘대로. 결국 가장 인기있다는 것으로 네가지를 섞고 드디어 다이어리. 이런 블루와 핑크 둘 다 이쁘다. 핑크는 전통의 강호이기에 섣불리 거부하기 어렵지만 남자인 내가 과연? 블루는 좋기는 한데 집에 비슷한 색깔이 있어 비슷한 것을 또 사기가? 견본 다이어리를 서너번 비교해 본 끝에 눈 질끈 감고 선택한 것은 블루.
오는 내내 블루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열은 블루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뿜뿜. 아 올해는 제발 여기에서 멈추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