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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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었을 때는 감동이 전해지지 않았다. 물론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영화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실제로 화면으로 보고 나니 느끼는 바가 컸다.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여자. 1년 전 집을 나간 남편을 찾아가 사실을 전하고 다시 살기 시작한다. 문을 닫았던 목욕탕도 다시 열고. 

 

변수가 생긴다. 남편이 배다른 여인이 낳은 딸을 데리고 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이미 있던 딸은 이러한 사실이 황당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럴 여유가 없다. 학교에서 당하는 왕따를 견뎌내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족은 붕괴되고 말 것인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그대로 주저앉거나 이 병원 저 의료원 다니면서 악착같이 치료방법을 알아보거나 혹은 현실에서 도망간다. 그러나 후타바는 지금이야말로 풀리지 않았던 매듭을 풀어야 할 시기라고 보았다. 남편을 되찾아온 것을 시작으로 딸에게 더이상 회피하지 말고 부딪치라고 강하게 몰아붙인다. 그리고 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자기 딸로 알고 있는 아즈미도 사실진짜 엄마가 따로 있음을 알리고 직접 만나게 한다.

 

아무리 암에 걸려 죽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지고 볶는 삶은 지속되기 마련이다. 나 몰라라 하는 대신 남아 있는 생의 의미를 실천한 셈이다. 후바타를 연기한 미야자와 리에의 연기는 놀라움 그 자체다. <종이달>에서도 심상치 않더니 <행복 목욕탕>에서는 아예 만개를 해버렸다.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몰라 볼 지경으로. 과거 잘 나가선 누느 화보 모델이라는 사실은 이제 완전히 잊혀진 과거가 되어 버렸다. 반면 아버지 역의 오다기리 죠는 여전히 심드렁하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지만 왠비 변함이 없어 보여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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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초회 한정판 (2disc) - 디지팩 화보집
김성훈 감독, 김주혁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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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단국가다.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역설적으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영화 <공조>는 남한으로 잡입한 범인을 찾기 위해 양측의 형사가 협력수사를 한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얼핏 황당해보이지만 위조지폐 동판이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에 그럴싸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북한에서 남파된 요원이 현빈이니 현실성 여부는 따질 필요도 없다. 그야말로 얼굴이 열일 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건 남쪽의 형사가 유해진이라는 점이다. 만약 서로 역을 바꿨다면 어땠을까? 아니다. 그러면 누구가 예상 가능한 그림이 된다.

 

두 사람 못지 않게 빛나는 인물이 김주혁이다. 동판을 훔쳐 달아나는 특수부대 장교를 연기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그럴듯하다. 정말 북한에 저런 군인이 있을 듯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이제야말로 자기 역할을 찾은듯 했는데 일찍 세상을 떠나 안타깝다. 자동차 추격신을 보는 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영화 자체로는 아쉽다.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할까? 막판에 김주혁이 살아나고 유해진 가족을 구하기 위해 현빈이 동판을 들고 가는 과정은 억지였다. 왠지 액션신을 더 추가하기 위해 런닝타임을 늘린 기분이 들 정도로 사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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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Perry Como - The Ultimate Perry Como Collection : The Real… Perry Como [3CD]
페리 코모 (Perry Como)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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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취향도 변한다고들 한다. 젊었을 때는 락, 그중에서도 해비 메탈에 빠져있던 사람도 노년이 되면 트롯을 절로 흥얼거린다는 식이다. 글쎄, 아직 그정도 나이가 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케이 팝을 사랑하고 흘러간 옛노래는 전주만 들어도 멀미기운이 올라온다. 개인의 기호와 연령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다.

 

페리 코모는 한 때를 풍미한 대가수였다. 그의 대표곡인 <파파 러브스 맘보>는 노래는 몰라도 멜로디는 듣는 순간 바로 알 정도로 유명해다. 특유의 부드러운 저음으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이 은반은 페리가 부른 거의 모든 노래를 세장의 시디에 한데 모았다. 유행곡인 물론 듀엣곡도 섞여 있어 편안한 기분으로 틀어놓기 딱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인지는 몰라도 모든 곡이 비슷비슷하게 들린다. 곧 개성을 드러내기 보다 당시의 기호에 맞춘 결과다. 아주 가끔이라면 괜찮지만 자주 듣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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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잉글랜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스티브 쿠건 외 출연 / 인조인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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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이탈리아>를 보고 나서 당연히 든 생각은 언제 속편이 나오지? 역시 예감은 어긋나지 않았다. 이번엔 영국이다. 세상에 음식은 이젠 완전히 무시하기로 작정을 했군. 유럽에서도, 아니 세계적으로도 브리티시 푸드는 맛없기로 정평이 나있다. 오죽하며 대표음식이 기름 뚝뚝 흐르는 튀김생선과 감자겠는가?

 

여하튼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저씨 둘이 길을 나선다. 한명만 교체한 체. 보는 순간 둘은 완전 반대라는 걸 알았다. 한쪽은 쾌할하고 다른 한 명은 우울하고. 게다가 친하지도 않다. 대체 어떻게 여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둘은 내내 각자의 파트너에게 전화하기 바쁘고 정작 자기들끼리는 아재개그를 해대며 시간을 떼운다.

 

이를테면 따로 방을 구하지 못하자 난채해하며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어렵사리 각자 룸을 구해주는데 여자 종업원에게 건네는 농담이 진짜 야하다. 밤새 패딩은 했지만(끌어안고 몸을 부비는 행위) 삽입은 안했다구용. 너희들 우리나라같았으면 당장 에스엔에스에 올라간다.

 

결국 음식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고 아둥아둥하다 끝난다. 어떤 관객은 지루해 죽을 뻔 했다고도 하는데 뭘 그렇게 기대하고 그래, 라는게 솔직한 내 마음이다.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냉소적으로 웃고 떠드는 화면을 보면 가끔 낄낄거렸으면 됐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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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이탈리아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스티브 쿠건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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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이 유행이 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 기원은 일본이다. 혼자서 이 식당 저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먹기만 하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과연 먹는 장면만 주로 찍는 방송을 누가 볼까 싶었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면서 유사 프로그램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여행을 겸해 먹방을 찍는 컨셉도 있다. 금간산도 식후경이라는 오랜 속담을 활용한 셈이다.

 

<트립 투 이탈리아>는 특별한 목적없이 돌아다니며 먹고 자고 수다를 떠는 두 영국인이 주인공인 영화다. 얼핏 보면 다큐멘터리같지만 사실은 약간의 각색을 거친 드라마다. 유럽인들에게 이탈리아는 이상향같은 곳이다. 춥고 거친 북부의 날씨를 견디느라 지친 이들에게 남쪽의 따스한 태양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장소였다.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뭔가 대단한 볼거리가 쫙 펼쳐질 것 같은데 사실은 냉소적인 중늙은이 둘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게 전부다. 영국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고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잡다한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온다. 정치, 문화, 경제, 사회 등. 일종의 영국판 알쓸신잡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우쭐해하는 측면이 전혀 없다. 서로 물고 뜯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이게 또 재밌다. 괜히 미술랭 바은 레스토랑에서 턴텁한 거위 간을 먹으면서도 눈치때문에 찬사를 늘어놓는게 아니라 음식은 그저 대화를 위한 장식일뿐이라는 자세로 시종일관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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