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 포 모니카
페르 플라이 감독, 스베리르 구나손 외 출연 / 루커스엔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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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생전 아버지는 내게 늘 평범하게 살라고 하셨다. 중간이 최고다. 나는 반발했다. 속으로. 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최근 내 삶을 돌이켜보면 결코 평탄하지는 않다. 제대로 복수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개운한 것은 아니다. 평안하게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된다면야.

 

<왈프 포 모니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음악영화다. 스웨덴 촌구석에서 전화교환수로 일하며 짬짬이 동네 바에서 알바 삼아 노래를 부르는 모니카.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느낀 것은 좌절감뿐. 재즈의 본고장에서 그녀의 노래는 단지 앵무새에 불과했다. 뉴올리언즈에 가보지도 않고 흑인의 감정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국으로 돌아온 모니카는 스웨덴어로 재즈를 부루기로 한다. 매우 도전적인 시도였으나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고 드디어 정상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스웨덴 대표로 나갈 정도였다. 그러나 고비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한 표도 얻지 못하고 국가의 수치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가정사에도 비극이 드리운다. 술로 지새우는 날들이 이어지고 딸마져 할아버지에게 다시 빼앗기는데.  

 

왜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늘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부모 속을 썩이느냐는 꾸중이 떠오른다. 그래, 그건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분노였어. 다시금 힘을 내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오랜 드림을 실천한다.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디에 맞춰 스웨덴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 데모 테잎을 보내고 드디어 승낙이 떨어지고 엘라 피츠제랄드와 마일스 데이비스가 함께 있는 현장에서 에반스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시작한다. 단순하고도 달콤한 멜로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야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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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아냐'가 수록된 틴 탑의 미니앨범 4집 

 

라킹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다

 

걸그룹과 남자 아이돌 가운데 누가 더 인기가 있을까? 팀 마다 다르겠지만 충성도는 단연코 보이 그룹이다. 여자들은 한 번 빠지면 계속 좋아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실력과 외모는 기본이고 기획사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른바 메이저인 에스엠이나 제이와이피, 와이지에 속한 맴버들이 괜히 잘 나가는게 아니다. 물론 방탄처럼 송곳처럼 툭 튀어나와 인기를 누리는 팀도 있지만.

 

틴 탑은 가진 능력에 비해 낮게 평가받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발표하는 곡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아이돌과 차별화 된다. 특히 '장난아냐'는 센세이셔널하다. 허리 위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다리만으로 현란한 춤을 보여주는 라킹(Rocking)*을 제대로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셔플댄스까지 섞어 보는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왠만한 케이 팝 춤은 카피를 할 줄 아는데 이 곡만은 끝까지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했다. 그만큼 춤이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빠른 호흡으로 노래까지 해야 하니 절로 리스펙트하게 된다.

 

'장난 아냐'가 노래의 값어치에 비해 크게 히트하지 못해 못내 아쉽다. 조금 더 큰 기획사였다면 다양한 이벤트로 라킹 선풍을 일으킬 수도 있었을텐데. 올해 나온 '재밌어?' 또한 신선한 곡임이 분명하지만 관객들의 귀를 확 끌어당기는 뭔가가 없어 듣는 내내 속이 상했다.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 틴탑만의 천진함을 얼른 다시 보고 싶다. 멤버를 쪼개 예능에 출연시키며 소모하지 말고. 

 

* 실제로 '장난아냐'의 영어 제목은 Rocking이다. 곧 라킹의 진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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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다시 만난 세계'가 실린 소녀시대의 데뷰앨범. 이 노래가 10년이 흘러 데모송으로 불릴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소녀시대가 처음 나왔을 때 오로지 눈에 뛰는 사람은 윤아와 태연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윤아는 누가 봐도 빼어난 미인이었고 태연은 명실상부한 메인 보컬이었기 때문이다. 서너명이면 충분할 텐데 굳이 아홉명이 나와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는 혹평까지 있었다. 심지어는 웹툰에 앞서 언급한 두명이외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투덜거린 만화가까지 있었다. 참고로 그는 이후 엄청난 욕을 먹는다.

 

그러나 점차 팀의 호흡이 맞아가면서 각자의 개성이 서서히 발휘되더니 어느 순간 최정상 걸그룹의 자리에 올라섰다. 노래도 노래지만 칼군무라 일컬어지는 각진 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원을 말해 봐'는 정점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곡은 노래 자체로도 매우 의미가 깊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운드를 매우 세심하게 배치했다. 구체적으로 리모컨으로 자동차 문을 여는 첫 소절부터 좌우 스피커를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실제로 해드셋으로 들어보면 다른 아이돌의 배경음과 차이가 큼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에코 또한 잔향을 최대한 억제하여 벙벙거리지 않고 저음으로 분위기를 확 잡아챈다.

 

역설적으로 이 곡 이후 소녀시대는 서서히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웠다. 그리고 어김없이 7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한 두명씩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제시카가 가장 아깝다. 그녀는 사실 태연에 버금가는 보컬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2인자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맑고 청아한 태연의 목소리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살짝 비음이 섞인 제시카의 목소리가 훨씬 좋지만. 여하튼 소녀시대는 한 시절을 풍미했고 걸그룹으로서는 꽤 장수한 셈이다. 동시에 대중가요가 저항송(다시 만난 세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비록 그들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단지 예쁘고 노래 잘한다는 평가외에 누군가에게 진정한 힘이 되는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자랑스러워할만 한다.

 

덧붙이는 말

 

팩토리 걸은 내가 만든 말은 아니다. 케이 팝 초창기 외국에서는 우리 아이돌을 마냥 곱게 보지많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노래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혹사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아티스트가 아닌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처럼 그룹을 만들고 노래를 지어내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다. 그러나 나는 이 또한 과정이라고 본다. 미국의 대중음악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저런 꼴을 다 겪고 나면 하나의 모델이 생기고 부작용은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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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7미터>의 표지. 얼핏보면 상어가 공포의 대상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바다속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사람의 환각이 훨씬 더 섬뜩하다. 쉿 여기까지만.

 

뻔한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았다가는 

 

사실 재난영화는 뻔하다. 극적인 상황에 사람들을 던져놓고 어떻게 헤쳐나오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이 극적이면 극적일수록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영화 <47미터>도 처음에는 이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울적한 마음을 달랠겸 멕시코로 놀러온 젊은 여인 둘. 우울한 기분을 풀려고 술을 마시고 상어를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간다. 뭔가 짜릿한 걸 경험하고 싶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용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지만. 이쯤되면 뻔해진다. 케이지가 덜컹거리며 바닥속으로 추락하고 둘 중 하나는 죽고 나머지 한 명이 탈출하며 울부짖는 것으로 끝이 나겠지.

 

그러나 감독이 한 수 앞섰다. 사투끝에 둘은 함께 구조되고 안도의 한숨을 쉬려는 찰나 화면은 다시 칠흑같은 바다속으로 돌아간다. 철제에 깔린 친구는 꼼짝하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다른 친구는 상처입은 손에서 나는 피를 바라보며 헛소리를 해댄다. 이 모든게 상상이었어. 질소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돌 수도 있다고 했던 말이 빈 말이 아니었어. 결국 구조대가 다가와 한 명만을 살리는 것으로 영화는 마침표를 찍는다.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짧은 런닝타임이었지만 구질구질하게 끄느니 깔끔하게 잘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덧붙이는 말

 

제목이 47미터인 이유는 그 정도 깊이까지 추락한 걸 빗댄 것이다. 에게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바닷속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깊고 넓다. 만약 우주에 대한 관심의 백분의 일이라고 바다에 쏟아부었다면 우리는 이미 해저도시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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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프로젝트 -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헬렌 피어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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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쟁은 모든걸 뒤엎었다. 심지어 나라가 두동강이 났다. 과거의 질서는 한순간에 붕괴되었고 새로운 규칙을 찾는 과정에서 온갖 혼란이 뒤를 이었다. 동시에 기회도 생겨났다. 벼락부자가 탄생하고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편법이 판을 쳤다. 얼핏 보면 죄다 나빠보이지만 신분상승이라는 점만 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세습이 이루어지자 부의 창출과 배분은 극수소가 차지하게 되었다. 또다른 고착에 빠진 것이다.

 

<라이프 프로젝트>는 누구는 잘 살고 또 어떤 이는 못사는 이유의 근원을 찾는 책이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가난한 집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누군가는 성취를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의지다. 빈곤한 가운데에서도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를 이루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승천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뻔한 이야기같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장기간 추적하여 밝혔다는 점에서 엄지척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드는 의문은 의지만 가지고 있다고 해서 성공의 지름길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괜히 금수저, 은수저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게다가 경제할동이 아닌 자산, 곧 아파트나 땅을 통해 부를 얻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수익하고 더 낳는 시스템에서 긍정적 의욕은 헛된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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