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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정민은 성실한 글쟁이다. 섣부른 상상력을 발휘하는 대신 오로지 자료에 근거해 사실만을 기록하력고 애쓴다. 얼핏 무미건조할 것 같은 이런 글이 이외의 감동을 준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책벌레와 메모광>은 책읽기에 미친 인간들과 깨알같이 자신의 감상평을 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대상은 물론 주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다. 그러나 특이한 사례도 있다. 교수와 학생이 주고받는 백 통이 넘는 편지가 그 주인공이다. 내용이 어땠는지 여부를 떠나 그 사연이 애틋하다.
그렇다고 해서 편지도 보내지 않고 이메일도 뜸해진 요즘이 과거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 조선의 선비들은 특권층이었다. 곧 책을 읽고 서신을 교환할 수 있는 대상자체가 한정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은 직접 노동에서 배제되어 있어 주로 고담준론, 이른바 말따먹기를 논했다. 뜬구름잡은 이야기를 고상한 척 나누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글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누군가는 이런 세태를 우려하겠지만, 나 또한 내 글에 비판적인 댓글을 받으면 움찟하기는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정민 선생의 글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대부가 아닌 다른 계층의 이야기도 들려주어야 마땅하다. 만약 남겨진 글이 없다면 상상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