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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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은 출간 당시부터 고전의 대열에 올랐다. 두고두고 읽힐 명작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우선 작가인 아시모프의 화려한 경력을 들 수 있다. 생화학자인 동시에 에스 에프 작가인 그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현실감있게 조명했다. 또한 시대상황도 한몫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관련 소설 또한 붐을 이루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로봇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는 데 있다. 이른바 로봇의 3원칙을 소설속에서 제시함으로써 자연과학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파운데이션은 광대한 은하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대서사이다. 시리즈를 염두에 두었다고 하지만 스토리가 잘 이어지는 편은 아니다. 중간중간 워낙 많은 글들을 썼기 때문이다. 1942년 출발한 작품이 1981년에 이르러 네번째 장편이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여전히 참신한다. 첨단 기술을 다루었다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낡은 이미지로 남았겠지만 심리역사를 선택함으로써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구현해냈다. 작가는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그 흔적은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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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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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은 성실한 글쟁이다. 섣부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대신 오로지 자료에 근거해 사실만을 기록하력고 애쓴다. 얼핏 무미건조할 것 같은 이런 글이 이외의 감동을 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책벌레와 메모광>은 책읽기에 미친 인간들과 깨알같이 자신의 감상평을 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대상은 물론 주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다. 그러나 특이한 사례도 있다. 교수와 학생이 주고받는 백 통이 넘는 편지가 그 주인공이다. 내용이 어땠는지 여부를 떠나 그 사연이 애틋하다.

 

그렇다고 해서 편지도 보내지 않고 이메일도 뜸해진 요즘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조선의 선비들은 특권층이었다. 곧 책을 읽고 서신을 교환할 수 있는 대상자체가 한정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은 직접 노동에서 배제되어 있어 주로 고담준론, 이른바 말따먹기를 논했다. 뜬구름잡은 이야기를 고상한 척 나누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글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누군가는 이런 세태를 우려하겠지만, 나 또한 내 글에 비판적인 댓글을 받으면 움찟하기는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정민 선생의 글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대부가 아닌 다른 계층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마땅하다. 만약 남겨진 글이 없다면 상상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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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노트 - 가장 순수한 음악 거장이 만난 거장 1
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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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은 같은 예술계통이지만 결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음악은 다른 분야와도 차별이 되는데 그 이유는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소설이나 미술은 어떻든 읽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판단이 유보적이거나 주관에 의존한다.

 

그러나 뮤직은 온전히 청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근의 케이팝은 예외겠지만, 좋고 나쁨이 바로 인지된다. 문제는 글로 풀어쓸 때이다. 귀로 들은 감동을 어떻게 손으로 옮겨 문장으로 써내려갈 수 있겠는가? 마치 그랜드 캐년을 직접 마주한 것과 사진으로 보는 차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음악을 평한 대부분의 글은 쓰레기다. 본인이 직접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쇼팽 노트>는 앙드레 지드가 쓴 음악평론이다. 두 거장이 만났으니 뭔가 불꽃이 파바박 튈 것 같지만 지드는 영리한 전략을 썼다. 자신을 한 껏 낮추고 쇼팽을 숭배하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 것이다. 동시에 여러 음악가와 서신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매워나갔다. 이쯤되면 인정할만하다. 섣부른 무당들이 우아하다느니 매혹적이라느니 북구의 겨울을 연상시킨다니 따위의 알쏠달썽한 말로 써댄 음악평들에 비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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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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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는 빼어난 작가라기보다는 뛰어난 평론가에 가깝다. 소설은 평균치의 감동을 주는 반면 다른 글은 깊은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경영학과를 나왔고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냈다. 계속 그 지위를 유지했더라면 초일류 비평가가 되었겠지만 그는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본업인 작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계를 떠돌다 국내에 정착했다. 이 과정에서 청춘의 허무를 상징하던 그의 글은 인간의 어두움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오직 두 사람>은 아직 본격적으로 깊은 바다에 뛰어들기전에 몸풀기용으로 가볍게(?) 쓴 단편들을 모은 것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면며도서 묘한 공통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간들이 비명을 질러댄다는 것이다. 작가는 그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절대 개입하지 않는데, 아 그래서 아쉽다. 소설가는 인물 그 자체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절대 빠져나와서는 안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여전히 관찰자의 위치에 서 있다. 내가 김영하를 작가라기 보다는 평론가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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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 - 디자인 오피스 넨도의 사토 오오키
사토 오오키 지음, 이현욱 옮김 / 미디어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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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왜 그리고 무엇때문에 필요한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뭔가 기발해야만 한다는 강박때문이다. 사실은 익숙하면서도 참신한게 정답인데 말이다. 문제는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맨날 회의를 해봤자 그게 그거인 생각들만 맴돌뿐 딱 이거다 싶은게 없다.

 

<채택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독특한 책이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이 성공사례를 중심으로 그 원인을 끼워맞추는 억지에서 탈피해 실폐케이스를 모아 이유를 차근차근 따져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에 목말라하면서도 방법은 잘 모른다. 단지 잘된 경우를 따라하기 보다는 실패하지 않는 노하우를 배우는게 더 나은데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럭비 유니폼 디자인이었다. 격론끝에 완성안이 나왔지만 버려졌다고 여겨졌던 아이디어들이 결국은 빛을 발했다. 옷 전면이나 후면이 아닌 옆면에 브이 라인을 넣음으로써 선수들이 일렬로 스트럼을 짤 때 빅토리라는 의미가 살아났다. 최초에는 비대칭 문제로 제외되었던 제안이 독특한 방식으로 제현된 것이다. 마치 기아 타이거즈가 올해 리뉴얼을 하며 유니폼에 브이를 새긴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버려진 아이디어라도 해당 제품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미지에 활용되는 경우는 많다. 문제는 기획이 완료되면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다시 무에서 도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 생활하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정리해두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결과는 역시 처음부터였다. 회사의 장래를 깊고 넓게 고민하지 않은 오너의 탓이 크다. 이 꼴 저 짓 안보려면 결국 1인 창업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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