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LP 가이드북
최규성 지음 / 안나푸르나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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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는 성가시다. 일단 판을 꺼내 한번 닦아야 하고 전용 오디오가 있어야 한다. 엠프에 스피커에 그리고 빠져서는 안되는 턴테이블 거기에 살짝 욕심을 내면 서브 우퍼까지. 이게 다가 아니다. 그냥 전원만 켜면 알아서 무한반복하는 시디와 달리 바늘을 들어올려야 한다. 이게 또 은근히 섬세한 작업이라 꽝 손들은 사고치기 딱 좋다. 틈을 노려 정확하게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동도 있지만 들고 내리는 것이 더욱 편하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면 당연히 뭔가 남다른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대중가요 LP 가이드북>은 우리 가요중 명반을 추려 뽑은 것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디나 스트리밍이 주류였던 시대가 아니니 당연히 옛날 음반들이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는 아니고 약 5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엘피 마니아들이라면 추억의 열쇠를 선물받은 기분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다. 황송하게도 글쓴이가 거론한 명반중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다. 김민기는 대표적인 예이다. 혹시 아직도 엘피가 집안에 굴러다니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보시기 바란다.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떠나 소장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여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말

 

지은이 최규성은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다. 취재차 그를 자택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확신했다. 이 사람은 진짜구나. 단지 어마어마한 음악앨범을 소장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애정이 듬뿍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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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1 - 만화로 보는 TV애니메이션 마음의 소리 1
조석 원작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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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새로 생긴 분야중 하나는 웹툰이다. 말 그대로 인터넷에 연재하는 카툰이다. 만화하면 종이에 인쇄된 것만 보던 세대에게는 낯설겠지만 어린 친구들에게는 페이퍼만화를 도리어 유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소리>는 웹툰이 막 태동하여 서서히 자리잡을 무렵 인기를 끈 만화다. 한국판 엽기가족인 등장인물들이 엉뚱한 짓을 벌인다. 지금 보면 그렇게 삐딱하지 않은데 당시는 매우 신선했다. 백수이면서 스스로를 떳떳하게 여기는 자뻑정신이 남달랐다고나 할까?

 

인기를 끌자 책으로까지 출간되었는데, 문제는 재미가 덜하다는 사실이다. 단지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다. 대충 시간 떼울겸 보고 ㅋ 하고 웃어버리고 금방 잊어버리는 스낵 컬러 정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출판물은 어떤 형태든 권위를 부여하기 마련이다. 뭔가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한다. 휴대전화롤 볼 때는 신경도 쓰지 않던 디테일도 마음에 걸리고 스토리 따위 개나 줘버려라 라는  정신도 허물녹듯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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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 지음, 유현재.김지연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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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에는 카드와 신분증, 그리고 얼마의 현금이 있다. 그러나 돈을 쓸 일은 거의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용카드로 대신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요금은 물론이고 물건을 사거나 식당에서 먹은 값을 계산할 때도. 그러고보면 동전이나 지폐를 쓸 일은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사용할 때는 주로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실 때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이제 현금은 카드의 대체제를 떠나 신용카드를 쓸 수 없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은 현물 화폐가 거의 쓰이지 않는 시대의 대안이다. 돈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면서 등장한 일종의 가상화폐다. 초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게임할 때 돈 대신 구입하는 코인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손님이 주인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진짜 돈의 개념조차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 이를 테면 홈쇼핑에서 옷을 산다고 치자. 일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것저것 가능한 할인쿠폰을 끌어모으고 마일리지가 되는지까지 확인한 후 휴대폰으로 결제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사는 의류의 가격이 십원단위까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를 테면 34.560원식으로. 사실 현실 거래에서 누가 그렇게 물건을 사겠는가?

 

문제는 가상화폐가 광범위해지면서 보안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우려를 막아주는 방어체계다. 아직은 확실한 표본체계가 설립되지 않았지만 거꾸로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하다고 하겠다. <비트코인 현상, 불록체인 2.0>은 단순한 유행으로 가상화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유래와 역사, 앞으로의 방향성을 꼼꼼이 따져보고 있다. 우리는 흔히 미래가 쉽게 오지 않는다고 여긴다. 변화란 가랑비가 스며들듯 천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가상의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확실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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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 골드베르크 변주곡 실내악 버전. 원래 피아노곡이었으나 현으로 연주하는 곡을 듣는 맛 또한 색다르다. 지나치게 물두하기 보다 뒷배경으로 틀어놓아도 좋아서 서서히 병에서 회복되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요즘처럼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많이 나는 가을의 중심에서 겨울 끝무렵까지 함께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틀을 앓았다. 몸이 으슬슬하더니 왼쪽 콧구멍이 막히더니 목 안쪽이 간질간질하며 어깨가 한결 무거워졌디. 몸살이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매년 겨울의 끝자락에 되풀이되던 현상인데 올해는 가을이 한가운데에 찾아왔다. 뭔가 원인이 있을 거라 짐작이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미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굳이 고민거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여하튼 서서히 몸과 마음이 무기력해지기시작했다. 우선 식욕이 떨어지고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어지고 무엇보다 글을 쓸 수 없었다. 억지로라도 의자에 앉아 피씨를 켜고 자판에 손을 얹을 수는 있지만 그 어떤 문장도 칠 수가 없다. 사고의 회로가 막힌 것이다. 이럴 땐 시간이 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곧 충분히 앓아야 한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너무도 싫었지만 언제부턴가 나름이 노하우가 생겼다. 식사는 제대로 못하더라도 물만큼은 수시로 충분히 섭취하고 되도록 복잡한 일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말하고 행동해 버릇해야 한다. 일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할까 싶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 아니겠는가? 최소한 자신의 상태를 정직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가족에게만큼은. 일터에서는 불가능하더라도 집안에서만큼은 위로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슬며시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 나의 경우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에 앞서 음악, 구체적으로 클래시컬 뮤직이 듣고 싶다. 역설적으로 아플 때 가장 먼저 멀리하게 되는 것 또한 고전음악이다. 곧 내게 서양고전음악은 병이 들었다는 신호이자 회복의 신호탄을 알리는 팡파레다. 작곡가와 연주자는 그 때 그 때 다른지만 병상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고르는 곡은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그중에서도 슈트트가르트 채임버 오케스르파의 연주를 으뜸으로 친다. 살짝 재즈풍으로 편곡하여 듣는 내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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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가끔 들르는 식당이 있다. 매주 거거나 아니면 주인과 인사를 나누는 단골은 아니다. 어쩌다 가끔 생각이 나면 간다. 예를 들면 요즘처럼 쌀쌀할 때, 수영을 하고 나서 먹으면 딱이다. 뜸을 너무 들였다. 칼국수집이다. 만두와 떡볶이, 제육덮밥 등도 같이 파는데 역시 칼국수가 최고다. 아주 맛이 있어서는 아니다. 직접 밀가루로 빚어 썰어내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다. 한가지 흠이라면 주인 아저씨가 자꾸 코를 킁킁거린다는 점.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모든 음식을 진두지휘한다. 아들은 주문과 배달 담당이다. 딸은 홀을 돌며 손님들의 주문에 응하고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한마디로 가족 식당이다. 썩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화가 난채 음식을 내오는 곳은 아닌 그저 덤덤하다. 나는 그게 좋다. 과잉된 친절이나 다운된 분위기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이런 식당을 찾기 힘들다. 설령 있다해도 지나치게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들어가기가 거북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5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는 소박한 국수집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 칼국수를 시킨 다음 신문을 뒤적이다 젓가락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주웠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딸은 아무 말없이 그 젓가락을 받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나는 수저통에서 새 젓가락을 꺼내 탁자 위 냅킨 위에 올려놓았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흔한 표현대로라면 물 흐르는 듯 했다. 드디어 칼국수가 나왔다. 멸치로 국물을 낸 기본 베이스에 탱탱한 면발. 그리고 호박과 당근 등의 채소가 얹혀진 전형적인 국수였다. 국물은 언제나처럼 가득이었다. 먼저 국물부터 맛을 보며 마음 속으로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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